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고치기로 했다
오래된 건물의 이력만큼 낡음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60년이 넘은 건물은 손 볼 곳이 많았다. 흉물스러운 초록색 천막을 덮은 낡은 지붕, 색을 가늠하기 어려운 빛바랜 외벽, 높낮이가 다르게 주저앉은 천정이 그 증거였다. 전문가를 불러 해결하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겠지만 그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서점의 벌이'라는 것이 그것을 감당해 낼 만한 것이 못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었기에 셀프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머리로 먼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했다. 지붕공사와 수도공사는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하고, 나머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하기로 했다. 드디어 잠자고 있던 건물을 조금씩 손보기로 한 것이다. 더디지만 꼼꼼히, 더디더라도 안전하게.......
너무 큰 간판
우선 간판이다. 수백 미터 떨어져도 보일만큼 큰 간판의 글씨는, 그냥 한미서점 하면 될 것을, 큰 목소리로 그것도 입을 크게 벌려 한. 미. 서. 점 이라고 읽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모양새였다. 이 간판 때문에 별도의 세금도 내고 있었으니 "잘됐다! 간판을 내리자! 그리고 작고 예쁘게 글씨를 쓰는 거야~" 남편을 꼬셨다. "간판은 알루미늄이니 고물상에 이야기하면 수거 해 가지 않을까?"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고물상에 의뢰하면 수거 해 갈 줄 알았던 간판은 '분리 해 놓아야 가져간다'는 한숨 나오는 답변으로 벌써부터 앞일이 걱정이었다.
별수 없이 간판 철거도 셀프다. 남편은 수많은 방법을 생각한 끝에 높은 사다리에 의지하며 직접 내렸다. 걱정과 달리 안전하게 내릴 수 있었으니 비로소 안심이다. 하지만 간판을 먼저 철거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셀프 공사라는 것을 잊은 채 덜컥 간판부터 철거 해 놓고 내부 공사 계획을 세웠으니, 지저분한 얼굴로 한 달 이상을 보낸 셈이다.
낡은 천정의 변신
처음 한미서점에 방문했을 땐 지금의 남편을 보느라 서점의 천정 따윈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무심코 천정을 올려다보는데 ‘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래되어 내려앉은 부분도 있었고 고르지 않은 부분에 높지 않은 천정이 어찌나 답답하던지....... 제발 천정 좀 어떻게 하자고 노래를 불렀다. 하루 종일 서점에 있는 남편이라고 어찌 다를까? 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그 답답함이 덜하지는 않았을 터, 매장과 붙어있는 창고를 들여다보니 천정의 모양이 대략 가늠이 되어 일단 저질러보기로 했다.
“천정을 털어내면 높은 천정이 드러나지 않을까?" 천정을 덧대느냐 털어내느냐 수많은 고민 끝에 낡은 천정을 털어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도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 작업이었기에 몇 군데 견적을 의뢰했다. 하지만 책이 가득한 곳에서 공사를 하는 것이 업체 측에서도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인지, 비닐로 보강작업을 해 놓으면 천정을 털어내겠다는 조건이 붙었다. 비용도 비용이었지만 보강작업을 해 놓으라는 말에 "그럴 거면 차라리 내가 하겠다"며 남편은 꽤나 긴 계획의 시간을 가졌다.
‘외벽도 칠해야 하는데, 서점 운영하려면 공사를 빨리 마쳐야 하는데, 우리가 과연 직접 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정말 오만가지 생각에 걱정은 쌓이고 쌓였다. 하지만 우린 넉넉한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선 창고의 빈자리에 책을 옮기고, 더 이상 옮길 수 있는 자리가 없자 책이 다치지 않도록 비닐커튼을 쳤다. 참으로 귀찮은 기초 작업이었지만 공사 후 책의 먼지를 닦아내는 것보다는 낫기에 최대한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꼼꼼하게 보강작업을 했다.
“외국영화 보면 그러더라? 비닐 쳐놓고 자기네 집 직접 페인팅하고.......” 그 모습이 멋져 보였던 난 수다를 떨며 기대에 가득 찬 모습을 있는 힘껏 드러냈다.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포기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사이 남편은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소소하게 가구를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작업이었기에 어떤 방법으로 작업을 진행할지, 장비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대략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지, 안전문제까지 세심하게 점검하며 계획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드디어 천정 털어내는 작업 시작!
1. 천정에 직경 10cm 정도의 구멍을 낸다.
2. 천정 구멍에 청소기 호스를 넣어 먼지를 빨아들인다.
3. 먼지를 빨아들인 부분의 천정을 뜯어낸다.
4. 다시 청소기 호스를 넣어 먼지를 빨아들인 다음 그만큼의 천정을 뜯어낸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서점의 천정을 모두 털어냈다. 드디어 5미터가 넘는 높은 천정이 드러난 날, 비록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높은 천정에 얼마나 속이 후련했는지 모른다.
기둥 보강
원하는 대로 천정을 털어낸 후 책장을 배치하고 이제 책을 꽂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꼼꼼 대마왕 남편은 60년이 넘은 건물의 보강작업을 해야 한단다. 급한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다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안전문제를 두고 반대할 수는 없었다. 전문가도 아니고 경험도 없는 남편은 틈나는 대로 공부하며 스케치 작업을 늘여갔고, 공간을 깔끔하고 안전하게 정리하기 위해 어울리지 않는 붉은색 철빔은 걷어냈다.
사실, 철빔을 걷어내면서도 기둥 보강작업에 있어 다시 철빔을 사용하느냐 목재를 사용하느냐 결론을 내리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단골손님 중에 목수 일을 하셨던 분이 여러 번 다녀가시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특히나 이렇게 직접 하는 것이 맡기는 것보다 훨씬 튼튼할 거라며 커피도 사주시고 응원까지 해 주셨기에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도면을 그리고 나무 소요량을 계산한 후 기둥 역할을 할 만한 구조재를 구매 해 철빔보다 더 안전하게 보강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그 기둥을 이용 해 가벽을 만들고는 서점 공간과 문화예술 프로그램 공간을 분리했다.
공사의 범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셀프 공사는 생각보다 훨씬 힘든 작업이다. 과정을 다 알았다면 어쩌면 진행하기 어려운 작업일 수도 있다. 대충 하는 법이 없는 남편 덕분에 더 더딘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과정을 겪으며 남편의 작업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문에 배움도 크고 공간에 대한 애정도 더 커지는 것은 좋은데 아... 갈 길이 너무 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