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다섯 가지 유형의 학생들

by 비소향

일을 잘하거나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비슷합니다. 그들에겐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목표)이 있고, 그에 맞는 공부법이 있고, 스스로 정해놓은 규율 등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와 반대로 일에 서툴거나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다양한 이유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공부를 해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도 존재합니다.

이제껏 만나온 아이들은 대부분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다섯 가지 유형별 학생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1. 시키는 것만 하는 아이들

만나는 아이들 중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시키는 것을 다 해오려 노력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인정 욕구가 크기 때문에 숙제나 노트 정리를 꼼꼼히 해왔을 때, 이에 대한 노력과 과정에 대해 충분히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시키는 것을 잘해오는 학생들은 꾸준히 숙제를 하기 때문에 평균 이상의 성적을 유지하기는 하나 자기주도적 학습력이 결부돼있는터라 최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어렵고 결국 지치기 마련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장기적으로 학생에 맞는 목표를 설정해주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 조금씩 계획을 세워보는 법, 계획에 맞춰 공부하는 연습도 함께 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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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숙제를 1/3만 하는 아이들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도 그렇다고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상당히 애매한 아이들입니다. 만나는 아이들 대부분이 이런 모습을 갖고 있으며 생각해보면 제 학창 시절도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숙제를 1/3만 해오는 아이들은 숙제 혹은 학습이 첫 번째 우선순위가 아니며 숙제를 하는 이유는 단지 부모님께 혼나지 않으려거나, 선생님이 무섭거나 다른 무언가 할 것이 마땅치 않아 조금씩 해오는 그런 학생들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부모님의 포지션이 상당히 중요한데 부모님은 숙제하라 잔소리를 하기보단 묵묵히 지켜보시며 학습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대부분 현실 가정에선 부모님은 나머지 2/3의 숙제는 왜 안 했느냐며, 공부를 했는데 시험성적은 왜 이러냐며 쓴소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잔소리를 하고 아이를 책상에 앉힌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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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욕만 넘치는 아이들

의욕이 넘치는 아이들은 대부분 사교성이 좋습니다. 주변에 친구들도 많고 하고 있는 일들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숙제나 일일 학습량은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학습에 관심이 전혀 없는 친구들은 친구들만 곁에 두고 공부는 거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아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공부할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세부 실천사항은 없는 경우가 허다한 경우의 학생들입니다. 이런 경우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대외활동이 무엇인지 선택하게 하고 그 활동에만 열심히 집중할 수 있도록 맞춰줍니다. 대신 그 외에 활동이나 친구들과의 소모적인 만남은 줄이고 거기에 학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을 해놓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학습의지가 있는 친구들이라면 본인 스스로도 학습의 필요성을 알기에 환경만 적절히 통제해주면 그래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하는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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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완벽하게 숙제를 하는데 인성이 좋지 못한 아이들

공부는 잘하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안하무인 격 친구들이 있습니다. 공부를 가르치러 가서 인성을 논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지만 가끔 이런 친구들을 만날 때면 수업을 중단할 생각으로 따끔히 얘기하곤 합니다.

부모님과 상담 시 아이들의 성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대부분 드러나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제 편을 들어주시면 조금 강하게 혼을 내며 지도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오로지 아이 편이라면 수업을 중지합니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진행되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고 예민한 부분이기에 제가 오로지 컨트롤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공부를 정말 잘하는데 말하는 투나 인성이 좋지 못한 아이들을 만날 때면 씁쓸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5.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들

가장 다루기 힘든 아이들이며 남자아이들 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들이 꽤나 있습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 학교도 다니고, 학원도 잘 왔다 갔다 하며 무엇인가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몸만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학생들입니다.

이런 친구들은 꿈에 대해 이야기해도, 학습에 관해 이야기해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대부분 PC방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심지어 집에 도착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친구를 지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학생들마다 모두 케이스가 다르기에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아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심리적 불안정, 가족관계에서의 갈등, 학교 생활의 어려움 등 아이가 터놓고 얘기하기 전까진 절대 알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터놓고 얘기할 대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아이가 답답하기만 하고, 과외선생님은 숙제를 해오지 않음에 대해 타박하고 진도를 나가기 바쁩니다. 친구들끼리는 오늘 얘기하면 내일 잊어버리는 가벼운 이야기들만 하고 있으니 정작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대상이 없는 것입니다.

이 친구들은 답답하더라도 부모와 교사 모두 당장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런 친구들입니다. 기다리고 들어주다 보면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기다림의 시간 동안 부모님께서 학습이나 코칭을 중단하시면 더 이상 아이를 기다려줄 수 없게 되지만 기다리고 들어주면 이런 아이들도 분명 조금씩 변화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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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오로지 학습태도와 성향에 국한하여 분류한다는 것이 마뜩치는 않지만 학생의 신분에서 아직까지 가장 중요한 것이 공부이기에 이렇게 분류해보았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이 저 다섯 가지 유형에 속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이들 자신조차 자기 성향이 어떤지.. 왜 학습을 멀리하는지.. 정확하게 바라보고 수정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님의 잔소리에 지치고, 부모님은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자식의 모습을 보며 애타 합니다.


지난 몇 년간 수없이 이 모습을 지켜보며 느낀 점은 아무리 부모님이 학습하라 보채고 학원 보내고 과외를 시킨다고 한들 아이들은 별반 나아짐 없이 학습과 더 멀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지속된 잔소리는 아이들과의 관계나 학습의지를 불어넣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기한을 두고 지켜보시고 격려해주시되, 내 아이가 학습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땐 과감히 다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합니다. 대학 간판보단 개개인의 능력과 창의성이 더 존중받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무엇에 소질 있고 잘하는지 부모님은 지속적으로 내 아이를 관찰해야 합니다.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아는 것 또한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 맞벌이 가정, 편부모 가정 등 아이들에게만 관심을 쏟기에 너무나 각박한 현실이지만 하루 30분 공부라는 주제를 벗어나 아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아이가 무엇에 흥미가 있고, 요즘 어떤 일이 고민인지 쉽게 캐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아이들과 소통의 끈을 놓치는 마시길...


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힘든 현실인데,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더 어렵고 힘든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요즘 참 많이 하게 됩니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 좋은 남편이 된다는 것과 함께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는 주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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