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사람

햇살, 기다림에서

by dwpark

독립한 막내 녀석은 좀처럼 연락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항상 바쁘다는 핑계 때문이다. 나 또한 문자나 전화를 자주 못하긴 마찬가지다.


맨 처음 원룸을 얻어 나가서 생활한다고 할 때, 걱정이 너무 많이 되었다. 그리고 기분도 묘했다. 하지만 그 기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속에 작은 짐을 내려놓는 듯했다. 그런 마음은 점점 자식이 주는 든든함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벌써 2년이 되었다. 내가 지금 집으로 이사를 온 지도 1년이 되었다.


매일 아침은 반복된다. 그 일상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느낌도 없다. 그 시간이 되면 햇살은 어김없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나를 비춘다. 그 빛은 그냥 좋다. 그러나 이런 일상은 늘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저 몸 전체를 건조하게 만들어 피곤하게 한다. 아무래도 지나가는 세월을 잡을 수가 없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내 손목에 찬 시계 초침 같다. 정해진 시간표 같이 흘러간다. 학창 시절 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다. 시간에 맞춰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한다. 기다리다 보면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버스가 오면 타고 간다. 다음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한다. 낯익은 얼굴이 또 보인다. 전철역에서 내려 다시 타고 출근한다.


업무를 본다. 점심을 먹는다. 다시 업무를 보고 퇴근시간에 맞추어 나온다. 퇴근은 출근길의 반대 방향이다. 집에 도착하면 저녁 준비하고 아들과 식사를 한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권태롭다.


1년 365일 중 자식에게 연락을 얼마나 받을까. 그 흔한 카톡조차 받았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이란 그냥 흘러만 간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항상 외롭다. 그 외로움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런 한주가 지나 주말이 온다. 기다린다. 스마트폰을 여러 번 쳐다본다. 진동이나 벨소리가 나면 나도 모르게 즉각 반응한다. 난 무엇을 바라며 기다리는 걸까.


그렇게 한참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카톡 하나가 빛과 소리를 내며 울렸다. 그 빛은 매일 아침에 찾아오는 변함없는 그 햇살처럼 반가웠다.


확인을 했다. 배달앱에서 보낸 할인 쿠폰 안내 카톡이었다. 한숨을 쉬었다. 배가 고파 점심을 먹었다. 아파트 아래로 내려와 집 앞에서 시작해 단지 전체동을 한 바퀴 돌았다.


다 돌고 나서 다시 집으로 왔다. 큰 녀석에게 언제쯤 오냐고 카톡을 보냈다. 전화를 하면 잘 받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한참을 기다려도 응답이 없다.


그렇게 기다리다 저녁을 시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카톡을 보냈다. 저녁은 시켜 먹자고 했다. 큰 녀석이 평소 좋아하는 메뉴를 추천했다. 그렇게 보내고 나서 15분쯤 카톡이 왔다. 좋다는 답과 함께 하트 이모티콘, 그리고 오는 시간을 알려주었다.


연락이 없던 막내 녀석에게 다시 카톡을 보냈다. 하지만 역시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좀 답답해서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자동 메시지만 문자로 왔다. 잠시 후에 다시 연락 바랍니다.라고 문자가 왔다.


그러다 문득, 아버지에게 문자를 받고 나도 역시 문자를 바로 보내지 못한 일들이 생각이 났다. 그런 아버지도 한참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을 것 같다.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거실에서 베란다를 바라보았다. 해가 아른아른 저물어 가고 있었다. 아침에 보았던 햇살에는 희망이 보였다.


지금 지는 햇살을 보니 안도감이 든다. 그런 햇살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침과 저녁의 햇살을 각각 볼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다.


주말 이틀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다시 내일이면 새로운 한 주와 다시 마주한다. 큰 녀석이 왔다.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고 화장실로 가서 씻었다. 배달앱에서 음식을 시켰다.


벨이 울렸다. 현관문을 열고 족발을 받아 거실 식탁에 놓았다. 아들 녀석을 불렀다. 난 소주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식탁에 소주잔과 함께 놓았다. 포장을 열었다. 낮에 할인 쿠폰을 받아 시켜서 그런지 더 맛있어 보였다.


시킨 음식을 먹고 나서 정리를 하고 거실에서 주말드라마를 보았다. 요즘은 연속극을 볼 때마다 감정이 복받쳐 온다.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때 거실 탁자 위 스마트폰에서 빛이 났다. 그리고 진동과 소리가 울렸다. 막내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왜 그리 반가운지 마냥 기뻤다.


그 내용은 별거 없었다. 전화는 왜 했냐고, 저녁을 먹었냐고, 지금도 바쁘다고 했다.


카톡을 보며 생각했다. 부모는 늘 기다리는 사람인가 보다. 내 아버지도 그랬고, 나도 그렇고, 아마 내 아들들도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다.


어느새 하루가 저물었다. 창밖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또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자식이 보내는 메시지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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