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가구 만들기 +

난생 처음 가구만들기 도전

by 시연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한다. 때문에 퀼트, 북 바인딩, 도예, 손뜨개 등 꼼지락 거리며 손으로 하는 작업들은 대부분 내 손을 거쳐갔다. 내 손으로 직접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으니, 그건 '손수 제작의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손작업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그리 가볍지 않아 나 자신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된다. 나는 어디쯤 있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내면의 나와 만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 지점의 끝에는 만족감과 성취감까지 더해져 기록이고, 역사이며,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 기념물이 된다.






첫 번째 목공_ 신혼가구 만들기 도전!

2008년, 결혼을 앞두고 가구를 보러 다녔다. 드디어 내 생애 가장 큰 목돈을 쓸 차례다.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때는 이때다 싶어 갖고 싶었던 것 맘껏 구매할 참이었다. 호기롭게 다녀봤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아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워낙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기에 한 가지 스타일로 결정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클래식하게 꾸미고 싶다가도 자고 나면 맘이 바뀌어 프로방스 스타일로 꾸미고 싶었으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료는 모이고 있었다. 하지만 또 어느 날엔 맘이 바뀌어 내추럴 스타일로 꾸미고 싶었다. 신혼집이 작으니 방방마다 스타일을 달리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나의 변덕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인테리어 자료를 갈무리하며 드디어 신혼집의 규모에 맞는 나만의 스타일을 정하고는, 오래전부터 도전해 보고 싶었던 가구 공방을 찾았다. 신혼가구를 직접 만들기로 한 것이다. 지금은 삶의 방식이 많이 다양해졌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천편일률적인 구조와 방식이 많았기에, 신혼가구를 직접 만든다는 말에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가능했던 것이, 나의 가구 목록에는 10자니 12자니 하는 대형 가구는 없었다. 우선 가구 옮기기를 즐겨하며 수시로 변화를 즐기는 ‘나’이기에 小가구 위주로 만들기로 했다.


처음 도전해서 만든 원목 가구 3형제


첫 번째 가구는 장롱이다.

작은 방을 드레스룸으로 꾸미면 될 테니 침실에 둘 예쁜 한 칸짜리 장롱을 만들기로 했다. 잠옷이나 침구류 수납용으로, 손님이 오셨을 때 지저분한 것들을 빠른 손놀림으로 감춰둘 수 있는 그런 용도면 충분했다. 키가 크지 않을것, 통풍을 위해 갤러리 문으로 만들 것, 서랍은 하나만 둘 것.

두 번째 가구는 오디오 수납장이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빠가 사주셨던 일체형 컴포넌트를 20대 초반까지 갖고 있다가, 직장생활을 하며 거금을 주고 구입 한 오디오와 LP 수납을 위함이다. 스피커까지 수납할 예정이라 철망으로 문을 만들고 CD수납을 위한 큰 서랍 하나를 만들기로 했다. 깊이는 옷장과 같은 폭으로 만들어 옷장과 나란히 두어도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 가구는 작은 서랍이 나란히 있는 선반장이다.

서랍엔 상비약과 잡동사니를 수납하고 선반엔 내가 좋아하는 장식 소품을 바꿔가며 변덕이 발동하면 기분을 풀어줄 용도로 활용할 가구다. 벽걸이 선반과 세트로 만들어 빈티지한 느낌으로 완성하여 오래도록 질리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총 3개의 가구를 신혼가구로 만들기로 했다. 먼저 자료조사를 한 후 필요한 사이즈와 용도에 맞게 디자인을 하고 도면을 그린 뒤 수종을 선택했다. 나무 재단은 '공방장'님이 해 주시기에 이후과정은 재단된 나무를 순서에 맞에 드릴과 피스, 목다보, 본드를 활용해 조립을 시작한다. 위험할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조립 후 지난한 샌딩 작업이 있을 뿐. 이후엔 내가 원하는 색으로 페인팅을 하면 끝이다. 원목으로 만드는 것이라 인체에 무해하기도 하고, 내 맘대로 나만의 가구를 제작하는 것이 여간 설레는 일이 아니었다.


다양한 수작업을 해봤지만 이렇게 큰 작업은 또 처음이라 완성되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뿌듯하기만 했다. 일반적인 10자~12자짜리 장롱 값 보다 비싼 걸 모르시는 시어머님은, 옷장도 안 사 왔다고 한 말씀 하셨지만 계절에 따라 용도를 달리 할 수 있고 이리저리 옮기기도 좋으니 내겐 안성맞춤인 가구다.


그릇장이 필요해요 - 남편의 목공 도전!

신혼집 주방에는 집의 크기와 비례 해 작은 싱크대가 있었다. 수납공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예쁜 그릇장이 갖고 싶어 스타일을 말하니, 남편은 '한번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내가 공방에 다니며 가구 만드는 것을 본 남편은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나무 파렛트 새것을 여러 개 구하게 되었다. 일단 이것으로 재료 준비 완료!


남편의 목공 도전 _ 남편이 만든 첫번째 가구, 그릇장


난 원하는 스타일을 디자인하고, 남편은 열심히 파렛트 분해 작업에 들어갔다. 꼼꼼 대마왕 남편 덕에 가끔 속 터지는 경험도 하지만, 그 덕에 남편의 결과물은 신뢰도 100%다. 아... 하지만 이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나무를 분리하고 못을 제거하고 거친 면을 다듬는 과정은 재미도 없고 힘들기만 했다. 옷 만드는 것도 그러하다. 수선이 더 어렵다. 새 원단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집도 그렇다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어렵게 준비된 재료로 기초 수공구만을 이용해 살뜰히 만들어 주었다.


이제는 제법 공구도 갖춰지고, '연습이 대가를 낫는다'고 기술도 많이 향상되었다. 그 덕에 다양한 가구를 만들 수 있으니 오래전 폐자재로 완성한 그릇장을 용도폐기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남편이 물어왔다. “좀 비뚤어지면 어때?, 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어때?, 혹시 모를 유해물질은 이미 다 날아갔을 거야~”라고 말하며 난 남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재활용 나무였지만 아이가 아기였을 때 숨바꼭질 놀이터가 되기도 했고,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디자인이며 색상이며 가구로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장소를 옮겨가며 놓여 지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베어있다. 그것은 폐자재로 만든 가구가 아니라 애정이 듬뿍 담긴 '가치 있는 물건'이다. 아마도 일반 가구점에서 구매했다면 폐기 처분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남편이 만든 첫 번째 가구는 지금도 냉장고 옆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손을 쓰지 않으면서 의존하는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더디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발전하는 것이 눈으로 보이니 만족감은 커지고 애정은 더해진다. 아직 도전해 보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이제부터라도 손작업으로 삶을 풍요롭고 느긋하게 즐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