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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욱 Apr 16. 2020

마이크 쓰면 되지 않습니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목소리 그거 뭐 ...마이크 쓰면 되지 않아요? "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이크는 단지 당신을 돕는 도구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어떤 좋은 마이크를 쓰더라도 힘이 없는 당신의 목소리의 울림, 호흡이 딸려 뚝뚝 끊어지는 말, 어떤 말이 중요한지 어떤 단어가 핵심 단어인지 알려줄 '말을 짚어주는 힘'은 절대 개선이 되지 않습니다. 믿으세요. 가장 최악의 목소리를 가졌었고 무수한 훈련과 교육, 경험을 통해 여기까지 온 제가 단언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마이크를 쓰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듣기 싫은 목소리를 더 뒷줄에 앉아 있는 사람이 듣게 될 뿐입니다. 마이크를 쓴다고 해서 말에 영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요즘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유튜브를 먼저 찾아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요즘엔 유튜버들이 그래서 대세라지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노하우들을 알려주는 유튜버들은 물론 , 예를 들어 영상편집을 하다가 막힐 때도 우리는 유튜브를 검색하고 요리를 하다 막힐 때도, 영어공부를 할 때도 우리는 유튜브를 검색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이 유튜브를 보셨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켜자마자 숨이 콱 막힐 것 같은 잠 오는 답답한 목소리에 잽싸게 소리를 끄고 자막을 통해 영상을 보신 적은 없는지요. 또 10분짜리 영상을 모조리 다 스킵해 버리고 마지막 1분에 답이 있을 거라 기대한 다음 그 1분만 경청한 것은 아닌지요. 그마저도 졸린 눈으로 "빨리 답아 나와라.. 빨리 해결책만 좀 달라..."라고 했던 적은 없는지 말입니다.  


 그분들이 마이크를 쓰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요즘엔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촬영에 필요한 마이크를 구비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돈을 들이면 녹음실에서 쓰는 것과 같은 형태인 수음(소리를 모으는 것 )이 좋은 콘덴서 마이크도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에 연결하여 쓰는 핀 마이크도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카메라나 휴대폰에 이미 마이크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어떤 영상이라도 마이크를 거쳐 녹음이 되고 편집을 할 때 필요에 의해 볼륨을 더 키우는 식이 됩니다. 그것이 여러분들이 매일 같이 보는 유튜브 영상, 티브이 영상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없는 강사들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학교 수업시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듣고 싶어서 들었던 수업이 얼마나 있습니까. 들어야 하기 때문에 듣습니다. 그리고 잠은 미친 듯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물론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혼내면 편합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아셔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수업은 아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즐겨 듣는다는 사실을요. 수업 내내 지루하게 똑같은 톤으로 머릿속에 있는 것을 줄줄 읽었을 때 아이들은 어떻게든 자지 않으려고 버텼다는 사실을요.  마침내 선생님이 줄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닌 "첫사랑 이야기"와 같은 선생님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서 즐겁게 이야기를 듣는다는 사실을요. 


 여기에 중요한 목소리의 비밀이 있습니다. 단지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줄줄 똑같은 톤으로 읽는 것은 마치 단조로운 음악을 계속해서 듣는 것과 같다는 것을요. 목소리에 아무런 변화가 없게 되고 말이 아닌 '글'로서 입으로 나오게 되니 아무런 재미가 없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 , 즉 글이 아닌 '말'을 하게 될 때 무의식적으로 목소리에 어마어마한 변화들이 생겨나게 되는 겁니다. 말의 의도가 명확해지니 중요한 단어가 짚이는 것은 물론이며 그 말에 설득력과 영향력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재미없는 이야기가 재밌어지는 비밀이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목소리입니다. 5초 만에 스킵되지 않고 학생들이 , 시청자들이 당신의 팬이 되어 영상을 쭉 길게 길게 듣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은 읽는 것이 아닌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수업도 강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처럼 머릿속의 글을 줄줄 읽는 것 만으로는 아무런 목소리의 변화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 어떤 좋은 마이크도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오직 목소리의 훈련만이 이 다채로운 목소리의 변화, 목소리에 담기는 영향력과 설득력을 가능하게 합니다. "저 수업 참 재밌다. " "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  " 와 뭔가 배운 거 같아. "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바로 당신의 목소리가 가지는 설득력이고 영향력인 것입니다. 이는 그냥 얻어지지 않습니다. 반드시 훈련이 필요합니다. 연출이 필요합니다. 역사책을 줄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스토리텔링으로 거대한 서사시를 이야기하게 하는 것, 청중과 학생을 당신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 바로 목소리가 가진 힘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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