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에 아이들의 소란을 선물하자
아버지는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해에 돌아가셨다. 아침저녁으로는 농사를 지으시고, 낮에는 인근 도시로 출근해서 세무일을 하셨다. 당시 상고를 졸업하셨으니 나름 엘리트이셨는데, 들판의 쥐똥에 감염된 병이 원인이라 했다.
할머니도 10년전에 하늘로 가셨다. 후손들로 북적이던 할머니의 장례식을 기억한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있는 후손들에게 인자무적을 가르침으로 남기신 분이다. 평생을 흙과 함께 사셨다. 얼굴에 주름살은 많았으되, 마음에는 구김이 없던 분이셨다.
할머니를 품안에 안아 하늘로 보내신 이후, 엄마는 홀로 시골집을 지키신다.
마을회관이 없었다면, 너무나 적적했을 시골살이.
겨울 농한기, 엄마의 일상은 단순하다. 김치에 밥한술 말아 아침을 드신 후, 바로 회관으로 출근한다. 열명 남짓의 시골 친구들이 반겨준다. 함께 모여 점심과 저녁을 드신다. 함께 드라마도 보고, 치매예방 차원의 화투를 치고, 객지로 떠나간 자식들 근황을 공유한다. 날이 저물면, 각자의 집으로 간다. 집으로 가서 자식들 안부전화를 받는다.
시골에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다.
하나 있는 초등학교도 학생이 없어 폐교를 걱정하고 있다. 인근 교회 목사님은 교회 운영비 마련을 위해 평일에는 인근 도시로 출근, 경비일을 겸하신다 한다.
내가 어릴적 시골은 아이들로 북적였다. 서로 편을 갈라 축구시합을 하곤했다. 명절에는 쥐불놀이를 하고 옆마을과 대나무 싸움을 하기도 했다.
너무나 한적한 시골,
쓸쓸하게 늙어가는 할매들을 위해 아이들의 소란을 선물하면 좋겠다.
내가 낮에 걷고 해바라기를 하는 곳은 어린이 놀이터 옆이다. 동무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얘들과 유모차를 밀고 동행하는 할머니를 보며, 시골의 엄마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