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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양 Aug 18. 2024

아프면서 배우는 것들

수술후기

"무통주사 맞으실 건가요?"

"네, 꼭 신청해 주세요."


아픈 게 무엇보다 두렵다.

산통만큼 아프다고 했다.

첫째를 낳을 땐 정말 날 좀 그냥 죽여주세요. 날 좀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할 만큼 아팠다.

둘째를 을 땐 둘째는 금방 낳는다는 말에 긴장을 놓고 있다가 또 한 번 당했다.

누가 둘째는 쉽다 그랬어?

셋째 때가 되어서야 무통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무통천국이 이런 거구나.

이제 좀 아프려나 하는 순간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내 몸의 고통을 어찌하지 못해 차라리 기절하거나 죽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

그런 고통이 무서워 이번에도 무통주사의 힘을 믿었다.


수술이 끝나고 무통이 들어가자마자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노란 위액을 토해내다 나중엔 뭔지 모를 초록색 액을 토해냈다.

헛구역질은 계속되고 수술부위는 복압으로 더 고통스럽고 무통 공급을 중단했다. 그렇게 무통천국은 사라지고 지옥 같은 이틀을 보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난다고 조금씩 회복되는 몸이 신기하다. 죽도 먹고 약도 먹고 속이 채워지면 토하는 부작용이 줄어들 거라고 오늘에야 무통주사를 다시 넣게 되니 복통도 사라져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 무통천국 시작.


고통이 사라지니 여유가 생긴다.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내 남편도 이렇게 다정하고 친절할 수가...

아픈 내가 안쓰러운지 손도 주물러주고, 등도 두드려주고.... (근데 그게 더 아파...)물도 떠 다 주고, 베개도 받쳐주고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나 신경 쓰는 마음이 보여 내 남편 맞나 싶다.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었는데 내가 어떻게 했기에 그렇게 데면데면 지냈나 싶기도 하고...

보호자로 남편이 같이 병원에 오자 혼자 남은 막내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 돌봐준 이웃언니,

먼 곳까지 찾아와서 얼굴 보고 가 준 언니와 친구.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제주에 와서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적응하며 어울리고 살고 있구나 싶다.

 

아프면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어진다.

가능하면 몸관리는 최선을 다할 것.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다정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

나 또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것.

너무 뻔한 결론이지만 진심으로 깨닫게 되는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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