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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주로가 있는 밤 Oct 03. 2022

월요일 출근 안 하는 방법

공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월요일 회사 안 가는 법을 알아냈습니다. 지금은 일요일 밤 9시, 한 주를 편하게 보내기 위해서 일찍 잠에 들까 아니면 주말의 끝을 불태울까 고민되는 시간입니다. 잡지에서 봤는데 사람들이 일주일 중 가장 불행히 여기는 시간대가 일요일 저녁과 목요일 아침이라더군요. 목요일은 아직 주말까지 하루가 남았으니 그렇다 쳐도, 일요일은 아직 쉬는 날인데도 월요일만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히시나 봅니다. 반대로, 가장 기대되는 날은 당연히 금요일 저녁입니다.


숨이 턱 끝까지 올라오는 평일을 지나며 우리는 주말을 기다립니다. 이번 주말에는 장을 봐서 아내에게 김치찌개를 해줘야지라거나, 이제는 정말로 미룰 수 없는 식탁을 사러 가야지 같은 계획도 좋겠네요. 집에 돌아와서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시원한 맥주와 제가 좋아하는 치킨을 먹으며 이런 게 인생이지라며 아내에게 이야기하겠죠.


돌이켜보면 제가 일하는 공항이라는 장소가 주말의 기분을 가장 잘 표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국하는 사람들에게는 각기 다른 설렘이 보입니다. 매번 먹는 한 끼 이지만 오늘이 조금 더 좋아지기 위해 무엇을 먹을지 심도 있게 이야기 나누는 분들도 있고, 제주도에서 꼭 하고 싶던 등산 일정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그분들도 비행기를 타시면서 기대감에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네요. 그래, 이게 사람 사는 거지.

일단 늙을때까지 일을 해야 될 것 같긴합니다. 한참 후에야 월요일날 출근 안하겠죠?


다시 돌아와, 저는 어떻게든 월요일 출근 안 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하더라도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주말과 다른 평일을 잘 보내려면 아무래도 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회사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으니 다른 쪽으로 잠시 고민을 돌려보죠. 이런 그것도 쉽지는 않겠네요. 제가 가지고 있었던 취업, 결혼. 자녀. 돈과 같은 고민들이 보이네요. 그리고는 이제는 닮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늙어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봅니다.


부모님도 월요일 회사가기를 싫어하셨겠죠. 울적한 마음으로 출근해 여기까지고 저기까지고 상처투성이 마음으로 가족들과 같이 먹을 식탁으로 돌아오셨겠습니다. 가끔 통닭을 한 마리 사와서 우리들에게 닭다리를 건네주시던 게 생각납니다. 아마 밝게 웃던 우리들의 모습을 통해 그래도 다시 출근해 주말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지 않았을까요. 왜냐하면 저도 날이 힘들 때면 아내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며 웃는 모습을 실컷보고 힘을 얻거든요.


아참 그래서, 주말 길게 보내시는 비법을 안 말씀드렸네요. 쉽습니다. 월요일 휴가를 내면 됩니다. 물론 화요일에 마주칠 넘치는 일에 대한 걱정을 월요일 저녁때 하셔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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