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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에 임하는 병사의 마음으로

항맘 2년차를 시작하는 마음

by 생각의 힘 복실이

어제 지난주 촬영한 MR검사 결과확인을 위해 아산병원에 다녀왔다.

아침 8시에 채혈을 했는데 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혈액검사 결과가 어플에 뜬다.

일반 혈액검사는 백혈구수, 혈색소, 혈소판수. 호중구수 4 항목이고, 일반 화학검사는 칼슘, 소디움, 단백질, 요산, 혈당 등 14항목이다.

이 수치로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재발 및 전이여부 등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각 항목마다 정상적인 참조수치를 제시하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항목은 긍정적이면 파란색으로 부정적이면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혈당이 105로 약간 높을 뿐, 다른 수치는 참조범위 내에 있거나 파란 색이다.

일단 안심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10시 30분 신경외과 진료를 기다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 교수님을 뵙고 반갑게 인사하니 MR 결과도 좋다고 한다.
그래도 재발율이 높은 암종이니 방심하지 말고 체력 관리에 신경쓰라고 하신다. 체중이 조금 빠진거 같은데 고기도 잘 먹어 체중을 유지해야한다고 당부한다.

향후에 혹시 재발해 항암치료나 수술을 할 때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말씀도 덧붙인다.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드리고 나와 종양내과를 찾아간다.

신경외과보다는 환자가 붐빈다.
여러 과의 암환자들이 상담하고 항암약을 처방받고 있다.
예약보다 30여분 늦어 11시 지난 시간에 선생님 방에 들어간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하신다. 그래도 다음 검사는 2개월 후에 하자고 한다.
내심 3,4개월 후를 기대한 터라 순간 마음이 들썩인다.

인사를 드리고 방문을 열고 나오는 데 교모세포종, 재발은 피할 수 없는가 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마음이 심란한 까닭이다.

병실 앞 간호사님께 다음 MR 일정을 묻는데, 향후 3개월까지 예약 일정이 꽉 차 일정 잡기가 만만치않다고 한다.

결국, 주치의 선생님과 조율해 100여일 후로 다음 MR 검사 예약을 잡았다. 선생님은 늦어진 검사일정이 불안하신지 경련예방약 케프라를 처방했다.

그래도 나로서는 항암약 테모달 처방이 아닌게 다행스럽다. 검사일정도 결과적으로 3개월 이후가 되었다.

선생님의 계획과 달리 환자가 많아 미뤄진 일정이라해도 그것도 나쁘지 않다. 다음 결과가 좋으면 이제 추적 관찰의 주기는 4개월 정도로 조정될 것이다.

가끔 나와 같은 암종으로 투병하는 환우의 유투브 영상을 보고 듣는다.

작년에는 20대 중반 여성의 3, 4년전 투병영상을 보며 위안을 얻곤 했다. 나이가 어린데도 밝고 씩씩하게 병을 받아 들이고 담담하게 투병과정을 전달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이젠 완전히 병마를 털었다고 생각되는지 2년전부터는 업로드된 영상이 없다. 다행스런 일이다.

요즘엔 '암과 책의 오딧세이'를 듣곤 한다. 올해 봄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아 항암 치료중인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작가인 남편이 묻고 암환자인 부인이 답한다. 암과 책, 그리고 환자의 일상과 과거 삶에 대한 성찰을 진솔하게 얘기한다.

아직 표준치료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병을 잘 수용하고 일상을 잘 살고 있다. 독서와 사색을 통한 마음관리의 내공이 깊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지금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야한다.
투병 1년차와 2년차는 달라야한다.

1년차는 나와 병만 생각했다면
2년차부터는 병간호하는 마눌의 생활도 살피고 내 일도 더 챙겨야한다.

긴 병에 장사없다고 했다.
마눌이 지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일에 소홀한 터라 사업도 누수가 많다.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장기전에 대비해 참호를 파는 병사의 마음을 헤아린다.
참호에 은거한 병사는 지상의 소음에서 자유로워야 살아 남는다.
쏟아지는 총탄과 포탄의 굉음을 마음에 두지말고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일희일비 하지않기로 한다.
이제 1년이 지났을 뿐이다.
최소 5년은 버텨내아 하는 장기전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담대하게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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