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四國) 오헨로 순례(귀국)

1차 시코쿠 순례를 마치고 귀국

by 마르티노 쿠마

17. 18일째 – 귀국(歸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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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설치고 새벽을 맞이한다. 6시발 나까무라 역을 출발, 8시 경 고치 역을 지나며 차창을 통해 바라본 정경들이 내가 지나온 과거가 그저 과거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기차는 방향을 북으로 돌려 오까야마(岡山) 역을 향하고 낯선 풍경에 눈을 돌려 17일 간 걸었던 추억들을 되새김질한다.


18일째(귀가길 고치역).png



나루토에서의 90세 노인

이타노 역에서의 '다이죠부데스까?'를 연신 물으며 걱정해 주셨던 Keiko 상

첫 숙소(채널 강) 주인의 무한한 픽업 친절

쇼산지 오르는 길에서 힘내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되돌아가신 분

쇼산지 오르는 내내 숲길에서 말을 걸어오는 나 자신과의 대화

스다치칸에서 바라본 별들의 잔치

13번 절 못 미친 곳에 위치한 휴게소에서의 달콤한 휴식

경내에서 맛 본 주먹밥에 담긴 민박집 여주인의 정성

도쿠시마, 워싱턴프라자호텔 로비에서의 긴박했던 순간

아오이 민박집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새운 시간

벽안(碧眼)의 숙소 주인이 운영하는 히와사에서의 자유식

잊혀지지 않을 무몽(無門)이 있는 죠만지에서의 템플스테이

활동이 왕성한 미소노

예약을 못해 헤매인 날 열심히 아침 해안길을 달리던 그 상쾌함

고치 시에서의 낭만(게하 헬퍼, 전차, 털장갑, 가츠오다다끼...)

셋케이지 츠야도의 잊지 못할 밤의 추억

그리고 이어지는 국민숙사토사,

토사사가온센에서의 따뜻한 하룻밤

뛰면서 느낀 희열들이 영광의 상처로 남아 오늘 내 가슴을 가득 메운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것은 늘 함께 하신 코보 대사와의 동행

지금 내 곁에서 들리는 방울 소리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안정되고 듬직해짐을 느낀다.


오까야마 역에서 신오사카까지 가는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 역에 내린 시각이 1219. 곧바로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전철을 바꿔 타지 않고, 오후 5시 비행기라 잠시 짬을 내어 오사카를 둘러 보기로 하고는 역사를 빠져나가 역 근처를 한 바퀴 간단하게 관광을 한다. 지나가는 청년에게 길을 물어보는데, 시코쿠에서 썼던 일본어 구사 솜씨가 여기서는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어눌해진다. 오사카 역 주변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우메다 지역으로 가서 맛있게 보이는 빵도 사 먹고 한국 대학생 그룹으로 보이는 자유배낭족도 보여서 반가운 마음이 들어 그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시코쿠의 오헨로길에 대해 모르고 있는 듯해서 잠깐 안내도 해주고 그제야 간사이공항 행 전철에 오른다.


오후 5시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 집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9시. 수염을 잔뜩 길러 나타난 모습에 가족들 모두 처음엔 낯설어 했지만 곧 적응하면서 계속 길러도 좋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몸무게는 크게 변화가 없다. 이 모습 그대로 유지하며 지내다가 내년 이맘때 다시 오헨로 순례길에 오르려 한다. 39번 절에서 88번 절까지, 25일 간의 일정을 잡아서. 이제는 내 생활 속에서 함께 하는 동행이인을 생각하면서 후기를 마감한다.










- 시코쿠 순례 제2부(39번 절~88번 절)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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