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문제를 고려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나의 결혼식 답례품을 고민하다가 여러 면에서 좋을 비누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것이 시작이 되어 어느새 13년째다. 좋은 재료를 사용 해 만들었지만 예민하지 않은 나는 그것이 좋은지 어떤지 모르고 사용했다. 집에서 비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내가 좋아하는 향의 에센셜 오일을 골라 넣을 수 있으니 사용할 때마다 즐거웠다. 더군다나 식재료로 가능한 분말을 부재료로 넣으니 피부에 좋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난 민감한 피부가 아닌 탓에 좋은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좋으려니.... 생각할 뿐.
모양도 예쁘도 향기도 좋고 피부에도 좋은 이것을 선물용으로 만들게 되었는데 사용한 사람들 대부분이 그 어떤 비누보다 좋다며 생생한 후기를 들려주었다. 그제야 검증받은 듯 주저하지 않고 지금까지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샴푸 대신 사용하고 있는 샴푸바는 욕실을 한결 가볍게 만들 뿐 아니라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게 되었고, 세안 비누 역시 포장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을 계기로 지구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어 직접 길러 수확한 수세미를 말려 설거지를 하고, (사용해 보니 이 또한 좋은 것이 증명되었다.) 일회용 비닐은 최대한 적게 사용하며, 세탁세제로는 베이킹소다와 과탄산소다, 식초를 사용하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중이다. 비누 하나 만들어 사용했을 뿐인데 그것이, 시작이 되었다고 할까?
케잌이 아닙니다. 비누입니다.
"재생종이는 비싼데 왜 재생지를 사용해요? 이것도 낭비 아닌가요?" 서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엮어 해마다 책을 한 권씩 만드는데 반들반들한 것보다 서걱거리는 느낌을 좋아해 재생지를 사용하고 있다. 또 이왕이면 인체에 무해한 콩기름 인쇄를 고집하고 있는데 지난해 점자책을 만들었을 때 점자 제작처에서는 내게 그렇게 물어왔다. "벌목을 줄이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예요~"라고 답변했다.
종이를 재생하는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재생지 펄프 함유율이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더 비싸다. 하지만 그만큼 나무를 벌목하는 것이 줄어드니 단순히 소요되는 비용만 갖고 말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프린트 용지도 재생지(중질지 사용)를 사용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에 제출 시 흰 종이 없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 달라 좋게 보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직접 싼 김밥 같지만 사온 김밥
애용하는 김밥집이 있다. 몇 해 전 김밥집에서 사용하는 달걀의 진실을 알고부터 김밥을 더 이상 사 먹지 않게 되었는데 동네에 생긴 김밥집 이름이 나를 이끌었다. <올찬> 왠지 좋은 재료를 사용할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년째 드나들면서 단골이 되었는데, 좋은 재료는 물론 속을 꽉 채워 눈으로 보아도 맛을 보아도 만족스러웠다. 최근 환경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릇을 가져가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잊거나 밖에 있다가 포장해 오는 경우가 허다하여 생각을 실천하기 어려웠다.
나무젓가락은 항상 거절하고 포장 비닐도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은 채 가방에 넣어왔는데, 김밥 한 줄씩 포장한 그 종이만은 대체 불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은 하기 싫고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어 저녁을 김밥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저 그릇 챙겨갈 거예요~!" 전화로 주문한 후 그릇을 챙겨 나갔다. 유리그릇이라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사장님은 종이에 포장하는 대신 유리그릇에 넣어주시면서 애써 싸신 김밥의 모양이 흐트러질까 봐 걱정하셨다. 괜찮다고 집에 가서 먹을 거니까 상관없다고, 다만 종이에 후루룩~ 포장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려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
"아! 시간이 더 걸리네요~ 이건 생각하지 못했어요." 손님이 없으니 괜찮다고, 환경을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아니냐며 반겨주셨다. 아직 습관이 되어있지 않아 포장하는 순간 생각나는데, 오늘은 정신 차리고 가져왔다고 말씀을 드리니 요즘 그릇을 가져오는 손님이 꽤 있다고 하신다.
그렇게 유리그릇에 담긴 김밥을 먹는데 마치 엄마가 싸주신 김밥을 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설거지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럼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재생지는 비싼데 왜 사용하냐고 물었던 사람이 오버랩되었지만 여전히 난 그릇을 갖고 김밥을 사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