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by dwpark

아침에 일어나 아내와의 아침을 먹는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하는 일이다. 10년 전이라면 모른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늘 먼저 기상한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아들 녀석의 방은 아직도 깊은 잠에 잠겨 있다.


창문 쪽을 바라보면 붉은 햇살이 보일 듯 말 듯 아른거린다. 그 빛이 반가웠다. 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준다. 부엌으로 가서 물을 한잔 따라 마셨다. 그리고 매일 하던 습관처럼 냉장고 문을 열고 닫는다. 어쩌면 잃어버린 추억의 찬기를 찾아 헤매듯, 그 행동엔 늘 알 수 없는 미련이 묻어 있었다.


오늘은 평소처럼 서두를 필요가 없다. 휴일이다. 출근하지 않는다.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 보았다. 신선한 공기가 들어왔다. 시계를 바라보니 늘 손목에 차고 계신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곧 어머니도. 시간을 자주 물어보셨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가볍고 숫자가 큰 손목시계를 찾으셨다. 기력도 없고 눈이 침침해서 보기가 편한 걸 좋아하셨다. 그 기억이 눈에 밟히듯 마음이 저려온다.


지금의 나는, 아침에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일이 낯설다. 그건 내 기억에 없는 일이다. 언제나 혼자였다. 쉬는 날이면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은 벌써 지나가고 있다. 그런 순수한 빛을 볼 때면 젊은 시절의 내가 그리워진다.


잠시 그렇게 앉아 있다가, 리모컨으로 TV를 켜서 채널을 검색해 본다. 하지만 딱히 볼 만한 프로그램은 없다. 결국 다시 부엌으로 가서 간단히 먹을 것을 찾는다. 거실 탁자에 앉아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끼니를 먹는다.


다시 침대에 누워 모자란 잠을 청해 본다. 천장을 바라보니 붉은빛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한참을 잤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오후 3시쯤, 평소 같으면 아버지를 뵈러 가는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은 갈 수가 없다. 아파트 단지를 걸었다. 단풍잎을 보았다. 그 사이로 스며든 붉은 햇살이 얼굴을 샥 하고 비춘다.


행복했다. 그 빛이 아버지의 마음 같아서, 늘 그리워했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다시 걸었다.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보니 이마트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쇼핑 장바구니를 들고 익숙한 곳으로 향했다.


아내와 자주 가던 코너였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 댁에 저녁을 먹으러 가곤 했다. 그때마다 사러 가던 곳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가에 붉게 물든 나뭇잎을 보았다. 그리고 태양 바라보았다. 그 붉은빛은 나의 눈을 찡그리게 했다. 그 순간 내 마음도 아려왔다.


그런 나에게 묻는다. 그리움이란 무엇일까? 보고 싶은 마음일까? 아니면 외로움인가? 걸으면서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명확한 돌아오는 답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집 앞이다. 집으로 들어와서 재활용 물건들을 분리해 담았다. 그리고 아들 녀석과 저녁에 먹을 음식을 생각해 보았다. 이럴 때면 슬프다. 왜 나는 늘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을 당연시하고 살아왔을까.


석양에 물든 노을을 바라보았다. 저녁을 먹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문득 아내와 아침, 친구와 점심, 부모님과 저녁을 함께했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드라마 속 장면만 머릿속에 그려지듯 남아 있었다.


다시 TV에서 볼 프로그램을 찾았다. 그러고는 자주 보던 드라마를 틀었다. 한참을 보다가 문득, 10년 전 보았던 드라마속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 장면은 마치 오랫동안 묻어둔 내 그리움처럼 보였다. 나는 그 그리움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리움 속에서 아버지가 계시던 집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안 계신 그 집은 왠지 쓸쓸해 보였다. 내가 있어도 외로워진다. 그곳에 살면, 아마 그리움만 남을 것 같다.


베란다 창문을 바라보았다. 밖에 달이 보인다. 그리고 별도 보인다. 매일매일 함께 바라보고 싶은 사람은 내 곁에 없다.


밤이 지나고... 다시 온다. 창문을 통해 온다. 서서히 붉게 물든 빛이 나를 향해 비치면서 온다. 반갑다. 매일의 햇살이... 하지만 이 빛은 나의 또 다른 그리움을 깨웠다.


나는 바란다. 아침에 아내와 함께 밥을 먹고 싶다. 창가로 비치는 붉은빛을 바라보면서... 너무 보고 싶다.

그렇다면 언제쯤 그런 붉은빛이 다시 찾아올까. 아내와 아침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그날은.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거울 속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