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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May 13. 2020

부부란 무엇일까?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알았습니다.

이동수단이 편치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신 아버님을 뵙기 위해 면회시간마다 다녀오셨다. 내가 보아온 바에 의하면 어머님과 아버님의 관계는 그리 살갑지도 애틋하지도 않았다.

“네 어머니는 왜 저렇게 잔소리를 하시냐~”, “네 아버지는 뭘 저렇게 사다 나르시는지 모르겠다.” 두 분이 번갈아 투정을 하셨다. '과연 서로 사랑하시기는 하는 걸까?' 머릿속에선 공회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혼 전 미용 일을 하셨다던 어머님은 “내가 네 아버지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도 잘~ 나갔을 거야~!” 하시며 신세한탄도 적잖이 하셨다. 평생을 꼼짝없이 서점 일을 하셨던 아버님 덕에 어머님 형편도 다르지 않으셨을 테니 한 살, 두 살 터울의 자식 셋을 키우는 재미로, 아끼고 아껴 서점 늘려가는 재미로 그렇게 사셨을 게다. 도대체 부부란 무엇일까? 누워 계신 아버님을 바라보던 어머님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이제 곧 부부의 날이 다가온다. '둘(2)이 하나(1)된다'는 의미에서 정해진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결혼 지상주의’의 친정엄마 성화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겠다고 대답했지만, 도무지 ‘참 인연’을 만날 수 있는 행동반경이 아니었던 난, 결혼과는 무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처럼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부부의 연(緣)을 맺었다. 부부의 인연이라....... 불가(佛家)에서는 7천 겁의 인연이 있어야 부부로 만난다고 한다. 여기서 겁(劫)이란 천 년에 한 번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집채만 한 바위를 뚫는 시간을 뜻하는 것으로 그 인연의 시간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2018년 3월, 남편이 다쳤다. “자기가 와줬으면 좋겠어.” 주말 저녁, 수화기 너머의 남편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사고라는 것을 직감한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제부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아주 긴... 10분을 보내야만 했다. 서점 문을 열고 하얗게 질린 남편의 얼굴을 본 순간 난 주저앉고 말았다.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했다. 하지만 그 사랑에 크기가 있다는 것은 모른 채 결혼 10년 차에 접어들 즈음. 더할 나위 없이 단순한 생활패턴의 남편은 서점과 집을 오가며 성실히 살았다. 그런 남편에게 3주간의 ‘쉼’이 주어졌다. 그리고 나에겐 반성과 감사의 시간이 주어졌다. “난 내가 당신을 향한 사랑의 크기가 이렇게 큰 줄 몰랐어. 서점 일이 결코 만만히 볼 일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았어. 힘드냐고 묻기만 했지 식사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많이 미안해. 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해. 아프지만 마. 다치지만 마...” 이렇게 얘기하고는 내 사랑이 전해지느냐 물었다.


병원 밖을 나서서 주차장까지 걸어가며 가다가 멈추기를 여러 차례. 있는 힘껏 손을 흔들어 대는 모습에서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전해졌단다. 풋!

“부부란 뭘까?” 

남편의 대답은 부드럽지만 단호했다.

“반쪽이지~~~...”     

이렇게 대뜸 대답할 줄 몰랐다. 그것도 반쪽이라니.......


세계명작동화 중에 '서로의 일이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며 투정 거리는 부모에게, 자식이 역할 바꿔보기를 권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루 동안 역할 바꿔보기를 끝낸 부부는 상대방의 일이 얼마나 가치 있고 어려운 일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초등학생 아이를 등교시킨 후 병원에 다녀오거나 혼자서는 낯선 서점 일을 했다. 집안일은 제쳐두고라도 서점 문을 마냥 닫아놓을 수 없기에 남편의 역할을 대신하기로 했다. 셔터는 왜 그렇게 뻑뻑한지, 바닥청소며 책 손질이며, 도무지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그렇다고 사람 대하는 일은 쉬운가?  난 그제야 남편의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남편에게, 늦은 시간 라면 먹지 말라는 잔소리만 했지, 변변하게 상 차려준 일이 없었다. 남편을 더 배려하라는 뜻에서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생각을 했이만하기가 다행이다 여기며 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라는 신호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흔한 인사말인  ‘안녕하세요.’에 얼마나 많은 뜻이 숨어있는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 모두 안녕한 시간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모쪼록 내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는 따뜻한 봄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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