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낮은 참 바쁘다. 그래도, 밥을 먹고 커피를 한 손에 들고 "Don’t worry be happy"를 들으며 입국과 출국장 앞을 참 많이 걸었다. 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의 톡톡 튀는 목소리에 아카펠라처럼 들어가는
"뚜밥밥~" 소리를 들으면 오후 업무도 걱정 없이 잘 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출국장 앞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고 무인 발급기에서 표를 받는 사람들의 즐거운 이야기. 도넛 집에서 나오는 달콤한 향을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도넛과 각자의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의 모습. 비행기 날개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듯 당당한 걸음으로 전진하는 기장과 스튜어디스들이 만드는 속도의 흐름. 이런 풍경 속에서 우리는 설렘과 기대감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가끔 애틋함과 기다림을 느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제 내년 명절에야 볼 수 있을 아이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넨다. 아이들은 어떻게 아는지 금방 다시 못 본다는 것을 안다. 보통 울고 있거나 때를 쓰는 아이도 있다. 분명 ‘금방 또 봬요’라고 이야기하고 이제는 엄마가 된 딸은 아이를 급하게 안았을 것이다. 딸의 뒷모습과 포클레인을 꼭 쥔 채 인사하는 손자에게 할머니는 손을 흔든다. 딸의 뒷모습에도 감정이 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미안하고, 잘 계셔서 고맙다는 기분을 느낀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외할머니는 에어컨 실외기가 있던 창가에서 내가 사라질 때까지 한참 손을 흔들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처럼 아이도 다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밟게 될 때마다 할머니의 그리움을 기억할 것이다.
입국장 앞은 사뭇 다르다. 팔짱을 끼거나 뒷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종류의 그리움의 표현이다. 긴 비행을 끝내고 나오는 애인 짐을 들기 위한 수고로움, 어쩌면 준비해 두었을 저녁을 조금이라도 빨리 같이 먹기 위한 아버지의 기다림, 친구들과의 여행이 끝나고 집에 가는 버스를 찾아보는 아쉬움. 그네들의 기분은 이렇게 뒷모습에 나타난다.
그들은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노부부는 제주도 오름에 오를 것이고, 감귤을 팔 수도 있겠다. ‘내년에도 꼭 가자’라고 이야기한 친구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 학교 과제와 아르바이트에 치여 살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비행기가 위로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어디쯤 날아가고 있는지 찾아보며 떠올릴 것이다.
나도 떠올린다.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오후에는 조금 덜 바빴으면 좋겠다. 감독하고 있는 작업에서 아무도 안 다쳤으면 좋겠다. 노래의 Don’t이 어쩌면 Do worry be happy인 활주로에서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사라지지 않는 걱정을 품은 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