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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지 않는 아이

by 서원

아침 회진을 도는데 환자 표정이 좋지 않았다. 미간에 주름이 지어져 있고 입술은 한 일자로 닫혀 있었다.

"몸은 좀 어떠세요. 어디 불편하신 데 있으세요?"

"여기저기 다 불편하지 다!"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세요?"

"그냥 불편해 전부 다!"

폐암이 재발되어서 다른 병원에서 우리 병원으로 의뢰된 60대 후반 여자 환자였다. '어디가 아프다. 저리다. 밥을 못 먹겠다.'처럼 불편한 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다 불편하다며 소리를 질렀다. 곁에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들이 간병을 하고 있었다. 큰 키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머리도 옷차림도 정갈했다.

"피검사 결과들도 나쁘지 않고 해서 오늘 항암치료를 할까 하는데 어떠세요?"

"무슨 항암치료야 항암치료는!"

아들은 환자에게 그러지 마시라며 치료를 받으시라고 했다.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입원을 하신 건데...... 몸이 너무 힘드시면 이번에 무리해서 하시지 말고 퇴원하셔서 다시 생각해 보시겠어요?"

갑자기 환자 목소리가 변했다. 그러면서 울먹였다.

"살려주세요 교수님. 항암치료 받을게요. 저 오래 살아야 해요. 아직 애들이 어려서 제가 있어야 돼요."

환자는 나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었다. 두렵고 절박한 마음이 입 밖으로 나오니 뾰족하게 변한 것뿐이었다.

면담 때 본 자녀들은 곁에 있는 장성한 아들을 포함해서 모두 40대는 되어 보였었다. 하지만 엄마의 눈에는 아직도 자라지 않은 아이들이었나 보다.


그녀의 '40대 아이들'이 조금 더 자랄 때까지 그녀에게 시간이 허락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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