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주가 많으면 고생한다고?
처음은 있게 마련이다
'손으로 하는 작업들을 좋아한다'고 그 과정에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용은 아낄 수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기기가 일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 해 힘든 일도 많다. 하지만 해내고 났을 때의 성취감은 '으쓱'하게 만드는 뿌듯함으로 어깨는 머리 위로 올라 간지 오래다. 과정 과정이 모여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다양한 이야기가 덮여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것으로 완성된다.
'따라라라라~~~!'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기대감으로 가득 찬 얼굴로 말끔하게 단장된 공간에 들어가기만 하면 좋겠지만, 애당초 우리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 이번 생은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엄마는 '손재주가 많으면 고생한다'고 말씀하시며 내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셨다. 난 그 말이 듣기 싫어 "엄마! 요즘은 손재주가 많으면 잘살아~ 걱정 마셔~!"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그 의미를 이제야 알겠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던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남의 손을 빌렸을 텐데, 내가 할 수 있으니 굳이 맡기지 않게 되고 사서 고생이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게 어디냐 싶어 변화하는 과정을 즐기기로 했다. 쾌쾌 묵은 먼지와 맞서며 막막하기만 했던 천정 제거 작업을 마치고 나니 더 이상 겁낼 것이 없었다.
바닥공사
천정을 걷어낸 후 기둥을 구조적으로 단단하게 보강하고 이번엔 바닥 차례다. 울퉁불퉁한 바닥을 매끈하게 만들고 싶었다. '타일로 할까? 카페에서 많이 하는 노출 콘크리트? 아니면 나무 바닥?'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시멘트로 낙찰! 일명 미장 작업이다. 원래는 수도공사를 하면서 맡기려 했는데, 한숨이 절로 나오는 비용 때문에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미장 작업이지만, 뭐든 처음은 있게 마련이니 ‘해보지 뭐!’ 근거 없는 자신감에 재료를 구매하기로 했다.
사실 미장 작업은 만만해 보였다. 그냥 스윽~ 바르면 될 것 같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수평 몰탈이라는 것도 있어서 어렵지 않단다. 마침 서점 인근에 건축 재료상이 있어 주문을 하려는데, 공사할 바닥면이 고르지 않고 경사가 있으면, 수평 몰탈의 경우 엄청난 양을 부어야 한단다. 쉽게 하고 싶었는데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할 수 없이 일반 몰탈 10포를 구매해 와서는 갑자기 넓어 보이는 공간 앞에 섰다. 그사이 하늘을 찌를 듯 한 자신감은 어디 가고 주문을 외워야만 했다. ‘할 수 있다! 이까짓 것! 하면 되지! 잘 될 거야~’
우선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표면에 접착제를 발랐다. 이런 접착제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재료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필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접착제가 마르기 전에 몰탈 작업을 하는 것으로 빠른 몸놀림이, 아니 손놀림이 필요하다. 자~! 지금부터 환상의 복식조를 선보일 차례다. 남편은 반죽을 하고 아내인 나는 미장(페인팅은 내 몫이기에 페인팅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게 착각임을 뒤늦게 깨달았다.)을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쩌면 그림이야 좋아 보일 수 있겠지만, 하.......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다.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결코 슥~ 바르면 되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기에 '내가 미쳤지~' 속으로 열두번은 외쳤던 것 같다. 하지만 이대로 멈출수는 없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냈다. 정말 남의 돈 거저먹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다.
단순하게 보였던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2~3시간을 예상했던 작업은 7시간이 넘어서야 마쳤고, 말끔해 보이는 바닥이 잘 마르기를 바라며 셔터를 내렸다. 다음날 아침 기대감을 안고 셔터를 올리며 바닥먼저 살폈다. 분명히 고르게 잘 바른 것 같았는데 뽀얗게 마른 시멘트 바닥은 울퉁불퉁 제멋대로였다. 역시 전문가가 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멍하니 바닥만 보고 있는 나를 보신 옆 가게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이정도면 아주 훌륭한거예요~" 훌륭하다고 하시니 또 그런가보다... 하고 기운을 낸다. 아자!
이젠 바닥 마감재를 결정할 차례. 시멘트에서는 라돈이 나오기 때문에 특히 실내에서는 반드시 시멘트 위에 마감재를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우레탄을 사용 하지만, 셀프 작업하는 우리에게는 과정도 조금 복잡하고 쉽지 않을 작업이라 좀 더 간편하고 저렴한 것이 필요했다. 수많은 검색 끝에 찾아낸 저렴한 바닥 마감재가 있었으니 바로 '아크릴 플로어 코트'다. 다행히 인근의 페인트 가게에서 구할 수 있었다. 조언은 오프라인의 장점인 덤이다. 그렇게 우린 밝은 회색빛의 바닥으로 일단락 지었다.
가벽 그리고 4미터가 넘는 책장
헉헉헉, 예정해 놓은 프로그램이 있어 쉼을 갖지도 못한 채 다음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서점의 1/3에 해당하는 면적을 문화프로그램 공간으로 분리하고, 나무 기둥에 OSB합판을 붙여 가벽을 세우기로 했다. 합판 크기에 맞게 기둥을 세워놓은 덕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탕탕탕!' 전동 타카를 사용하는 작업은 많은 주의가 필요하지만 작업에 속도를 내주었다. 때에 맞는 공구가 몇 사람 몫은 해낸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장본인으로 남편의 공구 욕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드디어 가벽을 세웠으니 대망의 책장 작업이다.
낮은 천정을 드러내고 무려 4미터가 넘는 천정이 드러났다. 우린 천정까지 닿는 박공지붕 형태의 책장을 만들기로 했다. 안전문제도 생각해야 하고 겉으로 나무 못 하나 보이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남편은 신중하게 도면을 그리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원목을 주문하고 도면에 맞게 재단을 했다. 너무 높기 때문에 하나의 몸체로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남편은, 그릇장 만들 듯이 하부장과 상부장을 따로 만든 후 설치할 거라며 계획을 이야기했다. 내가 여기서 도움 줄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간혹 나무를 맞들어야 하거나, 재단 위치와 목심 위치에 연필로 표시 하거나, 그저 남편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며 시시때때로 기도하는 일 뿐이었다. ‘다치지 않기를.......’
가벽 작업과 달리 책장 작업에서는 타카를 사용하지 않고 목심으로 하나하나 맞춰가는 작업을 했다. 고되기는 하지만 어떻게 연결했냐는 질문이 이어지는 깔끔한 책장이다. 하부 장을 만든 후 상부 장을 만들고 조립만 하면 끝인데, 계획과 실행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무려 4미터가 넘기 때문이다.
계획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남편, 잘 듣고 있는 나.
남편과 나는 책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어떻게 조립하지?" 물음표 백 개는 더 나온 것 같다. 우리끼리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 고민하고 있는데, 서점 인근의 사진관 사장님께서 도와주겠다고 오셨다. 숙련된 사람들이 아니었으니 남자가 하나에서 둘이 되었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 한 끝에 사다리를 계단 삼아 세팅 완료! 덕분에 멋진 책장이 완성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사다리 끝까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무서웠다.
고맙습니다.
'손재주가 많으면 고생을 한다'고 해도, 과정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가도, 셀프공사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