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고치며 이야기는 더해진다.
느리지만 천천히 완성해 나가는 셀프 공사는 그 기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아주 깊은 고민을 하기에 후회는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끔은 헷갈리기도 한다. 하고 싶은 부분이 생겨서 공사를 하는 건지, 셀프 공사가 가능하기에 하고 싶은 부분이 늘어나는 건지.......
드디어 외벽 페인팅이다!!! 생각 같아서는 내부 공사와 외부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싶었지만 셀프 공사라는 한계로 동시에 진행할 수 없었다. 사실 난 외부 공사를 먼저 하고 싶었다. 내부야 문 닫아놓고 하면 되지만, 밖은 적나라하게 보이기에 빨리 깨끗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답답하리만치 더딘 작업이지만 거의 남편 혼자 하는 작업이기에 나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어느날 나의 이런 생각을 읽은 남편은 “빨리 완성하고 싶지?” 이렇게만 말했을 뿐이다.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과 함께 과정이 형태로 자리 잡았다.
아직 조명공사 등 남은 일이 많았지만 이젠 겉을 손 볼 차례가 되었다. 내 의견을 피력할 때다. 무슨 색이었는지 짐작만 할 뿐, 딱히 정의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빛바랜 건물의 외벽 색상을 정하는 일이다. ‘무슨 색으로 칠하지?’ 색상 선택이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다. 처음엔 노란색이었다. 허공상실(한미서점의 문화프로그램 공간 이름으로 허상, 공상, 상상을 실현하는 곳)의 나무문을 남색(갖고 있던 페인트 활용)으로 결정 해 놓았기 때문에 노란색이 제법 잘 어울릴 테다. 하지만 어느 날 자료를 살피다가 흰색으로 바뀌었다. 밖에 쪼르르 식물을 놓아도 예쁠 테고 더러워졌을 때 덧칠하기도 좋을 테니 ‘역시 흰색이지~!' 싶었다. 그러다가 페인트 브랜드의 리플릿을 본 순간 "바로 이거야!" 이전의 색상은 모두 날려버리고 우리가 주문한 색은 짙은 회색 벽에 연두색 문이었다. (갖고 있던 남색 페인트는 무시하고 세련됨에 빠졌다)
외벽은 노란색에서 흰색, 그리고 회색으로 바뀌었다. 물론 머릿속으로만 칠한 색이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페인팅하기로 한 날,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점 주변이 보였다. 그리고 서점 건너편에 서서 주변을 바라봤다. 우리의 서점과 서점의 옆 건물, 그리고 동네. 회색으로 칠하면 우리의 건물은 세련되어 보일 수 있겠지만 가뜩이나 어두워 보이는 동네가 더 어두워 보일 것 같았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때 세월호의 아이들에게 닿았다.
그래, 노랑이야!
2015년 10월! 우린 최종 결정을 내렸고, 그렇게 긴 과정을 거쳐 탄생한 '노랑노랑 한미서점'이다. "아버님! 노란색으로 칠했는데 어떠세요?"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 서점에 나오셨을 때 여쭸었다. "파란색으로 칠하지~~~" 아버님은 말끝을 흐리시며 노란색으로 바뀐 서점에 대한 아쉬움을 비추셨다. "아버님 파란색 좋아하시는구나?" 난 아버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가며 여쭈었다.
그 후 드라마 '도깨비'에 노출 된 서점을 보신 아버님은 나를 자꾸만 불러 "나왔다!" 하시며 적잖이 좋아하셨다. "아버님! 노란색으로 칠하길 잘했죠?" 아무 말씀 없이 미소 지으시며 고개를 '끄덕끄덕' 하셨던 아버님이 생각난다.
노랑은 신의 한 수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