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알맞는 가구 만들기
남편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살다 보면 공간에 알맞는 가구가 필요하다. 살다 보면 말이다. 직접 만들지 않았다면 예쁘다는 이유로, 저렴하다는 이유로, 유행한다는 이유로 들여놓는 가구가 제법 되었을 테지만 직접 만들다 보니 놓일 위치, 용도, 재료, 디자인 등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한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낭비는 줄일 수 있다. 적어도 가구가 짐이 되지 않도록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다.
등받이 두 줄 벤치
신혼집엔 7평 남짓한 작은 마당이 있었다. 정남향의 햇빛이 좋아 빨래 줄을 걸어 일부러 하얀 빨래를 널어놓기도 하고, 고개 들어 쳐다본 하늘이 눈부시게 예뻐 작은 의자를 내놓고 차를 마시기도 하였다. 쪼르르 초록 식물이 늘어갈 무렵 작은 마당이지만 벤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SOS를 쳤다.
“마당에 놓을 벤치 하나 갖고 싶어! 등받이가 두 줄 있는 전형적인 형태의 벤치. 마당에 두었다가 유사시엔 식탁 의자로도 쓸 수 있게 식탁의자 높이가 좋겠어.“
생각만 해도 조화롭지 않은가? 재료로는 마당에 중문을 만들고 남은 소나무 구조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가구 제작용으로는 쓰이지 않지만 재료비도 만만치 않기에 남은 재료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쓱싹쓱싹! 마당은 어느새 목공방이 되어 등받이가 두 줄 있는 벤치가 완성되었다. 이것이 남편이 만든 두 번째 가구다.
남편의 두 번째 가구 - 신혼집에서 2010
자작나무 신발장
신혼집에서 꼬박 3년을 살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했다. 주택과 아파트를 혼합한 형태의 우리 집이 난 꽤나 마음에 든다. 하지만 체리색의 붙박이 가구들은 영 탐탁치 않았다. 남편과 나는 가구를 만들 때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대다수의 가구는 *MDF 또는 *PB위에 필름 시트지를 입힌 것으로 원목 색상일 뿐 원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번은 한 칸짜리 원목 장롱을 나눔 한다기에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양이 예뻐 받았다가 머릿속이 하얘진 경험이 있다. 일부, 원목이 사용되기는 하였으나 PB위에 나뭇결이 느껴지는 필름 시트지를 입힌 것이었다. 비싼 용달비가 아까워 버리지도 못하고 사용하는 동안 정을 붙이고자 페인팅만 해서 사용 중이다.
대부분의 기성품 가구는 이처럼 MDF나 PB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현관에 떡 하니 버티고 있던 신발장이 PB제품이라 영~ 거슬렸다. 좁은 현관에 천정까지 닿는 신발장은 현관을 더 답답하게 느끼게 했고, 신발장 문에 붙어있는 거울은 현관문과 정면으로 마주하여 풍수지리상 좋지 않다고 하기에 교체할 시기만을 노리고 있었다. 사실 커다란 신발장을 현관에 둘 이유가 없었다. 대가족이면 몰라도 셋이 사는 집에 계절별로 분리하면 작은 신발장을 놓아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마침 자작나무 자투리를 구매 해 둔 것이 있어 그것을 활용하기로 했다. 가끔 목공방에서 자투리 나무를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하는데 자작나무라 활용도가 높을 것 같아 구매해 둔 것이다. 아이 신발은 편리를 위해 보이는 수납으로 하고 현관이 좁으니 미닫이문의 키 낮은 신발장을 만들었더니 한결 넓어진 현관을 사용 중이다.
기존의 신발장에서 때어낸 거울을 현관 왼쪽에 두고 키작은 미닫이 신발장을 만들었다. 2015.01
원목 싱크대
다음은 싱크대다. 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고 제작할 엄두도 나지 않았기에 상부장을 없애어 답답함을 덜어내는 것으로 타협하며 살았다. 조금씩 변화를 주며 5년을 사용하다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싱크대에 대한 욕망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자 남의 집 주방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결심했어!, 내게 선물하는 거야!' 갖고 싶었던 ‘도자기 싱크볼’ 입고 소식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2016년 8월, 2개월 단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나 자신에게 싱크볼을 선물했다. 싱크대 교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열두 번도 더 바뀌는 마음 때문에 완성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렸을까? 급한 성격의 소유자인 줄 알았던 난 어쩌면 무던한 성격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원목 상판으로 할까? 타일 상판으로 할까? 스테인리스 상판도 예쁘네?’ 글로는 고민의 시간이 드러나지 않지만 수많은 자료와 수많은 생각은 한 달이 넘었다. 예쁜 것으로만 따지면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아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기로 했다.
1. 타일 상판
: 김칫국물이라도 떨어지면 줄눈에 물이 들어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탈락.
2. 스테인리스 상판
: 편리하긴 하지만 스크레치라도 생기면 단박에 표가 나고 생각 외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해서 탈락.
3. 원목 상판
: 물을 사용하는 곳이라 관리하기 어렵다지만 어쩐지 자신 있어서 최종 선택.
아무리 셀프 작업이지만 비용도 비용인 데다가 쏟아야 하는 에너지(대부분은 남편의 몫)도 무시할 수 없기에 작업 시작 전까지 긴 생각을 했다. 스케치를 하고 페인팅까지 족히 6개월은 걸린 싱크대는 원목 상판으로 하면 후회할 거라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4년이 넘도록 만족하며 잘 사용하고 있다.
남편이 만들어준 가구는 우선 많은 고민의 흔적이 들어가 있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요소가 숨어있다. 기성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세심함이다. 예를 들어 상판에서 물이라도 흘러내리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상판 아래쪽에 홈을 내어 준다던지, 그림으로는 알 수 없는 인간공학적인 측면까지 고려되어 있다. 드디어 2400mm의 싱크대가 완성되었다.
빈티지 창문을 허락한 수납장
나의 요구는 되도록 들어주는 남편이 거짓말 조금 보태 100번쯤 말한 뒤에 만들어준 가구가 있다. 2018년 겨울에 완성된 가구로, 그릇 선반 아래 둘 수납장이다. 문제는 그 수납장의 ‘문’에 있는데 6년 전쯤 될까? 앞집에서 버린다며 내놓은 나무 창문 2쪽이다. 오래된 창문이라 잠금장치까지 예스러워 남편을 꼬드겨서 가져다 놨는데 남편은 영 맘에 들지 않는지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몇 년을 베란다 창가에 기대 놓고, 볼 때마다 말을 건넸다. “널! 활용해 줄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너의 진가가 발휘될 그날이 올 거야~ ” 우선 내 생각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두쪽짜리 창문을 놓고 오만가지 가구를 만들었다가 부쉈다가 갈팡질팡 하고 있었으니, 남편이 만들겠다고 결정을 해도 걱정이다. 드디어 확고하게 결심이 선 어느 날. “자기야! 내 생일 선물로 선반 아래 딱 맞게 수납장 만들어 주세요~~~. 한쪽은 창문을 활용해서 만들어 주고 한쪽은 자기 맘대로 만들면 돼요~!" 디자인을 허락한 것이다.
서점에서 사용하는 것은 남편 맘대로, 집에서 사용하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우리의 규칙이기 때문에 집에서 사용할 가구 디자인을 남편에게 전적으로 맡겼다는 것은! 남편에겐 큰 즐거움이었는지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드디어 완성! 대~~~ 박! 안성맞춤이다.
어쩜~! 색상도 이렇게 잘 맞을까? 갖고 있던 스테인을 이용했는데 이질감 없이 잘 맞는다.
(페인팅은 온전히 내 몫)
주워온 빈티지 창문을 활용한 수납장 - 오른쪽 쥐꼬리만큼 보이는 수납장은 남편 맘대로 디자인 한 선반장^^
"자! 이젠 욕실 셀프 공사다! 아니다! 서점 외부 페인팅 먼저 해야 하나?"
*MDF(Medium Density Fiberboard) :
나무의 섬유질을 추출하여 접착제와 섞어 열과 압력으로 가공한 목재.
*PB(Particle Board) :
원목으로 목재를 생산하고 남은 폐 잔재를 부수어 작은 조각으로 만들고 접착제를 섞어 고온 고압으
로 압착시켜서 만든 가공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