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장모치와와 리치(Rich)와의 만남

by Happy Diamond

제1장. 장모치와와 리치(Rich)와의 만남


늦가을, 낙엽이 도로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던 어느 토요일 아침이었다.

희미한 햇살이 창문을 타고 거실로 스며들 때, 정훈이 커피 한 잔을 들고 말했다.


“우리, 오늘 그냥 어디든 가보자.”

그 말에 은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딸 서연은 아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강아지 보러 가는 거야?”

그 질문에는 설렘과 기대, 그리고 아주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던 바람이 담겨 있었다.


아침 공기를 가르며 차는 남쪽으로 달렸다.

목적지는 은주가 지인에게 추천받은 오산의 애견숍, 이름하여 ‘행복한 친구들’.


가게 문을 열자 은은한 비누향과 함께 작은 발소리들이 들려왔다.

가게 안에는 크고 작은 강아지들이 케이지 안에서 꼬리를 흔들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서연은 가게 안을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며 환한 미소를 지었고, 은주는 강아지들을 바라보다 정훈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 순간, 한쪽 구석의 케이지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작고 여린 강아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는 다른 강아지들처럼 짖거나 뛰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깊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는 또렷했고, 어딘가 깊은 슬픔과 따뜻함이 동시에 스며 있었다.


서연이 조심스럽게 케이지 앞으로 다가갔다.

치와와는 망설임 없이 다가와 서연의 손가락을 혀로 살짝 핥았다.

그 짧은 순간, 세상이 멈춘 듯 고요했고, 공기 속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연결감이 감돌았다.


“얘가 좋아요. 우리 얘 데려가면 안 돼요?”

서연의 말에 은주는 잠시 치와와를 바라보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훈도 말없이 그들의 눈빛을 따라가더니,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인연’이, 조용히 마음속에 내려앉은 순간이었다.


“얘, 이름은 없죠?”

정훈이 물었다.


점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이름은 없어요.”


그 말을 듣자 정훈은 케이지 앞에 쭈그려 앉아, 조용히 말했다.

“얘 이름은 ‘리치(Rich)’예요.”


점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특별한 뜻이라도 있으세요?”


정훈은 가만히 리치를 바라보다, 말끝에 힘을 실었다.


“우리 가족 앞으로… 마음도 삶도, 풍요로워질 것 같아서요.

이 아이는 그 시작이 될 것 같거든요.”


점원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은주와 서연은 리치를 안고 가게를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서연은 조심스럽게 리치를 무릎에 앉히고, 준비해온 작은 담요를 덮어주었다.

창밖으로는 늦가을의 나뭇잎들이 쓸쓸하면서도 따뜻하게 흘러갔다.


“리치야, 우리 가족 되어줘서 고마워.”

서연의 속삭임에, 리치는 아주 작게 꼬리를 흔들었다.

그리곤 따뜻한 숨을 내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정훈은 느꼈다.

오늘 이 여정이, 그들의 삶을 얼마나 깊이 바꾸게 될지를.


리치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기적처럼, 조용하고 다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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