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절약을 위한 아이템

꿈꾸는 니들

by 시연

난방비 절약을 위한 아이템


남편과 함께 운영(실제로는 남편이 거의 운영하지만~ ^^;;)하는 서점에는, 전체 공간의 1/3에 해당하는 문화프로그램 공간 ‘허공상실(허상 공상 상상을 실현하는 곳)’이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지만 지역의 여건상 쉽지 않아 공간을 만들어놓고도 비워두는 날이 많다. 책 둘 공간도 부족 해 쌓아두거나 창고로 옮겨두는데 이 공간을 100% 활용하지 못하니 이만저만 아까운 게 아니었다.

2018년의 문턱에서 계획을 세웠다. ‘문화예술프로그램 공간-허공상실 적극 활용하기!, 적어도 일주일에 3일은 프로그램 운영하기'


열심히 사업계획서를 썼다. 감사하게도 계획대로 진행되어 2017년에 이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소장용 책 읽기 모임, 천연비누 만들기 모임 등이 이루어졌다. 각각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좋은 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책 읽기 모임에서는 지역의 치매센터에 기증할 수제 바인딩 공책 50권을 만들었고, 천연세제 만들기 모임에서는 공책과 함께 기증할 천연비누 50개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새롭게 2018년 10월에 시작한 동아리 모임, 꿈꾸는 니들!


꿈꾸는 니들은 3개의 동아리가 모여 손뜨개를 하는 모임으로 탄생했다. 손뜨개를 배우고 싶은데 우리끼리는 서툴러서 더뎌도 너무 더디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배워볼라치면 나의 속도와 맞지 않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뜨개방 선생님을 강사로 모실까?’,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지역의 어르신을 강사로 모셔 손뜨개를 배운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머물렀다. 강사 자격증이 있어야 강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강사를 해~

잘하실 수 있어요~ 그냥 편하게 해 주시면 되니 걱정 마세요~



그래 봤자 대부분 민간 자격증인데 뭐라도 하려고 들면 자격증이 발목을 잡기가 일쑤니 어르신들이 설 곳이 마땅치 않다. 삶을 성실히 살다 보니 달인이 되신 어르신을 모셔 강사의 자리를 내어드리기로 했다. 수다는 덤으로 따라오는 즐거운 손뜨개 시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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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은 별것 아닌 거라고 생각하시는 어르신께 가르침을 받으며 어르신에겐 삶의 활력이 되고, 우린 삶의 이야기를 곁들여 들었다. 더 이상 노년의 삶을 방치하지 않는 방법이 될 수도 있고, 노년을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018년의 무더웠던 여름, 과연 시원해지는 계절이 오긴 할까 싶었는데 그해 겨울은 유난히 더 춥다는 기상예보가 있었다. 서민들에겐 난방비가 걱정되는 겨울. ‘난방비 절약을 위한 아이템을 손뜨개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럼 어떤 아이템이 있을까?’ 고민의 시간 끝에 보온물주머니와 손뜨개 담요로 생각이 좁혀졌다. 이 아이템들은 일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친환경적인 난방법으로도 좋으니 주변으로 확장시켜도 좋을 일이다.


우선 보온 물주머니를 넉넉하게 구매해서 각각 2개씩 손뜨개 옷을 입혔다. 완성이 되면 하나는 지역의 어르신들께 선물로 드리고, 또 하나는 올 한 해도 수고한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작업은 알록달록 색실로 모티브를 떠서, 하나로 연결해 담요를 완성하는 것이다. 손작업이라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해 계획한 날 안에 할 수 있는 완성의 크기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우린 소소한 전시회와 이후의 작업들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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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절약을 위한 아이템 - 전시회



강사님이 아시는 분 중, 8년 정도 치매를 앓고 계시는 분이 계시는데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유지하시는 비결이 다름 아닌 손뜨개일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단다. 치매환자에게 손놀림이 좋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것이지만 그 정도일 줄 몰랐기에 목도리를 만들어 선물하는 것보다 직접 손뜨개 작업을 하실 수 있도록 재료를 기증하기로 했다. 실과 바늘. 그것만 있으면 어디서든 손작업을 할 수 있으니 공간의 제약도 없어서 좋다. 그렇게 50볼의 실과 50개의 대바늘이 우리의 기증품목에 추가되었다.


처음엔 핸드메이드 기록장 50개로 시작했다. 기록이 주는 힘을 믿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진 품목들이 하나하나 더해지면서 착해지는 마음도 차곡차곡 쌓였다. 한번 손에 든 실과 바늘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붙들고 있기 일쑤다.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날이면 눈에 띄게 작업한 것들을 들고 와서는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한 바퀴만 더 떠야지 했는데 아침 7시까지 떴다고, 아이에게 밥 차려주는 시간을 놓쳐 김밥 사줬다고, 남편 출장 가는 날이 너무 고마웠다고, 요즘 2시간밖에 못 자서 뜨개 시간을 정해놓기로 했다며 다크서클이 한가득 내려온 얼굴을 들이민다. 모두가 뜨개 지옥에 빠졌단다. 천국이 아니고 왜 지옥이냐 물으니 새벽기도 가기가 싫어질 정도였기에 지옥이란다.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코로나 19로 아까운 2020년이 어김없이 가을을 맞이했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한 기운이 가득해 슬슬 겨울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보온물주머니와 손뜨개 블랭킷이 한몫 단단히 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