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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이 열린 이유

by 서원

70대 여자 환자가 췌장암이 재발하여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하였다. 외래에서 설명을 들은 상태였지만 환자는 기억을 못 하는 것 같았다. CT에서 어디 어디에 병이 있는 것인지 자세히 알려달라며 물었다. 췌장암이 재발해서 폐와 복막에 전이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회진이 끝나고 한 시간쯤 뒤, 병동에서 연락이 왔다.
"OOO님께서 항암치료를 안 하고 지금 퇴원하겠다고 하세요. 어차피 암이 다 퍼졌는데 치료해서 무슨 소용이냐고."
어떻게 설득할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서둘러 병실에 갔다. 보통 때는 환자들이 각자 커튼을 닫고 있는데 병실 내 4명의 환자들 모두 커튼을 활짝 열어놓은 채로 있었다. 알고 보니 같은 병실 환자들이 커튼을 열고 환자에게 항암치료를 받으시라며 설득하고 있었다. 환자가 내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
"교수님, 옆에서 다들 항암치료를 우선 해보라네요. 한 번 해볼까 봐요."

당장 내 몸도 힘든 4기 암환자들이 다른 환자에게 관심을 갖고 치료를 받으라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때 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같은 병실 환자들이 고마우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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