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 30주년 특집
1990년 7월 26일 미국의 제41대 대통령 조지 H. W.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는 백악관에서 ADA(미국 장애인법, the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ADA가 탄생한 순간입니다. 수많은 활동가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ADA는 가장 포괄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이기에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국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차별금지법)> 또한 ADA를 참고하여 만들어졌습니다. 1990년 ADA가 제정된 이후 ADA는 2008년 한 차례 주요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저희는 ADA 제정 30주년을 맞아 ADA의 주요 내용과 디지털 접근성의 관계를 함께 알아보고자 이번 글을 마련했습니다. 이 글이 미국 접근성의 제도적 환경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DA 30주년에 관한 전체 내용은 <ADA 30주년 공식 페이지>를 참고하십시오.
ADA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개인에 대한 차별 금지 및 권리를 구제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 법률입니다. 글의 서두에 언급했듯 포괄적이고 자세하게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에 관한 수단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기에 전 세계적 모범으로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ADA 이전에는 장애인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없었을까요? ADA가 30주년을 맞은 지금 왜 미국의 각계 각층에서 ADA 30주년을 기념할까요? ADA가 갖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ADA가 제정되기 전에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직간접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이 있었습니다. 시작은 미국 연방 수정헌법 14조의 법의 평등권 보호(Equal Protection of the Laws)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수정헌법 14조는 미국 시민권자와 시민권자들에 대한 재산 및 생명권 보장, 법의 절차적 공정성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합니다. 또한, 아래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수정헌법 14조는 ADA의 시행에 있어 수정헌법이 갖는 상거래 규제 등의 광범위한 의회 권한을 사용하는 근거로써 기능합니다.
그러나 수정헌법 14조는 시민권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의 모호성과 연방 대법관의 해석에 따라 차별 및 권리 규제의 범위가 크게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1964년 시민권법(Civil Rights Act)가 제정되었습니다. 시민권법에서는 종교, 인종, 피부색, 출신 국가, 성별(고용 분야)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는 수단이 마련되었습니다. 시민권법에서 규정하는 차별 금지 영역은 연방 정부 및 주정부가 소유한 공공시설, 교육기관, 주유소, 식당, 스포츠 시설, 고용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이밖에 1973년 연방 정부가 집행하는 사업이거나, 연방 정부의 재정 보조로 이루어지는 사업에서 장애 인구의 접근을 보장하는 규정을 담은 재활법(Rehabilitation Act)이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시민권법과 공공영역에서의 장애인의 차별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는 재활법, 나아가 교육의 평등을 보장하는 장애인 교육법(IDEA, Individual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이 제정되었지만, 포괄적으로 장애인의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을 경험한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는 별도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었습니다. 시민권법의 경우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 성별에 대한 차별 금지 규정은 있으나, 장애에 대한 차별 금지 규정은 명확하지 않았고, 재활법은 공공기관이라는 제한된 영역에 제한된 차별 금지 및 모호한 권리 구제 방안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민권법을 확장하여 장애에 대한 차별을 포함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 양상은 시민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 금지 대상과는 다른 양상이었으므로 별도의 차별금지법이 필요했습니다. 이것이 ADA가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물론, 시민권법과 별도로 ADA가 제정되었지만, ADA의 뿌리는 시민권법입니다. 따라서 법령의 형식이 유사합니다. 특히, 시민권법의 권리 구제 수단으로써 규정하고 있는 적극적 차별시정조치(Affirmative Action)와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는 거의 유사합니다.
TIP 미국 손해배상 제도에 관하여
미국의 손해배상 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보상적 손해배상(Compensatory Damages)과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이 그것입니다.
보상적 손해배상은 상대방에게 끼친 손해액과 원금에 해당하는 이자를 포함하여 배상하게 됩니다. 반면 징벌적 손해배상은 일반적인 손해배상에 더해 형사 절차를 대신하여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응징적 성격의 제도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가 고의적으로(Intentionally), 악의적으로(Maliciously), 혹은 무모하게(Grossly) 위법 행위를 하여 원고에게 신체/정신적 또는 재산에 피해를 주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처벌의 목적과 재발 방지의 목적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이 법률은 먼저, 장애인 차별과 시민권에서의 배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네 가지 입법 목적을 명확히 하면서 시작합니다. ADA의 입법 목적은 다음 네가지로 정의됩니다.
1. 장애인의 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명확하고, 포괄적인 국가의 권한 및 의무 근거 제공
(to provide a clear and comprehensive national mandate for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2. 장애인의 차별을 다루는 명확하고 일관적이며 시행 가능한 표준
(to provide clear, strong, consistent, enforceable standards addressing discrimination against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3. 연방 정부가 장애를 가진 개인을 대신하여 ADA가 규정하는 표준을 시행하는데에 중심 역할을 하도록 하는 요구
(to ensure that the Federal Government plays a central role in enforcing the standards established in this chapter on behalf of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4. 장애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 수정헌법 14조에서 규정하는 의회 권한을 사용하기 위한 목적
(to invoke the sweep of congressional authority, including the power to enforce the fourteenth amendment and to regulate commerce, in order to address the major areas of discrimination faced day-to-day by people with disabilities)
TIP 수정헌법 14조란?
미국의 수정헌법 14조는 1865년 남북전쟁(American Civil War)이 종전을 맞은 다음 해에 제출된 수정헌법 조항 중 하나입니다. 입법 의도는 시민권 대상(누가 미국의 시민인가?)과 시민권(미국 시민의 권리는 무엇인가?)를 규정하기 위함입니다. 남북전쟁이 북군의 승리로 끝났기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도 시민권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출생했거나, 귀화한 사람 그리고 미국의 사법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출생한 사람을 모두 미국의 시민으로 정의합니다. 시민권 항목으로는 법의 평등권 보호와 근대적 인권 개념에서 정의하고 있는 생명권과 재산권의 보장, 이에 따른 주정부의 권한 제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연방 수정헌법 14조는 시민권 대상자의 정의로 인해 미국 특유의 속지주의(Territorial Principle) 전통이 확립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ADA는 크게 5개의 Title로 분야별 장애인의 차별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의거한 차별 행위 조사를 국가인권위원회가 전담하는 반면 ADA는 분야별 전문화된 차별 행위 조사 기관이 있습니다. 우선, ADA가 규정하고 있는 차별 분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채용, 승진, 퇴사, 직무/교육, 약관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합니다. ADA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장애가 있는 개인 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개인과 관계가 있는 사람까지 법률의 보호 대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이는 국내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4조 5호와 유사함.) 그밖에 장애가 있는 직원 혹은 장애를 가진 개인과 관계가 있는 사람에 대한 괴롭힘을 금지하는 등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ADA의 고용 분야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건강 진단 및 장애 사실의 입증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업주가 직원에게 건강 진단 및 장애에 대한 진단 기록 요청은 채용 시 또는 직무상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로 엄격히 제한됩니다.
이 조항에서는 지역의 모든 공공기관 및 공공기관에서 수행하는 프로그램에서의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경우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의 모든 대중교통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주택 등의 건축물에서의 차별을 금지합니다.
공공 시설 및 숙박업소, 스포츠 시설, 식당, 레크리에이션 시설 등은 ADA에서 지정하고 있는 표준에 따라 장애인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설 클럽, 종교 시설, 역사적 건축물 등 ADA에서 규정하는 사항에 예외 항목이 있습니다.
이 조항은 전기/전자통신에 대한 차별금지를 규정합니다. 모든 통신사는 청각 및 언어장애인을 위한 대체수단으로써 릴레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공공 방송의 경우 폐쇄형 자막을 제공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기타 조항의 특징은 기술적 무결성 보장 및 권리 행사에 있어 보복 및 강요 금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ADA의 주요한 특징이 있는데요, Title I와 Title II는 차별 행위뿐만 아니라 차별로부터 구제받을 수 있는 범위의 장애인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민권법 등이 특정 시점에 어떤 차별 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해서만 다루는 반면 ADA의 Title I, Title II는 차별 행위와 동시에 차별을 경험한 대상이 법률에서 정의한 범주에 속해야만 차별이 성립됩니다. ADA Title I와 Title II에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 그리고 질병으로 인한 일시적 장애를 포괄합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 불법 약물 사용자는 법률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됩니다.
ADA는 위에서 함께 알아보았듯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적 모범 법률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용어의 모호성과 차별시정조치를 위한 공공의 자원 부족 등의 한계 또한 뚜렷합니다. 여기서 용어의 모호성이란 ADA에서 규정하고 있는 새로운 개념들이 여러 관점에서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를테면 직무의 본질적 기능(Essential Function of the Job), 합당한 편의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이 대표적 예입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디지털 접근성에 관한 명확한 차별금지 조항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른바 21세기법으로 알려진 CVAA(21세기 커뮤니케이션 및 비디오 접근성 법, 21st Century Communications and Video Accessibility Act)가 있지만, 차별금지법과는 다른 성격의 법입니다.
일상 생활과 여가, 교육, 업무 환경이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오늘날, 디지털 사회의 접근성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요? 웹 접근성 전문 기관인 WebAIM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2월부터 2020년 사이 웹 페이지의 접근성 오류는 2.1%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비례하여 같은 기간 페이지의 복잡도 역시 10%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과 오프라인 소매점에 증가하고 있는 무인 단말기는 장애 사용자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Covid-19 팬데믹으로 많은 학교와 회사가 온라인으로 공간을 옮긴 요즘, 많은 장애 사용자가 교육과 업무 수행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ADA가 하루 빨리 디지털에서의 장애인 차별에 관한 규정을 명확하게 도입해야할 이유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ADA에 근거하여 디지털 접근성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많습니다. 최근의 예로는 유명 피자 전문 브랜드인 도미노 피자 접근성 소송 승소 사례(2019)가 있습니다. 아울러 두 명의 시각장애인과 NFB(전미 시각장애인 연합, National Federation of the Blind)이 미국 사회안전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을 대상으로 제기한 무인 단말기 접근성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2020) 또한 있습니다. ADA의 Title III과 Title II가 주요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렇게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명확한 법률 규정은 없지만, 공공 시설에 관한 규정을 통해 디지털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에 불과하므로 포괄적인 디지털 접근성 규정 마련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ADA가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이 ADA의 한계점이라 언급하였습니다. 그러나 공공기관 또는 민간 기업 서비스의 웹 페이지를 Title III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 시설, 숙박업소, 식당 등의 일부로 취급하는 판례가 상당수 존재합니다. 도미노 피자와 사회안전보장국 무인 단말기 접근성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여 ADA의 기준을 만족하기 위한 접근성 컴플라이언스가 공공 기관 및 민간 사업자를 대상으로 배포되고 있습니다. 컴플라이언스 근거는 WCAG이며 AA 이상의 레벨을 만족하도록 권고합니다. 법정에서 WCAG의 Level AA가 근거로 자주 인용되기 때문에 컴플라이언스의 근거가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WCAG의 Level AA 이상의 항목은 W3C의 공식 문서 WCAG 2.1을 참고하십시오. ADA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툴킷은 ADA 공식 법령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ADA Tool Kit>을 참고하십시오. Title II를 기준으로 만족해야 할 컴플라이언스를 안내합니다.
TIP 효율적인 ADA 컴플라이언스 달성을 위한 질문 설정
웹 접근성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업자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성 기준을 만족해야 할 지 많은 혼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WCAG라는 훌륭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프로젝트 기간에 따라 WCAG의 모든 상세 문서를 읽기에 시간 자원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혼란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될 다음 두 질문을 사용하십시오.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목적은 무엇인가?
사용자가 서비스에서 공통적으로 거치는 경로 또는 많이 거치게 되는 경로는 무엇인가?
이 두 질문을 중심으로 서비스 접근 및 서비스 이용 과정의 접근성을 진단하고, 개선하십시오. 스크린 리더를 위한 대체 텍스트 및 컨트롤 요소의 정확한 레이블, 키보드 사용 보장, 키보드 트랩 방지, 미디어가 핵심 목적에 포함되어 있다면 미디어 이해를 위한 대체 수단, 주요 컨트롤 및 텍스트 콘텐츠에 대한 명도대비, 정확한 페이지 제목, 사용자 요구에 따른 실행 등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합니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ADA의 제정 배경과 목적 그리고 주요 조항, 디지털 접근성과의 관계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습니다. 현재의 ADA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모범임과 동시에 지금도 많은 사람의 권리를 구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1960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 및 여성 등을 포괄하는 민권 운동에서 시작해 1970년대 자립생활 운동을 거쳐 ADA 제정에 이르는 여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평등을 위해 어려운 한 걸음을 기꺼이 내디딘 수많은 인권 활동가의 용기와 헌신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번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더욱 알찬 내용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