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의사과학자 류박사 Oct 03. 2024

대학원 생활은 처음이라

전공의의 새로운 도전, 대학원 입학의 설렘과 두려움

#대학병원 #대학교수 #대학원 #의학과 #전공의 #의학박사 #석사박사통합과정 #박사 #석사 #학위논문 #의료인생 #학문의길 #연구자의삶 #의학연구 #박사의꿈



【 새로운 도전의 시작, 대학원 모집공고 】


전공의 1년차, 대구의 여름, 영남대학교 일반대학원 입학 모집요강 포스터가 의국 게시판에 붙었습니다. 의국 교수님들께서는 관심 있는 전공의들에게 지원을 권유하셨습니다.


정형외과 전공의에 지원할 때, 여러 근골격 질환과 외상을 공부할 수가 있어서 정형외과에 지원하였지만, 대학원에 입학을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터였습니다. 대학원에 입학하면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기회비용이 있을지에 대해서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의사의 삶에서 대학원의 의미 】


먼저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나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나중에 대학의 교직에 지원할 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별, 과별 상황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최소 석사 이상이어야 대체로 교직에 지원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10년 전, 정형외과 전공의 1년차였던 저에게는 대학 교수직은 엄청난 자부심과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은 꿈의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대다수는 교직을 떠나 본인이 개업하여 개원의의 길을 가거나 종합병원 또는 의원에 취직해서 월급을 받는 봉직의의 길을 갑니다. 만약 이런 길을 간다면 석사나 박사학위는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본인의 약력에 “박사”라는 한줄을 추가하기 위해서 큰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이유였습니다.


환자에게 의사의 학위가 얼마나 중요할까요? 의사로서 10년의 경험을 쌓은 지금, 환자분들이 저를 찾는 이유 중 '박사' 학위 때문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의 대다수는 접근성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의사 개인이 자의든 타의든 교직의 길로 가지 않는다면, 대학원 진학은 필수사항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대학의 바깥 사회로 나간다면 석사나 박사학위는 자기만족 그 이상은 아닌 상황이었습니다.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만 해도 훌륭한 의사이기 때문에, 모든 의사가 연구자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 설레는 마음으로, 첫 대학원 지원 】


여러 고민 끝에, 미래의 교직 가능성과 개인적 성취감을 위해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대학원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결국 대학원 입학 원서를 작성하기로 하였습니다.


의과대학만 졸업한 저는 의학사 학위자였기 때문에, 석사과정 또는 석사박사통합과정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당연히 박사가 되면 좋겠지만, 석사박사과정은 필수 학점이 더 많았고, 논문 심사도 더 까다롭다고 들었기에,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리고 괜히 석사박사통합과정으로 들어갔다가 석사도 못 따고 나오면 어떡하나 이런 고민도 있었습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제 남은 인생에 더 이상 학생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대학원생도 엄연히 학생이기 때문에, 또 다시 학생을 시작한다는 것은 좀 설레는 일이기도 하였습니다. 대학원 생활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전공의 수련과 병행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동시에 의학 연구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습니다.



【 동경의 대상, '박사님' 】


저는 어릴 때 만화영화에서 흰머리를 한 여러 박사님들이 타임머신이나 동급의 엄청난 발명품들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그렇게 자란 나로서는 ‘박사님’이라는 단어가 세상 모든 만물에 통달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신비로운 단어였습니다. (그림 1) 3단논법이 좀 웃기지만, 그렇게 멋진 박사님이 되기 위해 석사박사통합과정에 일단 지원을 하였습니다.


그림 1. 대학원 입학전 나의 상상속에 '박사님'.



지금 생각하면, 내가 대한민국에 모든 박사님들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의학 박사는 타임머신을 만들거나 엄청난 발명품을 만드는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의학박사는 의사중에서 이미 잘 알려진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의료를 수행하는 일반적인 의사들의 역할을 넘어서, 이미 알려진 사실을 넘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내는 일을 합니다. 그것이 의학 실험실 단위이든, 약물적 치료인든, 수술적 치료이든지 간에 이미 알려진 사실 위에 새로운 사실 한문장을 입증하기 위해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입증하는 사람들입니다. 한문장의 결론을 입증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과학적인 근거들을 수집하려고 노력합니다. 


후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제 의학박사 학위논문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골 형성 분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전문 분야에 작지만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세상을 바꿀만한 발명이나 발명을 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가 보니, 박사는 본인의 가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지, 모든 박사님들이 어릴적 만화영화에 나오는 발명가들은 아니었습니다.



【 꿈의 첫걸음, 대학원 입학 】


어느덧 대학원 원서를 접수하고, 면접날짜가 되었습니다. 타과 전공의 1인과 외부병원 전문의 1인 등 3명이 함께 면접에 참여하였습니다. 일반대학원 면접은 큰 부담은 없는 면접이었습니다. 일단 지원자 수가 대학 입시와 비교하자면 월등히 적고, 대체로 본인이 스스로 추가적인 학문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지원을 한 것이기에, 면접관인 교수님들도 상당히 호의적으로 분위기로 면접을 진행하셨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대구의 날씨가 쌀쌀해질 때쯤, 합격하였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수강신청을 하라는 공지를 받았습니다. 대학원 과목 수강신청을 하면서 두가지를 느꼈습니다. 


먼저, 영남대학교 일반대학원의 석사박사통합과정은 매 학기 최대 학점을 이수한다면 이론상 6학기 만에 박사학위 취득이 가능했습니다. 이는 제게 전공의 수련과 박사과정을 동시에 마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였습니다. 이런 효율적인 과정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힘들겠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클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두 번째로 깨달은 점은, 대학원 수강과목들이 저의 연구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와 의과대학의 주입식 교육과는 정말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본인의 주 연구관심사와 상관 없는 과목들도 수강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저의 학위논문 작성을 위해서 세세하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지도교수님과 연구주제를 상의하고 필요한 실험과 연구들을 스스로 진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것을 들어와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록 처음엔 잘 몰랐지만, 이제 대학원의 모습이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찼습니다. 이 여정이 저를 어떤 의사와 연구자로 만들어갈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전공의의 새로운 도전, 대학원 입학의 설렘과 두려움”



이전 15화 전문의를 향한 마지막 여정: 전문의 시험 준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