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노
9. 9일째(24번 ~ 26번 절) - 미소노
1월 21일(목)
오헨로 순례 9일째를 맞는 아침길. 오늘 도착할 숙소는 젠콘야도 미소노.
일출을 보면서 걷는 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을 갖게 해준다. 혼자서 천지를 다 품은 듯한 기분이다.
지금,
걷고 있는 길에서 만나는 곳이 이 해안길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튀어나온 곳. 바로 그 곶(岐)라는 곳이다. 아래 시코쿠 지도에서 보면 아랫녘 해안에 두 꼭지점이 있는데, 그 하나가 오늘 거쳐갈 무로토사키(室戶最御岐) - 24번 절이름은 호츠미사키지-이고, 아래 지도에서 보면, 우하(右下) 쪽의 튀어나온 곳. 다른 하나가 38번 절(곤고후쿠지)이 있는 아시즈리미사키(足摺岐)이다.(지도-左下에 위치)
두 곶 모두 고치 현에 속해 있다. 복받은 고치 현이다. 곶에서는 거의 360도 회전을 해도 바다가 보이는 장소라 여겨져 사람들의 발길이 늘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나도 그런 기대를 안고, 오늘 만날 호츠미사키지에 대한 부푼 마음을 안고 길을 나선다. 하지만 두어 시간이 못 되어 피곤이 몰려온다. 걸으면서도 졸음이 쏟아진다. 잠시 벤치에 몸을 뉘어 잠을 청한다.
잠시의 휴식 후, 30여 분을 걸으니 무로토곶이 보인다. 여기가 무로토곶이구나.
저곳이 유명한 무로토곶인데, 왠지 저기까지 가서 바다를 구경하고픈 마음이 딱히 없다. 아마도 오늘 가야할 길이 40키로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일까? 저 바위를 타고 넘어서 바다를 구경하고도 싶지만 지금까지 오면서 봤던 바다라 그런지 딱히 내키지 않는다. 그리고 곧바로 24번 절 호쓰미사키지 오르는 길로 들어선다.
혹시나 절에 오르면 전망대 정도는 있겠지 싶기도 하다. 오르는 길 옆에 텐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조용한 걸 보니 아직 휴식 중인가 보다. 전망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절로 가는 길과 달라 왠지 불길하다. 아니다 다를까 절에 다 올랐는데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3일만에 보는 절로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절에서 내려서니 무로토 시가 한눈에 보인다.
바다를 낀 무로토 시의 모습이 아름답다. 무로토 시 입구에서 무로토 시내의 한 마을을 지나면서 개와 함께 산책하시는 주민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하교하는 소학교 학생과도 몇 마디 주고 받고, 가는 길도 물어본다.
헬멧 쓴 학생들의 표정이 귀엽다
해가 지는 오후 5시 무렵, 미소노 주인아주머니와의 통화,
"마중 나가줄게요, 어디에요?"
"여기가 어딘지 잘 모르겠는데요. 대략 도착 1시간 전의 거리에 있어요."
"그럼, 제가 차로 마중나갈게요."
"고맙습니다. 그럼, 제가 후레쉬를 비추면서 걸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도로변을 걸어가면서 마주오는 차가 보이면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 후레쉬를 비춘다. 30분이 지나도 차가 보이지 않아 초조해진다. 지나가는 차마다 쳐다봐도 미소노 차는 보이질 않는다. 그러다가 전화 통화를 다시 시도하고 근처라는 말에 더욱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인다. 드디어 미소노 아주머니와의 접속. 내가 비춘 후레쉬불빛을 발견하고, 유턴해서 차를 세운다. 일본어보다 영어가 먼저 나오시는 말에 쉽게 대화가 되어, 짐을 먼저 싣고 차를 보내드린 다음, 난, 또 작은 짐만으로 나머지 길을 나선다. 이번엔 지도책도 빠뜨리지 않고 챙긴다.
20여분을 지나 다노마을에 진입해서, 미소노 민박집을 찾아 물으니 위치를 가르쳐주시는데, 한번만으로는 길을 못 찾아 두세 번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그래도 나는 길을 못 찾는 바람에 들어서는 길목을 못 찾아 한번 더 물어보니, 내가 지나쳤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미소노 집을 잘 아는 것이 특이한 현상이다. 동네에 들어서서 집 찾기도 만만치 않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미소노 씨를 외친다. 밤에 여행객이 외치는 소리가 민폐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 미소노 씨를 요청해서 겨우 집을 찾아 들어설 수 있었다. 미소노 숙소에 이렇게 해서 겨우 깃들 수 있었다. 2층으로 안내하시면서 계속 말씀하시는 것이 일본어보다 영어 위주이시다. 그것도 빠른 말투로. 나중에 식사하면서 들으니 이분이 여기 지역 유지인데다(지역 의원), 아이들 40여 명을 불러모아 영어를 가르치는 수업도 하신다. 여간 재주가 많으신게 아니다. 그래서인지 마을의 여러 사람들이 이 집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구나. 식사 시간,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내 놓으셔서 정말 시원하게 들이킨다. 오늘 하루 걸이가 39.2키로였는데, 하루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내린다.
숙소- 25.신쇼지(津照寺)/ 도보거리 39.2km
숙소- (10.4k) - 24.호쓰미사키지(最御岐寺) - (6.5k) - 25.신쇼지(津照寺) -(3.8k) - 26.곤고초지(金剛頂寺) - (18.5k) - 야마모토 미소노 숙소
숙소 : 젠콘야도 야마모토 미소노(0887-38-2224, 090-7579-1281)
점심 480엔,커피 100엔
간식 350엔,건전지480엔
노쿄비 900엔
숙박비 3,700엔
소계 : 6,01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