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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n 01. 2020

손편지 주고받는 날

오늘은 결혼기념일

아래 한 단락은 손편지라는 글로 발행했다가 발행 취소 후 옮겨놓은 글이 포함되었습니다. 혹시 이전에 읽으셨던 분 중 읽었던 글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손 편지를 참 많이 썼다. 방학이면 우표를 잔뜩 사다 놓고 편지를 써 보냈다. 편지는 보낼 때의 기쁨도 크고 받을 때의 기쁨도 커서 답장을 받기라도 하면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이메일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손 편지는 이제 먼 일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안 써도 일 년에 꼭 한 번은 써야 하는 날이 있다. 바로 오늘, 결혼기념일이다.




결혼 1주년이 되기 한 달 전쯤, 남편은 결혼기념일 선물로 갖고 싶은 것을 물었다. '옷? 가방? 시계? 반지? 귀걸이? 목걸이?' 아무리 생각해도 정할 수가 없었다. 그냥 제일 비싼 것으로 해봐? 싶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경제적인 여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으로 결혼을 기념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기념일 일주일 전쯤,


우리 편지 주고받자!


"적어도 결혼기념일에는 편지주고받아요."라고 말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편지함에 차곡차곡 쌓일 이야기를 생각하면 좋았다.

그런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결혼 12주년 결혼기념일이다.' 어느새 이렇게 차곡차곡 쌓였담?' 혹시 잊으면 안 되니 '편지 쓰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전날 확인을 하고 아침이 밝았다. 출근 준비를 마친 남편이 꾸밈없는 편지 한 장을 내민다. '앗! 나 아직 못썼는데.......'

"언제 썼어~~~ 난 이따가 줄게~"


퇴근 해 들어온 남편이 묻는다. "편지 썼어?"

"당연하지~~~ "



열두번째 결혼기념일 편지. 2020.06.01




누군가 물었다. 정말 편지만 주고받느냐고.......  

정말 편지만 주고받는다.

대신 '결혼기념일엔 숟가락 하나라도 집안 살림을 하나씩 늘려야 잘 산다'라고 엄마가 말씀하셔서 그렇게 하고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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