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낀 반가움

매일 아침, 햇살이 반가운 이유

by dwpark

누구나 인생의 절반은 일로 채워져 있다.

이제 나는, 남은 절반을 나답게 채울 무언가를 찾고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늘 회사 생각을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 수십 년 살았다. 목표는 정해져 있었다. 남들처럼 집을 장만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돈을 모아 편안한 노후를 준비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알았다. 그 노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는 것을.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정년 이후의 삶은 막연했다. 50년을 살면서 '나'라는 존재를 마주해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직장인으로서,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누군가의 역할만 했다. 그런데 그 모든 역할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럼, 남겨진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이 글은 그 질문과 답을 찾는 나의 기록이다. 유별난 일도, 커다란 깨우침도 없다. 다만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작은 감정들. 그것들을 하나하나 모아 본다.


햇살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매일 달라집니다. 당신의 하루도 그렇지 않나요. 혹여, 나와 같은 초조 속에서 작은 반가움을 찾고 계신 건지도 모릅니다.



베란다 창으로 스며드는 붉은빛은 언제나 같은 시간에 찾아온다. 언제부터 느꼈을까. 늘 변함없이, 창문 너머로 빛이 스며들었다. 오랜 시절 살아오면서도 잘 몰랐던 사실이다. 아니, 알고도 외면했는지 모른다. 바쁘다는 핑계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날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씻으려고 화장실로 가는 것이 반복된 일상이었다. 양치하고 머리 감고 세수까지 마치고 나면 저녁에 미리 준비한 반찬을 챙겨 밥을 허겁지겁 먹고, 신문을 펼쳐보다가 덮고 부랴부랴 회사로 향했다.


붉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볼 여유 따위가 없었다. 출근해야 했고, 늘 같은 시간에 맞춰 살아야 했으니까. 30년을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얼마 전부터, 깨어나면 습관처럼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본다. 아니, 그림자처럼 비친 붉은빛을 보고 있었다.


서서히 밝아져 오는 그 빛을 바라보면, 세월이 덧없이 흘러간다는 것을 느낀다. 희미했던 빛이 조금씩 커지다가 어느 순간 방안이 환히 밝아지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설렌다.


마치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천천히 나를 부른다. 그 순간, 얼마 남지 않은 직장생활이 문득 가까워진 듯했다.


그때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부장님, 남은 날은 어떤 기분이세요?" 그 짧은 질문에 그 말이 하루 종일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 달력을 쳐다보았다.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지, 혹은 다른 무엇을 찾아 새롭게 시작을 해야 할지. 이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한 채, 가슴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한편, 노후에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가장 큰 걱정은 자식들이었다. 독립한 자식도 있고, 아직 그렇지 못한 자식도 있다. 그래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이 있는지, 정년 후 무엇을 하며 지낼지 고민이 된다. 저녁이 되면 밤이 유난히 길게만 느껴진다. 침대에 누워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잠을 청하다 보면 어느새 새벽 3시, 4시... 천장을 올려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시간들이 미워진다.


그러다 불현듯 생각이 든다. "내일은, 아니 오늘이 또 시작될까?" 그런 생각이 스칠 무렵, 요즘 손발이 예전보다 더 차가워졌다. 식사 후에는 속이 자꾸 불편하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볼 때마다 눈이 침침하고, 자주 잘 들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


옆자리에 한 직원이 "부장님, 뭐 불편하신 것 있으세요?"라고 묻자, 나는 "그냥 그래"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사실 괜찮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결국 병원을 찾았다. 진료 후 의사는 큰 이상은 없다면서, 이런 증상은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몇 가지 주의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호르몬 감소로 인한 우울감이나 뱃살처럼, 나이가 들며 나타나는 변화들이었다. 일상의 패턴을 좀 바꿔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병원을 나서는 길, 문득 세월이란 게 뭘까 싶었다. 시간을 먹고 자란다고들 한다. 그러나 흘러간 삶들은 나에게 무거운 짐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태양이 나의 얼굴을 환하게 감싸 주었다. 그 순간 참으로 반가웠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다. 그 순간부터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아침에 눈을 뜨며, 창가에 비친 붉은빛이 반갑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확실히 변화는 좋은 것 같다. 살아오면서 매일 맞이했던 햇살인데, 정말 이렇게 기분 좋게 느껴질 수가 있나, 싶었다.


문득 그리운 사람이 떠올랐다. 기억이 흐릿해져도 보고 싶은 마음은 더 선명해진다. 오늘 아침에도 난 그랬다. 평소처럼 눈을 떴다. 창가에 비치는 붉은빛이 조용한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바라보며, 내 삶에 힘이 되어준 그분들을 기억 속에서 조심스레 그려보았다.


햇살은 감정을 담은 노래처럼 매일 나를 비출 것이다. 생각할수록, 내 인생을 더욱 따뜻하게 해 줄 것이다. 그런 주말 어느 날, 아들이 내 표정을 보며 나에게 물었다. "요즘 무엇을 생각하고 계세요?" 나는 습관처럼 "하루가 피곤하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들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건강 잘 챙기세요.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좀 하세요.


이 말을 듣자, 늘 한결같은 그 사람이 떠올랐다. 누굴까. 나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그 말에 잠시 생각을 멈췄다. 그제야, 잊힌 시간들이 빛바랜 사진처럼 지나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때 매일 비치는 햇살이 얼마나 새로운지, 기분 좋은 일상인지 깨닫는다. 그래서 요즘 아침이 기다려지곤 한다.


이제야 알았다. 내가 그리워한 것은 햇살이 그리운 게 아니라, 지나간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 시절을 돌이켜, 다시 그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 기억이 후회처럼 스쳐갔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하루가 스치듯 지나간다. 한 주가 절반쯤 지나면, '벌써 주말이 다가오네'라는 생각에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혹시, 나는 늙어가고 있는 걸까. 봄이 오면 언젠가 마지막 겨울이 오듯이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된다. 계절은 덧없이 흘러가지만 그 세월의 흔적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젠 좀 다르게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매일 찾아오는 아침,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면서 나는 깨달았다. 그 오랜 세월을 나는 정말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 느끼기나 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살아있다는 것을. 손과 발이 차갑거나 따뜻하거나. 마음으로 느끼듯, 맑은 공기가 차갑게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모든 것이 선명하게 당연한 듯 나에게 다가오는 듯한 순간. 나는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 햇살이 나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이제 매일 아침이 찾아온다. 아니, 찾아올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그럴 것이다. 날이 밝을 때마다 바라보면 생각한다, 이런 날들이 얼마나 많이 남았을까. 그래도 붉은빛만은 늘 나를 반겨줄 것 같다.


누군가 내 곁에 있는 듯.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그 햇살을 바라보며, 마음속 깊이 느낀 감정을 안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더 분명하고 선명한 이유임을, 이제 나는 알게 된다. 붉게 물든 석양이 진다. 저 태양이 노을 속으로 천천히 사라진다. 내일도 그 붉은 태양은 다시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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