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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섭 Mar 11. 2023

귀신도 울고 갈 남과 북의 해학반도도2

조선화의 바탕이 된 해학반도도

“이북의 민예전람실에 걸려 있는 [해학반도도]의 설명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고 하네.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보아주신 장생도.”

 

“단순히 김정일 위원장이 감상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문제가 생겼다는 건가?”   

  

“일설에, 김정일 위원장은 예술적 능력이 뛰어났다고 하네. 창작에 직접 개입하고 지도했다는 기록도 네.

아무튼, 봉건국가라고 비판하던 조선시대의 전통 그림 앞에서 이북의 최고 지도자가 발길을 멈춰 감상했다는 것 자체가 큰 사건일세.”     


“그건 우리나라와는 별 관계가 없는 이북 문제일 뿐이지 않는가.”   

  

“국내의 한 화상(畫商)이 1989년 중국에서 구입해 들여온 그림이 있네.

폭 100cm 길이는 240cm 크기의 특수 제작한 한지에 유화로 그렸다고 하지.

이후, 이 작품은 이북의 민예전람실의 [해학반도도]와 같은 형상의 작품이며 창작자는 이북의 대표적 화가인 리석호 화백으로 밝혀졌네.”     

(*기사참조-http://www.hbnaunm.com/news/articleView.html?idxno=1561)    

[1989년 국내로 수입한 작품이다. 이북의 민예전람실에 있는 해학반도도와 같은 형상이다. 5폭으로 이어붙인 원작과 달리 한 폭에 그렸다.]          

[1997년 국내에서 이북 그림을 판매한다는 광고이다. 1989년 수입한 해학반도도와 또 다른 작품이다. 이를 통해 여러 점이 창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화는 캔버스 천에 그리는 것이 정석인데, 한지 위에 그렸다고?

이게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절박한 사연이 있었네. 조금 길지만, 리석호 화백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네.”  

   

리석호(李碩鎬,1904~1971)는 이북 화가이다.

리석호는 1904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1920년대에 김은호(1920년 창덕궁 대조전의 벽화 백학도(白鶴圖)를 창작한 전통채색 화가)에게 사사 받았으며, 서화협회전람회, 조선미술전람회, 후소회 전람회 등에서 다수의 입선을 차지했다.

한국전쟁 중 월북했다.      

조선미술가동맹의 위원을 역임했으며, 평양미술대학에서 다수의 제자들을 양성했다. 조선노동당은 미술창작사업의 공로를 인정해 김일성 표창장을 수여했다.     

1959년, 리석호는 조선화 분과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1960년 이후 조선화의 채색화 논쟁이 일어나고 리석호의 수묵 문인화는 봉건사대주의, 복고주의로 비판 받았다.

1966년에는 조선화의 출발점으로 평가하는 [소나무]라는 작품을 창작한다.         

[리석호/소나무/253*191/조선화/1966년 조선. 수묵화 기법과 채색을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으로 조선화의 시작점이 되는 명작이다.]     


리석호 화백이 사망한 후, 김정일 위원장은 그의 공로를 인정하여 회고전을 개최하고 1992년에는 [조선화 화가 리석호의 화첩]이 출판되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리석호 화백은 이북의 조선화를 탄생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김정일 위원장도 인정했다는 말일세.”

    

“조선화의 탄생과 [해학반도도]는 무슨 관계인가?”

   

“리석호 화백은 1960년대에 [해학반도도]를 창작했을 것이네.

1960년대면 이북의 조선화가 시작될 무렵일세.

사용한 물감 재료도 독특하네.

일단 특수 제작한 한지, 이북에서 생산되는 천연 돌가루 물감을 기름에 녹여 채색했다고 하네. 그러니까 종이에 유성 채색방식을 사용한 것이지.

조선화의 채색 문제가 불거지자, 리석호 화백은 전통으로 돌아가 채색방법을 연구한 것이네.


현재 조선화는 특수 제작한 고려지에, 자체 개발한 물감으로 진하고 선명한 채색을 하지. 유화 방식의 연구는 덧칠기법으로 발전했네.


[해학반도도]는 조선화를 정립하기 위한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몸부림이 녹아있는 작품인 셈이지.”  


“리석호 화백이 그린 [해학반도도]는 조선화 탄생의 비밀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군.”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민예전람실의 [해학반도도]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네.”     


“이북의 조선화가 전통그림을 바탕으로 창안되었다는 사실과 현재 우리나라 주류 미술이 서양화라는 것은 문화의 정통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인가?”  


 “아주 민감한 사안이 될 수도 있네.

아무튼 이러한 논란을 한 방에 잠재울 수 있는 사건이 20년 만에 벌어진다네.”


 “어떤 사건인가?”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청와대 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고 있다. 회담장 배경에 10폭 병풍으로 만든 해학반도도가 장식되어 있다.]     


“2018년,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5명의 특사단을 평양에 파견한다네. 대통령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회담을 했지.

그런데, 회담장 배경에 [해학반도도]가 등장했다네.

러시아 조선식당, 국내로 수입한 무릉도원2, 경기대 소성박물관, 민예전람실의 [해학반도도]와 동일한 그림일세. 이 작품은 10폭 병풍그림으로 재창작한 것일세.”   

   

“회담장에 설치한 [해학반도도]는 어림잡아 높이 2m, 길이는 4m가 넘어 보이네.

남측 특사단을 맞이하는 자리에 [해학반도도]로 장식한 이유는 뭔가?”  

   

“이북은 회담의 성격에 따라 배경 그림을 달리 배치 한다네.

[해학반도도]를 이북에서는 장생도, 무릉도원도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제목처럼 태평성대를 뜻하지.

남북이 화합하여 좋은 세상, 태평성대를 이루자는 의미일 것일세.”  

   

“아, [해학반도도]에 붙은 정치적 문제를 결국 정치적으로 풀어내었다는 말이군.”   

  

“남북의 정치적 문제는 오로지 화합으로만 풀 수 있지.

차이를 극복하고 통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네. 하지만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민족성을 회복한다면 남북의 미래는 밝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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