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수 놓은 태교일기

태교일기를 썼습니다

by 시연



아이와 관련 된 3권의 일기장이 있다. 태교 일기 1권, 육아일기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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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사의 부록으로 짐작되는 태교 일기장은 남편이 운영하는 서점에 들어온 것이다. 저렇게 예쁜 일기장이 부록이냐고? 아니다. 만들어진 지 몇 년은 되었을 법한 일기장은 조잡한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어 처음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니 해당 주차에 조심해야 할 것들과 준비해야 할 것 등이 인쇄되어 있어 사용성 면에서 유용할 것 같았다. 커버를 바꾸면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고 태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직 태명도 짓기 전이라 리넨 위에 이니셜 첫자를 수놓고 레이스와 천을 조합 해 표지를 바꾸니 애착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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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기록한 짧은 글이 차곡차곡 쌓였을 때 놀러 온 친구가 이것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짧지만 깨알같이 기록한 태교 일기장을 보여줬더니 "우리의 아이들이 태어나 자랄 때는 영상이나 보지 무슨 일기냐"며 마치 구시대의 유물을 바라보듯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입장바꿔놓고 생각해봤을 때, 엄마가 쓴 태교 일기장을 본다면 많이 좋을 것 같아. 아직 태어나기 전의 나와 엄마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그리고 혹여라도 사춘기를 호되게 앓게 될 때 이것을 보게되면 마음을 다잡을 것 같아." 나의 바람일 수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태교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내가 좋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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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보면, 임신 막달엔 뱃속의 아기가 발을 쭉 뻗으면 볼록 나온 엄마 배에 발모양으로 쑤욱 도드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난 그 경험을 꼭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예정일보다 한 달이나 일찍 태어나는 바람에 그 경험을 할 수 없었을 뿐더러 태교일기도 그것으로 끝낼 수 밖에 없었다. 생각도 조심스러워 '너를 빨리 만나고 싶어'라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었다. 그런데 아이는 일찍 만나고 싶었는지 한 달이나 일찍 엄마 아빠를 보러 나왔다. 별 수 없이 육아일기로 건너띄었다. 예쁜 일기장을 준비할 틈도 없이 쓰기 좋은 스프링 공책을 구입 해 육아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어설픈 엄마인 내가 아이를 만나며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 아이가 처음 내뱉은 언어, 내게 기쁨을 줬던 말과 행동 등이 고스란히 기록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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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상 촬영도 했다. DSLR, 비디오카메라, 휴대폰. 하지만 난 영상세대가 아니어서인지 역시 글이 편하다. 아이가 한글을 읽게 되면서 내가 써 놓은 일기장을 봤을 때의 그 느낌은 영상을 볼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휴대폰으로 찍었던 영상은, 지금 보기엔 화질이 너무 떨어지거나 휴대폰 고장으로 날려버린 것들도 많아 생각만 해도 아쉬움에 울상이 된다.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그것을 보려면 세팅할 것이 너무 번거로워 열어 본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그나마 DSLR로 찍은 것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가끔 보게 되는데, 정리되지 않은 폴더를 열다가 어쩌다가 보게 되는 경우다. 물론 글이나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기억까지 소환되니 하하 호호 깔깔깔~ 그때의 아이 모습에 푹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 위에 글로 남겨두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아이와 함께 육아 일기장을 들춰보며 처음 뱉은 말과 아직도 해석을 못한 언어에 대한 궁금증, 처음 세단어를 조합한 언어에 아이도 나도 배꼽을 잡아야만 했다.

할머니가 텃밭에 심어놓으신 파를 보며 "파~"

우산을 보며 "엄브레~~ ㄹ"

아빠를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가 보여줬던 행동과 말.

알고 있는 단어를 조합해 책 읽는 시늉을 했던 아이의 말속에 있었던 무서운 단어 "단두대"

할머니 재채기 소리에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눈물 흘렸던 순간.

.......


다시 일기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