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위암 4기 여자환자였다. 그녀는 작년에 처음 진단받을 때 이미 위암이 복막에 전이되어 있었다. 암은 점점 더 진행하여 뇌까지 전이가 되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자 의식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그녀는 초점 없이 허공을 바라보며 어... 어... 하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이제는 남은 시간이 1개월 미만일 것 같다고 남편에게 설명했다. 다음날 환자는 눈도 잘 못 뜨는 상태였다. 남편이 말했다.
"밥을 먹어야 기운을 차리고 기운을 차려야 걸을 텐데."
그녀는 이제 걷는 것은 물론 식사조차 불가한 의식 상태였기에 남편의 말이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어제와 같은 내용의 설명을 다시 했다.
"지금처럼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음식을 주시면 환자분이 제대로 삼키지 못하세요. 그러면 음식물의 일부가 기관지를 통해 폐로 흘러들어 가면서 폐렴이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병실을 나와 복도를 걸으며 깨달았다. 상태가 나빠져가는 그녀에게 여태껏 남편이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식사를 잘 챙겨주는 일이었다는 것을.
그녀의 남편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