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번 절, 코노미네지神峰寺, H430m에 있는 부처 족적비
10. 10일째(27번 절, 가토리 민박) - 예약 필수!
1월 22일(금)
아침 일찍 식사를 마련해주시고, 채 마르지 않은 옷도 다리미질 해주시는데 마치 어머니가 자식의 출근길을 준비해 주시는 것 같아 너무도 감동스럽다. 그렇게 미노소 씨의 배웅을 받으며 상쾌한 아침 길을 내딛는다.
그런데 길을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미소노 아주머니께서 자전거를 타고 오신다.
"바꾸(朴) 상, 길을 갈 때는 오른쪽으로 걸어가야 해요. 그래야 차 사고가 나도 보상을 받을 수 있어요."
친절한 설명에 다시 한번 감동하며 돌아가시는 뒷모습에 손을 흔들어 드린다.
'다시 또 뵙기를 희망합니다.'
27번 절, 코노미네지(神峰寺)는 오르고 또 내려와야 하는 왕복절이라 짐을 아래에 맡기고 올라갔다 오면 좋다. 그런데, 미소노 아주머니의 배려로 짐 맡길 집을 안내 받아 편히 절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가볍게, 400여 미터의 산길이지만 가볍다. 27번 절, 부처의 족적비를 마주하며 내가 왜 시코쿠의 오헨로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 같아 오래도록 그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여기서 작은 선물(부처의 발)을 내 손안에 쥔다.
(손 안의 부처 발은 원래, 절이름 표시가 된 것과 작은 종, 그리고 이 족적이 한 셋트가 되어 있었던 것인데, 33번절 셋케이지(雪溪寺)를 향해 달릴 때, 그만 나머지를 분실하여 지금은 이것만 남은 상태. 이것도 지금은 내게 없는데, 중국 태산을 다녀오면서 '평안'이라는 메시지를 선물로 준, 중국대학생에게 내 작은 성의의 표시로 이것을 드린 바 있다.)
해안 길을 따라, 찻길을 따라 길을 나선다. 그런데, 오늘의 미션이 덜 해결된 상태라 짐과 마음이 모두 무겁다.
오늘의 숙소로 내정해 놓은 곳(아끼 시내)이 사실 내가 걷는 거리로는 너무 짧은 거리에 위치해 있어 그 숙소를 취소한 상태라 새 숙소를 정해야 하는데 그게 내내 마음을 짓누른다. 길을 가며 공중전화박스를 찾는데, 잘 보이진 않고... 애만 탄다. 도착할 곳을 여기로부터 22키로미터 떨어진 아까노(赤野)로 잡고 근처의 민박집을 찾아 전화를 걸었는데, 빈방이 없다는 것. 띠옹~ 순간 머릿속이 하애진다. 어쩌지, 지도책을 뒤져 그 근처의 민박집을 찾는데 없다. 도로에서 떨어진 로얄호텔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너무 비싸게 부른다.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다. 다음 역의 카가미(香我美), 이름도 예뻐서 숙소도 잘 잡힐 줄 알았는데 역시나 방이 없단다. 길을 가면서 더욱 초조해지고, 급기야는 분당 500원이 드는 휴대폰으로 '기타 발신'을 눌러 현지통화를 시도하기에 이른다. 이때 건 전화비가 상당하다. 생각다 못해,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요량으로 아까노 역으로부터 서너 정거장 떨어진 아까오까(赤岡) 역을 중심으로 숙소를 수소문해보니, 마침 '가토리' 중대형 민박업소가 눈에 들어온다. 스도마리로 4,500엔 하니까 묵을만해서 곧바로 예약을 잡아놓는다.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러니까, 오늘 아까노역까지 걷고(22키로 남음) 기차를 타서 아까오까 역으로 간 뒤(숙소행), 다음날 아까노까지 다시 와서 출발하는 것으로 일정이 수정된 것인데, 그런대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아, 숙소 정하느라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게 걷는데 이젠 좀 정신이 드니, 배가 출출해진다. 시내를 통과하면서 편의점에 들러 오뎅과 간식거리로 배를 채운다. 그리고 잠시 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휴게소에 들러 잠시 숨을 돌린다.
그리고 길을 가면서 만난 오헨로 상, 시미즈 상.
나이는 대략 35세 정도인데, 아직 취업 전으로, 50일의 계획을 잡아 전체 순례를 하고 계신단다. 말을 몇번 붙여 보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이 밝지만은 않아서 짧은 동행을 하면서 간격을 갖고 걷는데, 멀어졌다가는 휴게소에서 마주하고, 결국은 아끼 시에서 머문다고 하여 헤어지게 되었는데, 왠지 미취업으로 마음마저 무거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
"힘내요, 시미즈 상"
해가 저물어 가는 길이 어둡다. 아까노 역에서 기차를 탄 후 아까오까 역에서 내리니 어둠은 더욱 짙게 깔려 가는 길 찾기가 어려워 함께 내린 고교생에게 큰길 나가는 길을 물어본다. 단정하고 멋진 학생들,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아까오까역에서 가토리 민박까지는 대략 1,2키로 정도. 다행히 큰길로 가는 길이다. 대형 슈퍼도 있고, 먹을 곳도 눈에 띈다. 그리고 도착한 가토리 민박집. 100여 명의 인원이 머물 수 있는 중형급 민박집이다. 와이파이는 숙소에서 안 되지만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는 가능하다고 해서 숙소에서 청결히 하고 정리를 마친 뒤 레스토랑에 갔더니 2층 다다미방으로 안내해 주어서 조용히 하루를 정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종업원의 친절에 힘입어 다음 날 숙소도 예약해 주셔서 나도 그 보답으로 음식을 하나 시켜 먹는데, 아까 슈퍼에서 산 사케를 먹어도 되냐고 했더니 이게 왠일, 작은 술병에 따뜻하게 담아다 주는게 아닌가. 술맛 좋고, 안주 좋고 해서 기분이 좋다. 혼자 먹는 기분이 멋적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기분이 좋구나!
숙소 - 아까노(赤野) 역 / 도보거리 31.9km
숙소 - (9k,짐을 중간지점에 맡김.예로우하우스 근처) - 27.고노미네지(神峰寺,H430m) - (22k) - 아까노(赤野) 역. 기차를 타고 아까오카(赤岡)역까지 간 뒤 가토리 민박을 찾아감
숙소 : 가토리 민박(규모는 중급 이상,0887-55-3133) 와이파이는 레스토랑에서 할 수 있고, 이날 숙소예약을 미리 못해 걸으면서 숙박지를 찾느라 애를 먹음
빵 650엔, 간식 300엔, 노쿄비 300엔
아이스크림 250엔
음식 450엔, 차비 250엔
숙박비 4,500엔(스도마리)
소계 : 5,85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