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바라보며, 온전히 들어주기
현재 우리 반의 가장 큰 문제점은(만난 지 3일밖에 안 됐지만)
바로 제대로 된 '듣기'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백 마디가 딸려 나오고,
수업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옆 친구와 장난치고 킥킥대고,
필터를 거치지 않은 날것의 리액션들이 탁탁 튀어나오고. 에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제대로 된 '듣기' 수업을 위해 <내 모자 어디 갔을까?>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 아이들의 반응을 받으며 읽어줘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을 읽어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림책 속 상황에만 온전히 집중하도록 했다.
"곰과 다른 동물들의 대화에서 가장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어디인가요?
"모자를 찾아주지도 않았는데 곰이 무조건 고맙다고 말하는 거요."
"다른 동물들은 그나마 친절하게 대꾸해 주는데 토끼만 퉁명스럽게 말한 거요."
"곰이 자기 모자를 찾고 싶었으면 모자에 대해 정확히 설명했어야 되는데 그냥 무조건 내 모자 못 봤냐고 한 거요."
"토끼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모자를 보지 못했다고 한 거요."
좀처럼 원하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때 한 줄기 빛이 이쁜이를 비추며 드디어 내가 원하고 있던 답을 이야기해 주었다.
"곰 하고 동물들이 서로 쳐다보지를 않아서 토끼가 모자를 쓰고 있는데도 못 봤어요."
"그렇죠!!!(흥분상태) 맞아요!!! 곰과 동물들이 이야기할 때 서로를 쳐다보지 않고 있었죠! 그 모습이 어때 보였나요?"
그제야 담임이 원하는 답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고 다양한 반응들이 술술 나온다.
"뭔가 서로 벽을 보며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서로 쳐다보지를 않고 얘기하니까 건성으로 대화하는 것 같았어요."
"쳐다보지를 않아서 토끼가 모자를 쓰고 있던 것도 몰랐어요."
"맞아요,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는 상대를 마주 보며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랍니다. 선생님이 말을 하고 있을 땐 누구를 봐야 할까요?"
"선생님이요~ (잘 지킬 거지? ㅠ)"

그림책 뒷부분을 보여주었더니 또다시 한바탕 이야기들이 오간다.
"토끼는 어디 간 거예요?"
"야, 딱 보면 모르겠냐? 죽었잖아?"
"그게 아니라 곰이 깔고 앉아 있는 거 아니야?"
"아니지, 곰이 토끼 잡아먹은 거잖아."
"킥킥킥 곰 밑에 토끼 깔려 있나 보다."
"근데 곰이 토끼를 잡아먹을 수 있어?"
"야 곰은 잡식성이라 당연히 먹을 수 있지~"
"자, 자~ 토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길게요.(이제 그만ㅠㅠ)"

마지막으로 듣기에서 '마주 보기', '집중하기', '공감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이 몸으로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짝 활동을 간단히 진행했다.
<1번 활동>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계속하기
<2번 활동> 상대가 말할 때 딴청하며 듣기
<3번 활동> 공감하며 듣기
<1번 활동 소감>
"너무 시끄러웠어요."
"짝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답답했어요."
<2번 활동 소감>
"내 말을 제대로 안 들어주니까 기분이 나빴어요."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너무 속상했어요."
마지막으로 3번, 공감하며 듣기 활동을 시작하자 아이들의 표정이 한결 부드럽고, 말투도 절로 상냥해진다.
그림책 수업 소감 말하고 가기 퇴근미션을 내주었다. '이것쯤이야!' 하는 자신만만한 표정들로 저마다 느낀 점을 이야기한다.
"들을 때 상대방을 바라보는 게 중요한지 잘 몰랐는데 새로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누가 말을 할 때는 일단 들어주고 다 듣고 난 다음에 내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동시에 말을 하면 너무 시끄럽고 정신없다는 걸 알았어요."
"들을 때 규칙을 배워서 좋았어요."
앞으로 예쁘고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선생님 바라봐주면서 이야기해 줄 거지?
선생님 말하고 있을 때 끼어들기 없기! 약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