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햇살사이
요즘 부쩍 새벽에 자주 눈이 떠진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었지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그냥 걱정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일들이 벌써 일주일째다. 아니, 그 이전부터 시작된 것 같다. 불면증이 생긴 것 같아 집 근처에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그냥 웃으며 걱정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의사는 '흔한 증상'이라고 했다. 스트레스가 몸에 반응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더 불안했다.
예전에도 간혹 잠을 설쳤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토록 오래 지속된 적은 없었다. 이 낯선 현상이 두려웠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닐 거야라는 의심이 자꾸만 들었다.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내 마음이 미워졌다. 하얀 천장을 멍하니 쳐다봐도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시간이 나를 점점 희미하게 만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새벽, 아주 예민한 시간.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그 순간에,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눈을 뜬다. 하필 아침이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바로 그 시간이었다.
잠을 깨면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보면, 이번 달에 지출해야 할 돈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한다. 보험료, 카드값, 관리비, 가스비 등. 정신없이 계산을 반복한다. 이렇게 새벽잠을 설치고 나면, 몸이 무거워서 움직이기도 힘들고, 출근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초조했다. 햇살을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아침 또한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그 감정은 커다란 짐처럼 무섭게 나를 누르고 있었다.
그래도 햇살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온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피로가 잠시 멈춰버렸다. 그 하루의 시작도 행복하게 느껴진다. 이제 어깨가 조금 가벼워졌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햇살을 바라본다. 순간, 고단했던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편안해졌다.
비록 불안은 여전했지만, 그 빛 속에서 나는 삶이 조용히 보내온 신호 하나를 느꼈다. 어쩐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온기가 가슴 깊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얼마 전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저녁에 만나서 소주 한잔 하자고 했다. 그래서 시간 약속을 하고 우리 집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선배가 손짓을 하며 나를 반겼다. 술과 안주를 주문한 뒤, 선배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회사에서 일방적 통보로 권고사직을 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선배는 한숨을 쉬었다.
사는 게 정말 힘들다고 한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내게 묻는다. 또한 두렵다고 말한다. 나는 특별히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때 선배가 "이제 뭐 하고 살지" 하면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실업급여 신청부터 기간, 금액, 재취업 또는 창업... 술에 취한 선배는 속상한 마음으로 똑같은 말만 계속 이어갔다. 그런 모습에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일을 당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도 같은 일을 겪게 된다면,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친구가 있을까? 마음속으로 찾아보았다.
그렇게 선배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술을 한잔 해서인지 몹시 피곤했다. 난 빨리 씻고 쉬고 싶었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였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은 점점 더 초롱초롱해졌다. 아침이 오는 게 왠지 불안했다. 이렇게 피곤한데, 아침까지 푹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잠을 설치는 날들이 반복된다. 불안하게도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런 시간은 조만간 사라지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매일 같은 시간, 창 너머로 비치는 햇살을 본다는 것만은 여전히 행복하다. 그런 아침에 다시 눈을 뜨고, 햇살을 바라본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한다. 할 수 있다고 혼잣말로 다짐을 해본다.
솔직히 두렵다. 걱정도 많다. 내가 얼마나 힘들고 외롭던 세월을 살아왔는지 당신이 잘 알겠지. 아니,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염려 마. 지금껏 그래왔듯 난 누구보다 잘할 수 있어. 하늘을 향해 크게 외치고 싶다.
그런 햇살을 나는 본다. 그래서 충분히 행복하다. 오늘도 햇살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은 매일같이 밝아온다. 그렇게 나 자신도 밝게 빛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