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랭보 디자인 파피
가능할까? 섹스 없는 사랑
제목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섹스 없이 사랑이 과연 굴러갈 수 있을까? 여기서 사랑은 로맨틱한 감정, 연인 사이 더 나아가 혼인 관계를 가리킨다. 섹스 없는 연애, 섹스 없는 결혼, 상상할 수 있는가?
섹스 없이 왜 사랑 못해? 성관계 그게 뭐라고. 서로 아껴주는 마음만 있으면 되지 않아?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우리의 연애 관계는 많은 부분 성에 매여있다. 20대 초중반에는 타인과 로맨틱한 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연애 시작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혹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도) 섹스한다. 몇 년의 연애 끝에 결혼 적령기를 맞으면 식을 올린다. (성관계를 통해) 아이 두어 명을 낳는다. 회사 업무에 치이고 육아에 지친 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체력마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섹스리스가 되어 노년을 맞는다. 모든 연인 관계를 이렇게 납작한 틀에 가두는 것은 실례려나? 사랑도,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20대 대학생인 내게 미지의 세상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현실을 알 정도의 나이는 됐다. 정말 많은 커플들이 이러한 규범을 따랐고, 여전히 따르고 있다고 확신한다.
나는 부모님에게 “연애는 안 하니?”라는 질문을 받고,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에선 썸, 연애, 섹스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앞서 설명한 도식의 첫 단계를 밟으라는 압박을 가족, 친구, 나아가 사회로부터 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섹스가 인생의 정답처럼 여겨지는 지금. ‘섹스 없는 삶’이 설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커플 사이에 섹스가 갖는 함의
약 일주일 전 이라는 제목의 책을 처음 접했다. 책의 부제는 ‘섹스 없이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법 (Romantic but Asexual Relationships Among Contemporary Lesbians)’. 이 책은 서로를 평생의 반려로 여기는 레즈비언 무성애 커플을 ‘보스턴 결혼’으로 개념화하고 그 사례를 소개한다.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 중 몇 분은 ‘레즈비언? 내 얘기 아니네.’라며 뒤로 가기를 누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들어보시라.
레즈비언들도 여느 이성애 커플들과 다름없이 연애를 하고 섹스를 한다. 다른 건 단지 상대방의 성별뿐이다. 심지어 이 책에서는 동성애 커플이 이성애 부부보다 더 성관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서술됐다. 이성애 부부는 관계에서 섹스가 사라져도 결혼이라는 제도가 그들을 공식적으로 부부로 인정해준다. 또한 둘 사이에 아이가 있는 경우 그 관계는 깨기 더 어렵다. 그러나 동성애 커플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들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단지 둘의 감정과 때로 나누는 섹스만이 둘의 관계를 연인으로 묶어준다. 하지만 여기서 섹스가 빠진다면? 관계가 급격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레즈비언 무성애 부부 관계를 보스턴 결혼이라 명명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사랑, 섹스, 결혼에 대한 더 넓은 가능성을 보았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소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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