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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Feb 28. 2021

취향이 비슷한 사람 2

만남이 성사되었습니다. 

"카톡!!" 

취향 설문지를 호스트에게 보낸 후, 5일 정도 지나 답장이 도착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취향설문지를 찾았다며 그 분과 내 설문지를 함께 보내며 만남을 이어갈지 여부를 선택하라는 당부와 함께.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차분히 상대의 취향 설문지를 읽어 내려갔다. 

어떤 문항의 답은 나와 같기도 했고, 또 어떤 문항의 답은 나와 정반대이기도 했다. 

35개 남짓한 문항으로 누군가와 내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일까 판단하는 건 참 무모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취향과 생각을 훔쳐보듯이 볼 수 있다는 건 참 재미난 일이었다. 



아주 잠시 고민했지만, 난 만남을 선택했다. 

어찌 되었건 누군가를 알아가는 건 재미난 일이니깐. 

모든 만남이 그렇듯, 상대방도 만남을 선택해야 만남은 성사될 수 있었다. 호스트에게 톡을 보내고 다시 일을 하는데 상대방도 만남을 선택했다며 만나는 날짜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날 중에 내가 가능한 날은 3주 뒤인 일요일만 가능했다. 

앞선 일요일은 선택지에 없었고, 평일은 다른 직장인과 다르게 일이 늦게 끝나며, 토요일은 방학기간 동안 지옥의 강의를 이어가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를 호스트에게 전하며 너무 뒤의 일정이기에 취소하셔도 괜찮다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나의 일은 누군가를 만나기 참 어려운 직업이다. 

친한 친구들도 서로의 업무시간이 다르기에 1년에 한 번 보면 많이 보는 것이 되었고, 

연애를 하게되도 그런 부분은 참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뭐 그럼에도 난 괜찮았다. 

꼭 만남이 필요한 친구들은 내 일정을 배려해주었고,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삶을 잘 지탱하는 것 또한 친한 친구들과 유대관계를 이어가는 나만의 방식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새로운 만남은 늘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단념하고 있는데 상대가 그날도 괜찮다며 만남이 성사되었다. 


 2월 마지막 주 일요일. 


2월 초에 이 만남이 결정되고 시간은 한 달이 흘렀다. 

명절을 보내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 보니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만나는 당일이 되었다. 




똑같은 일상에 특별한 날이 있다는 건 약간의 설렘을 가져다준다. 

이 특별한 날의 결과를 알 수 없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기다림은 언제나 설렘을 가져다준다는 것. 

새로운 만남, 새로운 도전, 새로운 장소는 평범한 일상의 활력소처럼 꼭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나이가 들며 느껴지는 건, 익숙함과 편안함만 찾는 내 습성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습성과 습관대로 살 수 있지만, 그러다 보면 자꾸 나태해지고 현상유지만 하게 된다. 


올해는 매달마다 특별한 일상을 하루쯤 만드는 것. 

그러다보면 일상이 조금은 더 설렘과 기다림으로 풍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억지로라도 특별한 일요일을 하루씩 만들어봐야겠다. 


2월은 취향이 비슷한 타인과의 만남이었다면 3월엔 덕소다.  

출처 : @jasonm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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