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와 함께라면
헤세와 함께하는 시간은 아무런 해가 없는 진정제를 투여받는 시간이었다. 독한 치료제가 아니라 지금의 아픔을 가만히 누그러뜨리는, 마음의 진정제가 나에게는 헤세였다. 헤세가 심리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모든 작품세계는 심리적 치유 효과를 자신도 모르게 지향하고 있다. - prologue 중에서
때로는 삶이 우리에게 너무도 가혹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지고, 나이 듦이 무작정 두려워지는 순간이 많지만, 나는 헤세로부터 흐르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그 방법은 바로 문학과 예술과 자연을 항상 물처럼 공기처럼 내 곁에 두는 진지하고도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문득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조바심이 들 때마다 나는 헤세의 작품을 찾는다. 나는 헤세의 글과 삶과 작품 속의 주인공들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시간에는 결코 '늦음'이란 없음을 배운다. <수레바퀴 아래서>를 통해 모든 인연을 첫사랑처럼, 첫 만남처럼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고, <데미안>을 통해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신비와 새로움을 잃지 않는 문학작품의 마법을 배운다. 마주치는 모든 존재 속에서 사랑과 희망의 조짐을 보는 것, 그것이 내게는 나이 듦에 굴복하지 않는 생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상 속의 마음 챙김 비법이다. 헤세를 통해 나는 점점 '나다운 존재'가 되어간다. 헤세를 통해 나는 단지 더 좋은 작가가 아니라 더 아름다운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진다. - prologue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