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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지의 발견

코로나 이후의 세계

by 나날
모든 사람이 시를 써야 하는 것도, 시인처럼 반성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을 타자화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한 것 같다. 자주 들여다보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 할 수 없는 일,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일에 대한 경계와 규율을 내 것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제발 우리에게 선의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없다면 발견해서라도 그것을 갖도록 해보자.

고독할 권리, 이근화, 162p


감각이 예민해졌을 때 뉴스를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내가 속한 종에 대한 회의와 절망이 몰려오곤 하기 때문이다. 간혹 깊은 무기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배제의 목소리, 혐오의 목소리,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 부끄러운 사람이 되는 것을 개의치 않는 목소리, 일방적인 비난의 목소리들을 접할 때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회의가 들곤 한다. 그런 목소리들이 멀리 있지 않고 내 가까이 있음을 알게 되어 흠칫 놀라는 일도 생긴다. 일개 보잘것없는 개인인 나는 자꾸 움츠러들고 외면하고 싶어 진다.


그럴 땐 뉴스에 나오지 않은 더 많은 목소리들을 떠올리려 애쓴다. 앞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간직한 목소리.


요즘 뉴스를 보면 또 자꾸만 절망이 떠오르려 한다. 코로나 19는 인간의 가장 약한 곳을 건드리고 있는 것만 같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고 화살을 겨누게 될 때 우리는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 이해할 수 없음, 미움의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자 한다.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선의지가 있다고 믿고 싶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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