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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by 시연

감자를 썰다 말고 흔들린다

‘먼저 들기름에 달달 볶는 거야’


들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넣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난 건

냄비에 이미 1리터의 물을 끓이고 있을 때다


마음이 흔들리다 이내

끓는 물을 쏟아 버린다

젖어있던 냄비는

남은 물방울 하나마저 날려 강마르고


들기름 향기가 번지고서야

한껏 치켜 올랐던 숨이 내려앉는다


차오른 눈물에 흔들린다

너무 많이 먹었나 봐, 혼잣말일 뿐인데

들리는 당신의 목소리


말은 내가 해놓고

입을 틀어막고야 마는


지나간 가랑비에 흠뻑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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