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을 찾습니다
복도는 아이들의 웅성거림으로 시끌벅적했다.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는 아이들과 호들갑 떨며 교실로 달려와 급소식을 전하는 아이가 있었다.
정보통은 어디 가나 있기 마련이다.
우리 학교에 젊고 엄청 잘생긴, 대학을 갓 졸업한 총각 수학 선생님이 오셨다고 한다.
정보통들은 어디서 듣고 오는지 발 빠른 소식을 전한다.
여학생들의 입가에는
장난 섞인 분홍빛이 물들었고,
쑤근쑤근 하하 호호 낙엽만 굴러도 재미있다고 깔깔거리는 사춘기 아이들의 귀에는 입꼬리가 걸렸다.
수업 종이 울린다.
전부 초긴장 상태였다.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궁금증 반, 호기심 반으로 교실 앞문 쪽에 뚫어져라 레이저 발사하듯 시선들이 쏠려 있었다.
두근두근, 두두둥!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다.
한참... 아니, 조금.... 아니, 짧은 시간의 공백이 누군가를 만나는 설렘으로 가득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드르륵~~~ 교실 앞문이 열렸다.
꺅~~~, 동시에 여학생들의 비명과 아우성에 교실이 발칵 뒤집혔다.
난리 난리, 이런 난리도 없다.
'왜 이렇게 잘 생긴고얌~ 선쌤이 이케 잘 생겨도 되는 고야?'
선생님의 외모와 눈웃음은,
충분히 많은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을 것 같은 아주 매력적인, 호감 가는 연예인급 남자였다. 아마 이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 같다.ㅎㅎ
멋지고, 재치 있고, 유머까지
겸비한 잘생긴 총각 수학 선생님은 흠을 찾아볼 수 없는 완벽 그 자체, 훈남이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오셨다고 한다.
칠판에 커다랗게 쓴 선생님의 이름... 장 민
선생님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라는 말에, 당연히 여학생들의 첫 번째 질문은 "선생님~ 애인 있어요?"였다.
뭐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애인이 있다고 했나 없다고 했나...
눈에 이미 콩깍지가 씌인 여학생들은 약간의 침묵 뒤 다시 질문을 퍼부었다.
난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뒤부터는 수학에 집중, 집중... 숙제도 꼬박꼬박, 수학 공부 열라 했다. 선생님한테 잘 보이려고ㅎㅎ
수학 수업이 매일 있었으면 좋겠다.
교실 문을 나서며,
앞자리에 앉아 있는 내게 눈을 찡긋, 윙크하며 말씀하셨다.
'칠판에 글씨좀 지워 줄래?'
"아,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실험을..."
선생님의 눈이 다 감기듯 웃음 띤 눈빛으로, 나를 보고.....'칠판 글씨 지우래 글쎄!' ㅎㅎㅎ
선생님이 나한테 특권을 주신거다.
웃는 모습이 어찌나 매력적이신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엄청 심각했다!
가슴이 콩닥 콩닥거리고...
그 눈빛만 생각나고... 설레고... 또 보고 싶고... '그거 첫사랑 맞지?'
그런데 첫사랑의 만남은 그리 길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 1학기 때 오신 선생님은 고작 6개월 수업을 하시고 2학기 때 군대를 가게 되었다.
'군대나 먼저 다녀오고 오시지... 사랑이 왜케 짧은 거야...'
여름 방학 중에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그렇게 나의 첫사랑 수학 선생님은 군대를 가셨다.
지금 생각하니 25살 정도 됐겠지 싶다 ㅎㅎㅎ
제대하시면 어떻게 좀 사귈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당시 드물게 선생님과 제자의 결혼 이야기도 있었던 터라 환상에 젖어 있었는데...
그 환상이 깨진 것은 불과 얼마 가지 않아서였다.
휴가를 나오신 선생님께서
학교에 잠깐 들려 건네주고 간 부대 주소로 위문편지를 보냈다.
정성을 다해 한 글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선생님께 편지를 보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너무 빠른 속도로 며칠 뒤 선생님한테 답장이 왔다.
'와, 선생님도 나를 좋아하시나 보다. 편지를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을 하신 걸 보면!'
다른 아이들한테 물어보니
다른 애들은 답장이 안 왔단다.
'음, 역시 맞아 내 생각이.. 선생님도 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나한테만 답장하신 걸 보니..'
난 몰래 하는 비밀 사랑처럼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선생님의 편지를 아끼고 아끼면서 뜯어보았다.
이런저런 선생님의 군 생활 이야기 몇 마디와 "글쎄, 답장이 뭐라고 온 줄 알아?"
"쳇~ 나보고 글쎄...... 글쎄~ 중학생 3학년 나한테... 이제 나도 어른이 됐다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나보고 동화책 많이 읽으래.... 아, 진짜 짱나! 소설책도 아니고 동화책을 많이 읽으라지 뭐야... 선생님, 너무해!"
선생님은 날 어린애로 보셨던 거다.
'답장은 왜 이렇게 빨리 보내는데? 왜 다른 여학생들한테는 안 보내고 나만 보냈는데?'
완전 환상 다 깨지고....진짜, 상처받았어.
그때부터 편지도 안 안 보내고, 그 뒤부터는 남자로 보이지 않더라...
제대하고 교편 잡으시면
또 어느 학교 여학생들 마음, 지네들끼리 들였다 놨다 꽤나 했을 걸~ ㅎㅎ
소문에... 학교 정보통 아이가 하는 날... 선생님 결혼하셨다는 ... 소식을 마지막으로 듣고, 그 뒤 잊히지 않고 간간이 한 번씩 떠오르던 장 민 선생님!
"꿈 많은 내 게슴에 봄은 찾아와~
봄은 ~ 찾아 왕~
알믄서도 모르는 척~ 모르는 척~
돌아선 선생님~ 슨생님~
아~ 아~~~
사랑한다~ 말을 하고 싶어도~
여자로 태어나서 지~가 될까 봐~
선생님~ 슨생님~ 이 발길을 돌립니당~~
슨생님~~~~~~~~"
"선생님"이라는 노래이다 ㅎㅎㅎ
장 민 선생님, 그때 그랬어욤 ㅎㅎㅎ
선생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하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