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四國) 오헨로 순례(12화)

고치 시 관광, 그리고 가츠오 게하 헬퍼

by 마르티노 쿠마

12. 12일째(31~ 33번 절) - 고치(高知) 시 관광과 셋케이지 츠야도 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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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눈이 떠진 아침, 짐을 꾸려 아직 잠이 덜 깬 게스트하우스 헬퍼에게 엽서로 인사말을 남기고 집을 나선다. 먼저, 고치 시 관광 안내소로 다시 찾아가서 1일 전차 승차권을 구입, 베낭 짐은 역구내에 맡길 곳도 있긴 했지만 몇 시간에 500엔~700엔이라 그냥 메고 다니기로 해서 막 역을 빠져나오려는데, 게스트하우스의 헬퍼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찾아온 게 아닌가.


엽서에 남긴 인사말에 너무 감동을 먹은 것인가? 아니면 무엇을 더 알려주려고 온 것인가? 덕분에 국민숙사토사의 미해결된 부분을 완벽히 해결할 수 있었고, 우린 다시한번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 한 방.

미소가 귀엽고 예쁜 헬퍼님 고마워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위의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분명히 왼손에 쥐고 있었던 장갑(흑색)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걸 알게 된 것은 1일 승차권을 구입해서 전차에 올라탄 후 막 출발하고 있는데, 뭔가 허전한 것이다. 장갑이 없다. 분명히 관광안내소에서 기념 사진 찍을 때만 해도 있었는데, 지금 내 손은 빈손이다. 전차를 바꿔타서 고치 역으로 간 뒤 여기저기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다. 오늘따라 날씨가 추워져서 손이 더 시리다. 아, 그동안 10여 일 동안 잘 끼고, 잘 사용했는데 정말 필요한 때 장갑이 없다니. 헬퍼님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나보다. 지난번 도쿠마쓰 민박집에서 방송국의 아가씨 덕(?)에 즈에를 잠깐 잊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고치 시에서 헬퍼님 덕(?)에 장갑을 분실. 도를 터득하려면 멀었겠지만 그래도 잃어버린 것은 과거의 일.

잊자.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거다.


전철에 오른 뒤 어느 한쪽 방향으로 계속 전철을 타고 간다. 끝간 데까지 가고 나서

다시 전차에 올라 다음 교차로에서 또다른 막마른 데까지 타고 간다. 전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고치 시의 모습이 참 아기자기하고 하면서 흥미롭다. 이렇게 전차타는 기분을 맘껏 누리고 고치 성으로 향한다. 고치성 관광을 하면서 기념 사진을 찍는데,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드린 한 분이 내게 찍을 장소를 선정해주면서 아주 잘 나오게 찍어주시는 게 아닌가. 너무 감사해서 사진에 즉석 사인을 받으려고 잠시 기다리게 한 뒤, 다시 사진 한 장.

요시모토란 젊은이




현재, 이분과 페이스북을 통해서 만남을 유지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사진에 조예가 있고, 이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시다. 나로서는 영광스런 작품이다. 이 사진을 찍을 때는 양손에 낀 장갑은 산행용 여름 장갑이라 손가락이 나와 손이 시리다.




고치 성을 나온 뒤 두번째로 간 곳은 하리마야바시 근처 히로메시장. 여기에 유명한 가츠오다다키가 있다. 여러 음식점이 즐비하게 있고 그 가운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탁이 놓여져 있는 곳으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기 직전에 입구 앞에 있는 의류점 가판대에 놓여있는 파란색의 털장갑이 눈에 들어온다. 2,000엔 짜리를 반값으로 판다는 메모 주인과 흥정해서 850엔까지 깎아서 구입.

수제 털장갑


히로메 시장 안, 가츠오 다다끼 음식점
가츠오다다끼












맛도, 따뜻함도 일품이다. 이 장갑 덕분에 추운 날씨에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고치 시에서 열리는 일요시장. 우리의 전통 5일장 같은 개념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데 각종 야채며, 과일들 그리고 음식이며 즐비해서 다 보고 즐기기엔 너무도 시간이 부족하다. 고로케 사먹는 줄이 제일 길길래 나 역시 함께 줄을 서서 앞 사람 따라 하나씩 달라고 하여 먹으면서 걷는다. 맛있다!

고치 시내의 관광을 마치 시간이 얼추 12시 반경. 하리마야바시역에서 전차를 타고 어제 내렸던 몬주도오리 역까지 30분 남짓. 몬주도오리에서의 순례 출발 시각은 대략 오후 1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는데도 1시간 정도 오버된 듯하다.


고치 시에서의 짧은 일정에도 물구하고 참 많은 추억을 쌓은 것같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늦은 밤까지 시간을 보낸 것하며 장갑 분실,

전차를 타고 사통팔달 다 돌아다님.

고치 성 방문 등등.

꽤 오랜 시간을 머문 듯하다. 누가 그랬던가. 고치 시는 다시 가보고 싶은 예쁜 도시라고. 정말 그랬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 고~치여 안녕.

(사실, 고치 시가 유명한 건 '료마'라는 역사적 인물 때문인데... 이에 대한 자료는 도서 '료마가 간다'라는 책을 읽고 난 뒤 다시금 고치 시를 생각하게 했다.)


33번 절인 셋케이지에 5시 안에 들어서야 숙박(츠야도:절에서 제공하는 무료숙소)이 가능하다는 말때문에 이 시각을 지켜내기 위해선 좀더 서둘러야 한다. 몬주도오리 역에서 31번 절 지쿠린지(竹林寺)까지는 대약 3키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절은 절 이름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그리고 주위에 식물원이 함께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온갖 꽃들이 만발(?)할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이다. 수풀을 이루고 있는 정경이 참 정갈하고 깔끔하다. 이런 풍경 속에 좀더 머물다 가도 좋으련.

지쿠린지에서, 사연을 담아 가지에 꽃으로 꽂아둔다

하지만 곧바로 절을 뒤로 한 채 길을 나선다. 32번 절 젠지부지(禪師峰寺)까지는 5.7키로. 다행히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는 않지만, 갔다가 돌아서서 와야하는 코스이고 약 7,80미터 높이에 있는 절이다.

젠지부지에서 바라다 보이는 토사만(土佐灣)


젠지부지에서 토사만을 바라볼 때의 시각이 335. 33번 절 셋케이지(雪溪寺)까지의 남은 거리는 7.5키로. 5시 안에 도착하는데 남은 시간은 1시간 20여분. 끄트머리에 도선(渡船)을 타야 하는데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 그래서 일단, 산 아래로 뛰기 시작. 토사만을 옆에 끼고 약 7키로 거리를 뛴다. 여행에서 꼭 한번씩은 뜀을 뛰는데, 왜 이런 일이 없나 했다. 그런데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10키로의 배낭을 짊어지고 뛰는 것이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중간에 코노미네지에서 산 부처의 발 셋트 기념품을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종과 고리는 결국 찾지 못하고 말았다. 아쉬움이 배가 된다.

5시 좀 안 되어서 선착장에 도착. 선착장 문이 닫혀 있다. 난감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절까지는 도저히 5시 안에 닿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어쩌지, 날씨가 너무도 추운데, 밤은 오고. 오늘 정말 노숙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밀려든다. 이때, 나타나는 귀인. 무슨 드라마 찍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랬다. 중학교 3학년 두 명의 친구가 바다낚시하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도선장으로 오고 있는 게 아닌가. 추워서 양볼은 빨개갛고. 도선장 옆 대합실에 들어가서 사정 얘기를 한 뒤(, 셋케이지에 들어가야 함을 강조) 셋케이지에 전화를 걸어 한 친구에게 전화기를 건넨다. 이 친구가 아주 자세히 이곳 사정과 배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것, 그리고 5시는 조금 넘었지만 셋케이지 츠야도에 꼭 들어가서 자고 싶다는 사항을 정말 자신이 머물 것처럼 얘기해주어서 드디어, 허락을 득하다. 장하고 기특한 아이들이다. 오늘의 숙소를 드디어 확보하게 되다니, 학생들이 너무도 고맙고 고맙다.


하야가와, 마쓰모토 군


드디오 배를 탄다.(516) 바람이 차다. 선착장에 내리기가 바쁘게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아쉽게도 선물을 전할 생각을 못해 너무 미안했다.) 급히 뛰기 시작. 그래도 절에서 허락은 해 주었으니 먹을 것은 챙겨야지. 가다가 큰 슈퍼가 있어 간식거리와 사케를 챙긴다.

츠야도. 절에서 운영하는 젠콘야도. 무료로 제공하는데, 대신 난방은 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바람을 피할 방을 주는데다 전기도 제공하고 절 내의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셋케이지에 도착할 즈음 눈발이 내린다. 절 이름에 걸맞게 눈이 내린다. 서울의 기온이 영하 18도일때, 여긴 영하 3도쯤. 그래도 오헨로 순례 중 가장 추운 듯하다.

숙소 문을 여니 가운데를 비워 두고 두 젊은 친구들이 각각 양쪽에 침낭을 펼쳐 놓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젊은 대학생들이다. 21, 반갑다. 오스트레일리아 청년과 일본 청년. 서로 반대쪽에서 걸어와서 오늘 여기서 만났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 중간에 끼여서 자리를 펼친다. 오늘의 만남으로 반가움이 배가 된다. 찬 기운을 녹이고자 사온 사케와 덴뿌라를 꺼낸다. 토사츠류라는 이름의 사케에 두 젊은이가 녹아든다. 보통 맥주를 즐기는 청년들일텐데 의외의 맛에 기분이 업된 두 친구.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안주거리와 술이 떨어지고. 그래서 오늘은 내가 오셋다이를 낸다. 츠야도에 머무니 숙박비도 남았겠다. 젊은이들과 함께 보낼 이 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근처 슈퍼로 가서 이 친구들이 내일 아침 먹을 도시락과 간식. 그리고 오늘밤을 보내며 먹을 간식거리와 과일들을 넉넉히 산다. 토사츠류 술도 챙긴다. 그런데 토사츠류가 병에 든 것은 없고, 팩으로 된 것밖에 없다. 아니나다를까 이 친구들 술맛이 아까 것과 다르다며 많이 먹을 생각을 안 한다. 병에 든 토사츠류의 첫맛이 너무도 좋았던 것일까. 이후 내내 병으로 된 토사츠류를 찾아보았지만 찾지를 못해 못내 아쉽다.

일본 대학생은 유스케 사이토, 오스트레일리아 학생은 Tom sheppard. 둘 다 노숙 위주의 순례길을 선택한 젊은이들이다. 10만엔 정도의 금액으로 전체 순례한다고 한다.(보통은 30만엔 든다고 보면 된다.) 쉐퍼드 학생의 일본어 구사 솜씨는 대단하다. 둘 다 얼굴도 미남이다. 우리는 메모지에다 이름과 전화번호, 페이스북 아이디를 돌려가며 적는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그런데 아쉽게도 지금까지 페이스북을 뒤지고 뒤졌는데 이 친구들 페이스북만 못 찾고 있다.

이제 잠을 청하야 하는데, 이 친구들의 침낭과 내것과는 비교가 된다. 오늘밤을 무사히 보낼까 염려가 된다. 얼굴에 찬 기운이 들어 침낭을 머리까지 끌어올려 가리는데도 얼굴이 시리다. 다리부근도 시리다. 두세 벌 옷으로 챙겨 입었는데도... 너무도 추워 밤새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 3시 반쯤 자리에서 일어나 절 내 화장실로 찾아간다. 다행히 화장실이 조금은 따뜻하다. 에잇, 여기서 날밤을 새자고 마음 먹고 발을 동동 구르며 날 새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일본어를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마침 벽에 붙여진 일본어로 쓰여진 주의사항들에 눈이 가서 하나하나 찾아 읽는다.

영원히 올 것 같지 않은 아침. 어제의 아침이 왔듯이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든다. 먼저 간다고 하고 어제 사온 찬 도시락을 입에 물며 베낭의 짐을 꾸린다. 아직 두 젊은이는 자리에서 나오지 않은 이른 아침. 먼저 간다고 하고 셋케이지 츠야도를 나선다. 빨리 움직이는 게 몸의 온도를 올리는 유일한 방법이라.


숙소 - 33.셋케이지(雪溪寺) / 도보거리 15.8km

숙소 - 고치 시 관광 후 - 몬쥬도오리 역 - (2.6k) - 31.지쿠린지(竹林寺) - (5.7k) - 32.젠지부지(禪師峰寺) - (7.5k, 뛰고,渡船) - 33.셋케이지(雪溪寺)

숙소 : 33.셋케이지(雪溪寺) 츠야도(088-837-2233)


가츠오다다끼 850엔

장갑 850엔, 사케 428엔
안주 423엔, 커피 120엔

오셋다이 2,800엔,

노쿄비 900엔

숙박비 0엔
소계 6,371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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