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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l 02. 2020

꽃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크다


불안증이 심해진 엄마는 당신의 마당을 마치 남의 집 마당 대하듯 하셨다.

그 마당엔 나무 몇 그루와 먹거리가 심어졌었는데 누가 대추를 따가는 것 같다고,

누가 자꾸 담배꽁초를 버린다고 하시며 불편해하셨다.

엄마의 마당은 그저 실내로 들어가는 통로일 뿐이었다.


그런 엄마가 바뀌었다.

의자를 내놓고 책도 보시고 꽃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고 계신다.


엄마의 마당에 활짝 꽃이 피었다.

꽃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커서 엄마의 마음에 안정이 돌아왔다.

하는 일로 바쁠 텐데 제부는 열심히 꽃을 심고 마당을 가꿨다.

(배추 심을 건데.. 하시며 옥신각신 하셨다지만 꽃을 바라보며 엄마의 마음은 바뀌었다)

마당 한편에 의자를 놓고 앉아 꽃을 바라보시기도 하고

어느 날은 책을 읽으셨다.


엄마 댁에 가면 마당에서는 얘기도 못하게 하시고 

얼른 들어가란 말씀밖에 안 하셨는데 테이블을 놓았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제부가 큰 일을 했다.'




엄마의 마당에 꽃이 피었다.  보이지 않는 맞은편엔 고추심은 게 한가득이지만 알록달록 꽃들이 파티를 열어 초대받은 기분이다.



꽃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커서 엄마에게 큰 안정이 되고 있는 듯하다.

봄이지만 봄을 맘껏 누리지 못했는데

엄마의 마당에 봄이 가득이라 엄마는 행복하다.

덩달아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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