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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Oct 24. 2021

가장 힘들었던 반의 학생

#3-4. 학원에서 만난 아이 (수인)

해마다 같은 학년, 같은 레벨을 담당하지만, 들어오는 학생들의 성향과 학습집중도 등에 따라 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너무 조용한 학생들만 있다면 학생들이 졸리지 않게 (내가) 분위기를 띄워야 하고, 방방 뛰는 학생들이 많다면 그 학생들의 텐션을 줄여가며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도 내 일이었다.

수인이는 중2 때 우리반에 들어왔는데, 친구 한 명과 같이 들어왔다. 두 학생 모두 공교롭게도 같은 레벨을 받아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수인이는 전형적인 중2 사춘기가 온 여학생이었으나 텐션이 매우 높았다. 친한 친구도 함께 수업을 듣고 있으니 틈만 나면 떠들려 했고, 학원에서 친구들을 계속 만들어갔다.

수인이를 비롯하여 5명 정도의 여학생이 친해지니 웃으며 이 학생들을 감당하기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만 되면, 모든 강의실이 떠나갈 듯 깔깔대며 옆 강의실 수업에도 민폐를 끼치기도 하고 편의점을 갔다 온다며 5분 정도 늦게 들어오기도 했다.

중간중간 정색을 하며, 학생들을 관리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강.제.퇴.원.

학원엔 강제퇴원 제도가 존재한다. 강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엄격한 상위 레벨의 경우 무단결석 2회 이상 이거나, 숙제 부족 제출이 3회 이상인 경우 강제퇴원을 시키거나 레벨다운을 시킨다.

상대적으로 마지막 레벨을 담당하는 내겐 레벨다운은 없었으며, 공부습관이 잡히지 않은 학생들도 많기에 숙제 부족 제출로 강제퇴원은 시키지 않았다.

가뜩이나 공부가 힘들어 찾아온 학생들을 못한다고 내쫓는 건, 우리 수업 방향의 취지에 맞지 않았다.

더구나 마지막 레벨에서 포기하면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을 수 있기에 어지간하면 강제퇴원은 시키지 않는 게 내 기본 방침이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품고 가는 것도 아니었다.

학원에 들어온 후, 딱 2명의 학생을 강제퇴원시킨 적이 있는데 그중 한 번이 수인이 친구였다.

마지막 레벨이여도 분명한 원칙이 존재한다.

1.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며 행동할 것.

2. 숙제를 다 못해도 좋으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대안을 제시해주었을 때 따르려 노력할 것.


(나중에 소개할) 수인이 친구는 이 두 가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여러번의 기회를 줘봤지만, 나아지는 건 없고 점점 도를 넘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인이 친구는 강제퇴원을 시켰다.


수인이 친구를 강제퇴원시키며, 반 아이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강조하며 이야기하였다.

'내가 계속 언급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지키지 않을 거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나가. 내 손으로 내보내기 전에.

공부하려고 모인 곳이고, 그 준비가 안된 학생들은 주변에 학원도 많으니 다른 학원 가. 공부하려고 온 학생들한테 피해 가는 행동을 하면 그냥 놔두지 않을테니 알아서들 해.'


일 순간, 반 분위기가 바뀌었다.

학생 개개인으로 보면 착하고 마냥 해맑은 학생들이지만, 무리가 되는 순간 누군가 재재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이 일탈이 되고, 그게 당연시되는 경우가 있다.

학원 수업보다 개인수업에 익숙해져 있어서, 학생 개개인에 대한 고민은 많이 했지만 무리에 대한 고민은 그동안 많이 하지 못했었다. 반에 어떤 무리가 생기게 되면, 조용히 공부하고자 했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인지하게 되었다.


가장 많이 조신해진 학생은 수인이었다. 본인과 함께 들어온 학생이 퇴원하는 모습을 보며 나름의 충격이 있는 듯했다. 숙제는 최대한 다 해오려 노력했고, 무리와 떠드는 정도와 행동들은 매우 조심해졌다.

본래의 성향은 변하지 않았으나, 전보다 하려고 하니 성적도 좋아지고 2달에 한번 있는 레벨업 시험에서 윗반으로 올라갈 성적을 받기도 했다.

이미 친해져 버린 친구들을 뒤로하고 반을 이동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어머니와 수인이를 설득하여 결국 윗반으로 올려 보냈다.


부침이 있었지만, 수인이는 그렇게 3년 동안 우리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며 현재 고1이 되었다.

맞은편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느라 가끔 내게 와서 인사를 하고 간식을 받아가기도 하며 아직도 해맑은 텐션을 유지하며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학원에 들어온 이래로, 수인이네 반 수업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한다.

한참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중2 학생들이 가장 많았던 반이기도 했고, 숙제를 가장 안 했던 학생들이 모였던 반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강제퇴원을 시킨 반이기도 했고, 그로 인해 또 드라마틱하게 많은 학생을 진급시켰던 반이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학생관리에 있어 더 배우게 되었고,  학부모님과 전화상담도 가장 많이 하며 소통의 중요성도 익힐 수 있는 시기였다.


매년 비슷한 학생들이 들어오지만, 같은 학생은 없다.

다만 매년 비슷한 경험을 하는 '나'만 존재할 뿐이었다. 작년과 비슷하다며, 작년과 똑같이 학생을 케어하면 분명 사소한 문제점들이 발생될 수 있기에 항상 새로운 시각에서 학생들을 관찰하고 수업을 진행해야 함을 깨닫는다.


어느덧, 올해 학생들의 마지막 시험만 앞두고 있으며 동시에 내년도 신규반이 개설되어 신규반이 개설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내년엔 또  어떤 학생들로 반이 구성될지, 어떤 구성으로 수업을 이끌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긴 하나, 현재 주어진 일들이 많기에 그 고민들은 잠시 미뤄둬야겠다.

올해가 잘 마무리되고, 내년도 무탈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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