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四國) 오헨로 순례(6화)

아, 바다여! 벽안(碧眼)의 佛人이여!

by 마르티노 쿠마

6. 6일째(21~23번 절), 아, 바다여! 벽안(碧眼)의 佛人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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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 절이 있는 산의 높이와 21번 절이 있는 산의 높이가 얼추 비슷하게 500여m. 그 사이에 스이바시(水井橋)와 숙소가 놓여져 있다. 아침 일찍 서둘렀더니 21번 절을 오를 시점엔 아직 산길이 어둑어둑. 조금 속도를 늦춰 가면서 아침녘의 산길에 들어선다. 그리고 잠시 뒤 햇살이 비추는 숲길.


6일째(아침햇살길).png



힘들게 힘들게 오른 21번 절 다이류지(太龍寺). 모골이 송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절이다.

6일째(다이류지 안개숲길).png 다이류지(太龍寺)


게다가 아침녘이라 더욱 그런가. 그런데, 묵서를 써 주는 납경소 내를 둘러보다가 이곳에서 발행하는 신문 첫 면에 눈에 띄는 얼굴이 있어 유심히 봤더니,

6일째(숙박주인들).png 시코쿠 민박집 주인들 사진. (우측 하단에 바로 아오이(碧)의 여주인 '에미' 상)

그러니까 이 사진 속의 인물들은 순례객들을 맞는 숙박업소의 주인들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또 그분의 얼굴을 뵈다니, 웃는 모습이 참 다감해 보인다.


다이류지에서 한참을 내려와, 농노를 지나고 마을을 지나 11키로 즈음 걸으니 마을의 가장자리에 22번 절 뵤도지(平等寺)가 보인다. 평안해 보인다. 날씨도 좋고, 맑고 깨끗한 하늘 아래 놓인 뵤도지 그리고 경내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6일째(22번절 뵤도지).png


경내 벤치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주먹밥을 먹는 기분이 좋다.


길을 나서면, 이제 23번절 야쿠오지까지 23키로를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그 먹먹함도 잠시. 시코쿠에 와서 처음으로 맞는 바다가 그러한 기분을 싹 날려버린다.


6일째(야쿠오지 바다).png


해질녘,

개를 데리고 산책하시는 할머니이기엔 너무도 말쑥하게 차려 입으신 분과의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 함께 마을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이분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그리곤 2층집의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나보고 잠깐 기다리라고 하신다. 무얼 하시려고 하나 보았더니, 잠시 뒤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오신다. 집도 예쁘고, 함께 산책했던 개도 멋있다. 오셋다이로 주신 음료와 과자, 너무도 맛있게 먹었고, 덕분에 힘이 솟구친다.


6일째(오셋다이).png 먹을 것을 챙겨 나오시는 마을 주민



이 힘으로 오늘의 목적지 야쿠오지가 있는 히와사에 들어선다. 그런데, 히와사에 들어설 때가 꽤나 어두워진상황인데 숙소가 눈에 잘 띄질 않아 숙소에 전화를 넣었다. 설명엔, 다리 건너기 전, 뭐시기 계단이라는 말도들리고. 일단 설명을 들은 대로 길을 찾아 나선다. 다행히 다리가 나왔고, 거기서 계단을 찾아보니 왼쪽에 있는데 그 계단 아래로 내려서니 어떤 숙소가 보이긴 했는데 내가 찾는 히와사의 숙(宿)이라는 간판이 보이질 않는다. 다행히 첫 집의 문패를 보니, 거기에 '히와사(日和佐)의 숙(宿)'이라는 글씨가 겨우 보인다. 드디어 입숙.


나를 맞이하는 여주인이 그야말로 괄괄하신 분이다. 북방의 여진족장의 아녀자 같다. 석식도, 조식도 없는 대신 부엌 내 모든 물건들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설명을 해 주시는데, 정말 정신이 번쩍 든다. 조리기구며, 간식거리, 냉장고의 요쿠르트와 세탁기,건조기가 모두 한 군데 갖춰 있는데, 오늘 이 모든 것을 혼자 투숙한 내가 다 사용할 수 있다니... 근처의 슈퍼에 가서 먹을거리를 장만해 왔는데, 이럴 때를 대비해 요리 하나쯤은 배워두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 온 도시락을 막 먹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남편을 데리고 들어서는데, 남편이 일본인이 아니고 프랑스인이다.

6일째(프랑스인).png 히와사 숙소의 주인 부부


나이는 63세라고 하시는데, 젊어 보인다. 8년 전쯤 여기에 와서 숙소를 인수받아 운영을 하고 있다는데 일본어도 곧잘 하시고, 한국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하신다. 그래서 한국에 오시면 연락하시라고 했다. 부부가 안채로 들어 가신 뒤 먹는 것을 계속하다 생각해 보니 사진 찍는 것을 깜빡 했다. 실례를 무릅쓰고 안채로 들어서면서, '오이'하니까 여주인의 응대와 더불어 내가 사진을 찍었으면 한다니까 마다하지 않으시고 포즈를 취해주신다. 세탁이 마무리되고, 건조도 될 무렵 귤과 사탕을 챙기고 마지막 요쿠르트까지 싹 비우니 배가 빵빵해진다. 오늘 하루 걸은 거리가 38.1키로. 지칠만도 하지만 건재할 수 있는 것은 좋은 날씨와, 바다, 오셋다이와 활기 넘치는 숙소 주인, 그리고 코보대사와 함께 하였기 때문이리라.


숙소-水井橋(픽업) – 23.야쿠오지(藥王寺) / 도보거리 38.1km

水井橋 – (4.2k)- 21. 다이류지(해발520m) - (10.9) - 22.뵤도지(해발 60m) - (23k)- 23.야쿠오지(藥王寺)

숙소 : 히와사(日和佐) 민슈쿠(0884-70-1242) - 무슨 음식이든 해 먹을 수 있는 부엌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곳. 프랑스인이 운영, 부인은 일본인


석식 및 간식 1,600엔

노쿄비 600엔

숙박비 4,500(스도마리)
소계 : 6,7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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