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초록색 물을 잔뜩 머금은 나무들이 병실 창 밖에 가득했다. 그 아래로는 출근하는 사람들, 이른 아침부터 검사하러 오는 환자들이 보였다. 구름도 없어 뜨거운 햇살이 그대로 내리쬐었다. 이른 아침부터 밖이 참 환했다.
종양내과 환자만 진료하다 보니 나쁜 소식을 전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매번 어렵다. 그중에서도 암이 진단되었다고 처음 전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오늘 아침에는 췌장암이 강력히 '의심'되던 환자에게 췌장암이 '진단' 되었음을 설명해야 했다. 밖은 환했지만 병실은 어두웠다.
나 : 지난주에 한 조직검사 결과가 췌장암으로 나왔어요. 그래서 항암치료가 필요합니다.
환자 : 네. 당연히 해야죠. 열심히 치료받을게요.
나 : 그러면 다음 주부터 치료 시작하겠습니다.
환자 : 네 교수님. 그런데 저 췌장암은 아닌 거죠?
나 :.......?
췌장암이 진단되었다는 나의 말은 그에게 닿지 못하였다. 귀를 통해 뇌로 전달되는 길을 그의 '두려움'이 온 힘을 다해 막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췌장암이 아니니 며칠 치료받으면 좋아지실 거라고, 괜한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췌장암'이라고 다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환자의 눈에 나는 어떻게 보였을까. 아침 일찍부터 와서는 '췌장암'이라는 무서운 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놓고 가버린 의사였을까. 아니면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침에 누가 와서 뭐라고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조차 못 할까.
그에게는 나의 말이 이렇게 들렸을까.
의사 : 조직검사 결과 췌장(암으로 나왔어요. 그래서 항암)치료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