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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쩡이 Dec 29. 2024

나무타기 본능

고양이의 필살기

고양이에게 나무 타기는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쭈꾸는 산책하면 꼭 한 번씩 나무를 타고 올라가보는데, 가족과 함께 있는 안전한 상황에서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연습을 하는 느낌이다. 


반이도 나무를 잘 탄다. 청소년기를 농장에서 보내며 터득한 듯하다. 예민한 성격만큼이나 몸 자체가 꼿꼿하고 날쎄기도 하다. 어느 여름날엔 비닐하우스 위에 올라가서 낮잠을 자는 반이를 거실 창으로 보고 가족들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나무에 스크래칭 중인 쭈꾸

막내 왕이는 나무를 탈 줄 모른다. 몇 번 시도는 해보는 것 같았는데, 계속 못 탔다. 그런데, 왕이가 나무 위에 올라간 적이 한 번 있었다. 어느날 산책하다가 한 눈 판 사이 ‘야옹야옹’ 애처로운 소리가 들려서 보니 집 앞 나무 위 꽤 높은 곳에 왕이가 올라가 있었다. 


어찌어찌 올라간 모양인데, 내려올 엄두가 안나서 왔다갔다하며 울고만 있었다. 집에 다른 가족이 없었을 때라 정말 난감했다. 나 혼자 바깥에 있던 식탁을 나무 아래로 끌고와 올라가서 왕이를 안으려 했는데 높이가 부족했다. 망연자실해서  왕이도 울고 나도 울고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등산객 아저씨가 도와주겠다며 다가오셨다. 


아저씨가 식탁에 올라가서 손을 뻗으려고 하자, 겁을 먹은 왕이가 바닥으로 바로 뛰어 내려버렸다. 왕이, 나, 아저씨 모두가 놀란 상황에서 왕이는 집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한참을 자고 일어난 왕이는 딱히 다리를 절거나 불편한 기색이 없었고, 계속 지켜보아도 다행히 아무 증상이 없어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남은 기억이다. 그 때 내가 억지로 내리려고 하지 않고 왕이가 자연스레 내려오는 연습을 해보도록 두는게 나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상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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