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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외로운 밤

by 서원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왔다. 모깃소리만 한 목소리만 거의 낼 수 있을 정도였다. 침을 삼키니 목 안쪽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내가 이렇게 자주 침을 삼키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일 년에 한 번꼴로 심한 감기와 함께 인후통이 오고는 하는데 이 정도 강도의 통증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출근을 해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진지한 얼굴로 상태를 묻는 환자에게

[제가 지금 목소리가 아예 안 나와서요. 죄송합니다.]

라고 종이에 써서 보여주고는 글로 답을 했다. 환자는 말하고 나는 썼다. 보통은 기관지 절개술을 한 환자들에게 내가 질문을 하면 환자가 글로 써서 보여주고는 했는데 딱 그 반대 상황이었다.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웠지만 잠을 자는 것도 어려웠다. 겨우 잠에 들었지만 한 시간쯤 지나 통증 때문에 깼다. 기도를 열어서 안쪽에 파스라도 바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안절부절못하다 부엌 서랍 안에 있는 호올스 사탕이 생각났다. 호올스를 먹으면 입안이 화~해지면서 시원했었지. 서둘러 사탕을 찾아 입안에 넣었다.

하나 둘 셋.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3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탕을 먹으니 더 많은 침이 입안에 고였고, 더 많은 침을 삼키게 되니 통증은 훨씬 더 악화되었다. 호올스 같은 사탕류는 목이 '적당히' 아플 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 괴로운 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밤에 다들 잠든 가운데에 홀로 아픈 채로 깨어 있으니 시간이 더디 흘렀다.

두경부암으로 방사선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치료 후반부로 갈수록 목 안이 아파서 침을 삼키는 것조차 괴롭다는 표현을 할 때 이 느낌이었구나. 그때 환자들에게 방사선치료가 끝나고 나면 서서히 다시 좋아질 거라고 지금 잘 견디고 계시다고 응원의 말을 했었는데. 혹시나 나의 말이 그들에게 너무 가볍게 들리지는 않았을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고작 목감기로 이렇게 괴로워서 어쩔 줄 모르는 내 모습이 민망했다. 내 환자들은 이렇게 괴롭고 외로운 밤을 수도 없이 견뎌냈을 텐데. 아픈 목을 부여잡고서야 그들의 힘겨웠던 밤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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