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소향 Sep 30. 2019

어떻게 지냈나요.

5개월 만에 글이란 걸 써봐요. 분명 5개월 전에도 열심히 글을 쓸거라 다짐했으면서.. 또 스스로 한 약속을 어기고 말았어요. 그래도 잘 살아내고 있으니 괜찮은 거겠죠..?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그중 가장 큰 일은 이사를 가요.

태어나서 한집에서만 쭉 살아왔는데 36년간 살던 집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난 그래도 괜찮은데 지금 살고 있는 이 서울 집에 너무 많은 정이 쌓인 엄마는... 집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면서도 그리고 한동안 이사를 가서도 지금 이 공간을 매우 그리워하시겠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이라... 오래되고 허름한 이 아파트가 엄마의 마음속에는 아주 오래도록 사무칠 것 같아요. 이제 이사 가는 날까지 한 달이 체 남지 않았는데 그동안 정리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참 많이 남아있네요.

무사히 이사가 끝나기만 바라고 있어요...


블로그부터 시작해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 글을 써서 돈이란 걸 벌어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돈을 벌어봤어요. 물론 글만 써서 번 돈은 아니었지만 글을 계기로 절 찾아오셨고, 대담에 참석해 토론도 하고 돈도 벌어봤네요. 제겐 참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솔직히 글을 쓰면서 나도 유명해져서 책도 내고 싶고, 강연도 하고 싶다고 생각해봤는데 브런치북 당선작들을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을 접게 돼요. 어떤 분의 글은 너무 전문적이라 무료로 보는 게 미안할 정도의 글도 있고, 어떤 분의 글은 마음을 흔들게 할 정도의 감성을 담은 글들도 있어서 '아, 세상엔 글을 잘 쓰는 분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에 전 그냥 스스로 만족하며 이렇게 이따금씩 글을 써봐요.

그래야 한 편의 글이라도 더 남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도 항상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는 욕심이 나요.

당선작들을 보면 기획력을 갖춘 글들이 참 많던데... 전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버리니 당연히 미끄러질 수밖에요. 그래도 꾸준히 쓰다 보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겠어요?


일은.... 여전히 힘들어요.

일이 힘들다는 건 똑같은 일을 다루는 제 능력이 많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고, 업의 특성상 그런 거 일수도 있는 것 같아요. 신입직원이 아니기에.. 어디 가서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요..'라고 내색할 수도 없고,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이 그냥 감내해야 하니깐 혼자만의 공간인 이곳에라도 힘들다고 말해보고 싶어요.

내년엔 고1 수업도 맡아야 하는데 더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그만큼 제 시간은 더 없어지겠죠?

그럴 때 이곳에 와서 하소연 좀 하다 갈게요. 이해해주세요..


매일 학원-집만 왕복하다 보니 삶이 너무 무료해졌어요. 수업이 끝나면 다음 날 수업 준비로 정신이 없고, 또 서로의 삶을 뻔히 알다 보니 동료 선생님들과 위로의 술자리를 가져도 채워지지 않는 2%의 무언가가 항상 남아 있었어요. 시험기간인 금요일과 토요일 여유가 생겨 오랜만에 독서모임에 참석을 했어요.

처음 참석하는 독서모임.

마침 제가 참석하는 그 날은 10월 지정도서를 선정하는 자리로 와인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이었는데.. 처음 만난 8분 모두 다른 일을 하는 분들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서로 관심 있는 주제나 추천하는 도서들이 모두 흥미로웠네요. 한번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처음 만난 분들과 와인을 7병쯤 마시고, 2차도 갔어요. 그곳에서 새벽이 늦도록 삶에 대한 이야기, 책에 대한 이야기 등 대화가 끊기지 않았네요.

그런 거 같아요. 이런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는 이유.

다른 이가 즐겁게 읽은 책 소개도 듣고,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나누며 우리가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는 그런 시간이 삶 어느 순간엔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런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는 것. 언제 또 참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연애는.. 잔잔한 호수처럼 이어지고 있어요.

서로의 가정에 이사가 계획되어 있어서 그 이사가 마무리되는 11월쯤 부모님 얼굴을 뵙고 인사를 드리려고 해요. 인사를 드리고 서로의 생각을 맞추며 내년쯤 결혼을 준비할 거 같아요.

오랜 기간 연애를 통해 서로를 잘 안다 생각했지만, 막상 결혼이라는 새로운 주제 앞에 우리 두 사람은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며 나아갈지..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해낼 수 있겠죠?


아직 사둔 책도 다 읽지 못했지만, 또 책을 샀어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사고 싶은 책들은 매달마다 쏟아지는 것 같아요. 독서모임 가서도 읽고 싶은 책들이 몇 권 있었는데 일단 사둔 책들부터 모두 읽고 사야겠어요.

책 소개는 차차 해볼게요.




이런 글을 써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대화하듯이 쓰는 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내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어요.(아는 사람 말고) 


우린 모두 비슷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겠죠?

그 비슷한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기도 하고, 막상 일탈을 꿈꾸려 하니 돌아올 일상이 전보다 못할까 봐.. 두려워 현재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

그래서 그 안에서 자신만의 소소한 일탈을 즐기는 것 같아요.

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게 잘 지내고 있는 거겠죠?

 


작가의 이전글 2019년 3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