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지 않을 것 같던 터널에서 나왔다

그러나 내 앞엔 수도 없이 많은 터널이 날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by 오끄

길고 긴 시간이 지났다. 숨이 막힐 듯이 빛 한줌 들어오지 않던 터널을 걷던 내게도 드디어 끝이 보였다. 터널의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드디어 이 터널을 걷는 것도 끝이구나. 터널의 끝을 지날 때쯤엔 스스로 시건방질 정도로 지난 힘든 순간들을 잊게 된다. 이때 내가 이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느꼈던 여러 심리적인 변화와 고단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해줘야 한다. 그렇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건내는 과정에서 지나친 연민을 가져선 안 된다. 그 연민은 자기 자신에게 독배와 마찬가지일 뿐이다.


터널을 이제 막 빠져나왔다고 하지만 그 앞에 바로 또다른 터널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불과 몇 초만에 터널에 다시 갇힌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내가 터널을 겨우 빠져나왔다는 기쁨을 만끽하기 전에 그간의 고생을 곱씹으며 스스로 위로해야 한다고 했던 것은 다른 터널에 갇혔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 터널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갑작스레 만난 터널에도 당황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다시 묵묵히 잘 걸어나가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그 방법은 남들이 가르쳐주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건낸 위로와 위안을 통해 깨달아야 할 뿐이다. 내가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까 하는 그 생각만으로 가끔씩 안도감을 느끼지 않는가?


이렇게 자기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인생을 단단히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남들에게 받은 위로는도 좋지만 그건 지극히 일시적일 뿐이다. 결국 내 자신이 보낸 위안만이 나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 그 터널이 설령 본인이 겪어 본 것보다 더 어둡고 길다 하더라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 날의 나는 몇 개의 터널을 지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이 아닌 위안을 통해 만든 견고한 내 모습으로 앞으로 어떤 터널을 만나고 또 버틸 힘을 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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