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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Mar 18. 2022

그만 살기로 했어.

그만 살 파티원 구함 1/N.

  ‘그만 살기로 했어.’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에서 주인공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힘들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아파서도 아니고 죽고 싶어서도 아니야. 생각이라는 걸 해봤는데 그동안 고단했고 앞으로도 애쓰면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이제 그럴 명분도 이유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 학교 과제 때문에 읽게 된 책이었는데, 이 문장을 읽고 가슴 깊이 공감했다. 딱 지금 내 상태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 더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 나날들을 지나고 있다. 이루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이대로 더 산다면 연명하는 것밖에 더 되나?’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주변에 드라마 작가를 하겠다고 말은 해놨는데 사실 확신이 없다.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하는 것과 드라마 쓰는 걸 좋아하는 건 다른 문제니까. 나는 분명 전자인데 지금까지 착각해왔다. 드라마를 직접 쓰고 싶어 한다고.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서 자기 암시를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버틴다면 대학은 어찌어찌 졸업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엔? 하고 싶은 것도 별다른 능력도 없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암담하다. 하루하루 삶을 견디며 사는 느낌은 정말 비참하다. 여기서 삶을 마감하는 게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참 우울한 이야기다. ‘1일 1글 프로젝트’가 이어지는 30일 동안 이런 이야기만 주야장천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 생각은 한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거 자체가 아직은 삶에 대한 의욕이 남아있다는 거 아닐까. 적어도 30일 동안은 살아 있을 테니 말이다.


      

* 앞으로도 자기 연민 가득한 치기 어린 글이 계속 올라올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미리 심심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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