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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티노 쿠마 May 12. 2023

시코쿠(四國)오헨로 순례
(2부-22화)

순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5 - 일상이 순례

22. 23일째 – 귀국(歸國), 일상이 순례다     

1월 31()     


오사카의 아침, 비가 약하게 내린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아쉬움에 비가 내린다.

10시에 선물을 사러 도톤보리에 다시 갔다. 

시코쿠에서 맛있게 먹었던 도라이치를 못 사서 아쉬웠지만 대신 도라야끼로 대신 하고, 오사카의 명물 만쥬와 검은콩 볶은 걸 샀다. 기타 미세 마스크 3셋트, 콧털제거기 등을 듬뿍듬뿍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를 나서는데 젊은 지배인 여성이 쪽지를 준다. 

잘 지내셨기를 바라고 다음에 다시 이용해 주십사 하는 내용인데, 작지만 정성이 느껴진다.      

   

난카이 남바 역으로 가는 중. 어젯밤 오사카의 명물 오코노미야끼를 먹고 싶어 찾아갔던 후쿠타로가 12시가 되었는데도 영업개시 전이다. 대신 게딱지에 미소류를 넣어 끓인 건데, 내용물은 작아도 맛있게 먹었다. 양이 모자란 듯해서 작은 우동을 곁들여 먹었다. 이름은 카니미소다.   

 

난바시티에선 간사이공항에서 먹을 고로케 5개를 샀다. 그런데, 공항 가는 전철비가 920엔인데 가지고 있는 동전에서 100엔이 모자른다. 고로게 가게로 다시 내려가 5개 중 한 개만 무르자고 했더니 규정상 안 된다는 것이다. 사정을 하니 이 친구, 자기주머니에서 100엔을 건네준다. 알바생 같기도 한데 이거 받아도 되는지.      

오사카에서 마지막 감동을 준 고로케 점원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내

이번 순례에서 만난 귀인들을 떠올리니 잔잔한 감동이 가슴 속에 인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시코쿠 사람들을 한분한분 가슴에 담아본다.


오다의 밤길을 걷는 내게 도움의 손길을 주신 우에노 상

추운 밤에 머물 숙소가 없어 밤새 고야산 마을을 서성이는 내 손을 붙들어 인도해주신 불자, 사이토 상

간온지에서 친절을 베푸시고 버스표를 오셋다이로 내주신 어르신

힘들고 지친 내게 자동차 옆자리를 기꺼이 내주신 이치노세 상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들의 거처를 기꺼이 제공해 주신 우탕구라 어르신 부부

오코노미야키를 오셋다이로 베푸신 터널 앞 음식점의 똑닮은 모녀

길 안내를 친절하게 해준 우와지마 인근의 중3 남학생

길에서 건네주는 따뜻한 미소들

산 속 숲길에서 마주한 작은 불상들

험로에서 따뜻하게 말을 건네준 헨로미치 푯말들 

- 그중에서도 미사까 고갯길과 슈쿠모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마주한 글과 그림들

등하굣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학생들에게서 발견한 밝은 미소들     

마주한 위험한 길에서 보호해주셔서 감사를 드린다.

이와야지 뒤로 겹겹이 산산인 곳에서 헤매는 나의 길눈이 되어주시고

이시즈치야마 산을 힘겹게 오르는 저의 등짐을 가볍게 하여 주시며,

88번 절 가는 길의 눈덮인 여체산에서 미끌어지는 일 없이 한발 한발 내딛는 든든한 발이 되어 주셨으며

1.2키로 터널길에서 보호막이 되어주시고

39번 절 근처 히라다 대합실에서 밤새도록 동행이인이 되어주셔서 감사드린다.     

대자연의 숨결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게 하신 것도 감사를 드린다.

숲의 속살을 비추는 

아침햇살과 늦은 오후의 햇살을 마주하게 하시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가 어우러진 숲길을 걷게 하시며,

다카마츠와 세토 내해,

슈쿠모 앞바다, 

마쓰야마 시와 이시테지의 모습 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무엇보다 여체산에서 어머니의 품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가정집에 불이 하나둘씩 켜질 때면 어김없는 밥냄새가 코를 자극했는데, 

이제 내집밥을 먹을 수 있는 집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시도 교류로 바뀌게 되는 근무지가 강원도 어디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앞일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마주하는 선생님들과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 등이 그리 녹록치 않을 거란 생각, 

시코쿠에서 만난 아이들마냥 그리 순박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학생들과의 대면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지내야할 집이며 먹거리 등의 문제도 있다. 

그래도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시코쿠 순례길에서 겪었던 상황이 고스란히 재현될 거란 막연한 믿음 때문이다. 

시코쿠 순례를 통해 받은 오셋다이를 바탕으로 오히려 적극적으로 베풀며 살기를 희망한다. 

일상이 축복인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먼저 작은 미소를 보내고

사탕 한 개를 오셋다이로 건네주며

배려하고 베풀려는 마음가짐으로 대하다 보면,

그리고 옳은 일에 힘쓰려 하다보면, 

마주치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도 눈에 보이리라 본다.

옆구리를 찌르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도 외면하지 않게 되기를.

기적같은 일들이 제2의 인생에서 펼쳐지는 것을 

순례일지 기록으로 남기듯 하나하나 자세히 남기고 싶다. 


    

                                                                                                                       일상이 순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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