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너희랑 있으면 괜찮아져

케이팝데몬헌터스

by 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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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미와 진우라는 인물의 공통점은 자신에 대해 싫어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진우는 영혼을 팔아 부유해졌지만, 가족을 버렸다. 그리고 저승에 와서 400년째 그 죄책감에 시달린다.

루미는 자신이 적으로 삼고 죽여야 하는 그 악귀들의 속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루미는 왕좌에 오르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고, 믿을 수 없다. 자신의 몸에는 악귀의 무늬가 새겨져있고, 그걸 사람들이 알게되면 자신을 싫어하고 떠나버릴 거라는 두려움을 갖고있다.


1-1

후반부 노래에서 내가 느낀 메시지, 그리고 감독이 주고자 했던 메시지는 자신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거짓투성이에 겁쟁이 - 그것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못한 이에 대한 칭호이다. - [^2] 그러나 이 선택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쉽게 접어들게 되는 경로이다. 루미조차, 진우조차. 그러니까 작중의 악당도, 주인공도 처음에는 숨기고 거짓말을 한다. 여기에서 나는 3단계의 성숙 단계를 보았다.


단계1. 알았기때문에 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 이상의 단계.

단계 2-1. 그걸 알면서도 스스로 되는것 -분기2-1. 어른의 단계.

단계 2-2. 그걸 알기에, 지키려고 노력하는것 - 분기1. 또는 분기 2 직전. 사랑의 단계.

단계 3. 닳고 깨지며 산산조각이 났지만, 그 안에서 영롱함을 보는 것. - 성숙의 단계.


케데헌은 2-1과 2-2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단계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3단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내게 다시 일깨워줬다. 분기2에서 무채색이 되는걸 넘어 이제는 직선과 곡선만 있는 스케치가 되어가는 나에게.


이상의 단계는 어린 나이인 경우가 많다. 직접 세상을 겪어보지못하며, 배운 것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맞춰보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가치관을 수립하며, 그에 빗대어 '이미 살아가고 있는' 참여자들, 세상의 면면들을 보며 손가락질하게 되고, '나는 저렇게 살지 않아야지'라고 다짐하게 되며, 비판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직접 그 세상으로 나가 살아보게 되며, 자신 역시 그때 손가락질했던 모습들로 될수밖에 없음을 깨달으며 동시에 그렇게 되어간다. 거짓투성이에 겁쟁이가, 누구나 되어간다.


단계 2-2

내 생각에 이것은 혼자 도달할 수 없는 단계이다. 이것은 반드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없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와서 그렇지 않다고, 내가 하찮게 여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든 면들을 비춰주며 이야기해주는,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 그러나 여전히,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꽁꽁 감싸 숨기면서 자신을 수용하지 않으므로 이 말에 대한 일말의 의심이 남아있는 단계이다. 그리고 이 아주 작은 의심의 씨앗은 증거를 수집한다. 그리고 언제가 되었든, 그 믿기지 않는,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도 되나 싶은 평화와 행복의 상태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의심의 씨앗이 원하는 증거가 발견될 확률은 높아진다.


증거가 발견되면, 심증이 물증으로 드러나면, '내 주제에..'라는 말. 하락곡선이 시작된다. 끝없이 서로를 신뢰하는 것. 그것은 너무나 이상적인 그림이다. 아주 작은 삐걱거림, 잔상, 오점이, 그 영원했으면 하던 평화와 편안함에서 애써 무시하던 작은 균열을 키우고, '역시 그럼 그렇지'라는 말과 함께 모든 걸 산산조각내버린다.


그래서, 이런 귀결로 인해,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런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감에따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 된다. -어른이란 냉정하고 잔혹하고 추하고 악한 사회에서 자신도 결국 그 동족일수밖에없다는걸 인정하고 받아들인 사람들. 단계 2-2까지 갔다가 다시 2-1로 회귀하든, 처음부터 1단계에서 2-1단계로 가든.


단계3

진짜 친구.

>"감추려 하면 고칠수 없어."


'이상하게 너희랑 있으면 괜찮아져'라는 관계. - 이것으로 모두 이해 되었다. 친구의 의미.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내가 친구라고 할만한 이들은 모두 실험 수업이 끝났을 때나, 시험기간에만 웃으며 다가오는 이들 또는,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나에게 결코 연락하지 않는 이들이었으며, 이야기를 하게 되어도 너는 왜 그렇게 재미없게 사냐느니, 정신좀 차리라느니 하는 이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데일 카네기의 방법론에 따라 내가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질문해주고, 그들이 원하는 걸 줄 때에만 그들은 내게 와 겉보기에 친구로 보일 수 있는 모습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도구가 되고싶지않아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작중 루미의 동료이자 친구들이자 어느 면에서는 동반자인 조이, 미라는 그런 이야길 한다.

'나도 내가 욱하는 성질이고 성격 더러운 거 알아. 하지만 이상하게 너희랑 있으면 괜찮아져'

'내가 쓰던 작사노트, 아이디어, 영감들은 모두 하찮고 무시당하는 것들이었어. 하지만 너희 덕분에 그것들이 의미를 가져.'[^1]


나는 단짝친구, 소울메이트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친구가 존재할 수 있나 싶었다. 소울메이트라는 말도 이해되지 않았다. 개념을 이해하긴 하지만 적어도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에겐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 진우 역시, 친구가 없다. 호랑이 더피만이 진우의 친구이다.


그러나 '이상하게 너희랑 있으면 괜찮아져'라는 관계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한다.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서로 가진 적이 있었으니까. 그것이 무슨 느낌인지, 그런 느낌을 주는 친구가 있다면 정말 소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 없는 자유로움'이라는 가사. 두려움이 없는 이유는, 자신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불완전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목소리에 문제가 생겼던 루미. 겹겹이 싸매고 결코 말하지 않던 비밀을, 비슷한 아픔을 가진 진우와 공유하자 낫는다. 진우는 루미와 비밀을 나누는 동안 자신을 지배하던 악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명시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루미는 진우에게, 진우는 루미에게 '이상하게 너희랑 있으면 괜찮아져'를 느낀다.



성숙의 단계. 모든 비난이 통하지 않는 단계. 받아들임.

3단계가 되면 이렇게 된다. 만신창이가 되고 산산조각이 난 가운데에서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지금까지 싫어하던 모든 면들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 인식이 바뀌게 된다.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그래서 포기하지않게 되는 것.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되는 것. 무대에 남게 되는 것


[^1]: _ - 루미는 이 장면에서도 침묵한다.




1-2

능동성의 관점.

루미와 진우의 차이점은, 루미는 어찌할수도 없이 그 결점이 주어졌다는 것이며, 진우는 자신의 선택으로 그 싫은 면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 루미에게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그 결점을 갖고 태어났고, 또한 헌터로 선택받았다. 그래서 루미에 길은 단 하나였다. 애써 하는 자기기만. '난 존재 자체가 실수야'라고 자각하는 모습, 하지만 그것을 층층이 쌓은 벽으로 감추도록 교육받은 것. 루미에게 길은 오로지 하나였다. 황금혼문을 완성하는 것. 그래서 선천적으로 실수였던 자신의 존재 의미를 보상받는 것. 포기는 없었다. 포기한다면 그것은 인생의 모든 가능성을 0으로 만들어버리고 자신의 가치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 점을 다르게 본다면, 루미는 수동적 삶을 살고있으며 진우는 능동적 삶을 살았다고 해야할 것이다. 또한 운을 이야기할수도 있다. 진우는 그런 '신분'을 타고나지 못했다. 대신 진우는 악귀에게 제안을 받는 '운'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선택한 것이다. - 루미에게도, 유년시절에, 헌터로 선택받기 전에 악귀에게 그런 제안을 받게 된 순간이 있었다면 어떘을까? - 선도 악도 없다는 이야길 하고싶은 것이다.


진우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고통이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반면 루미는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닌 것에 대해, 사명감으로, 그리고 달리 다른 면을 볼 수 없는 일방적인 희망으로 인생을 산다.


진우는 능동적이다. 그는 점차 변화하고, 배우고 학습한다. 진우는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다. 멸망해가던 지옥에서, 수많은 악귀들이 그저 그 멸망만을 지켜보고, 귀마의 명령에 따르고, 실패하고, 처벌받는 동안 진우는 지옥의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결과적으로는 그 아이디어는 성공했다. 하지만 진우는 또 한번 변화한다. 마지막에 루미에게서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되돌려주고자 한다. 그는 처음으로 희생, 그러니까 자신의 인생에서 득이 되지 않는 결정을 한다. - 진우는 완전히 변한 것이다.


[^2]: _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불리면서도 인정할 것이다. 그로부터 얻는, '동전'이 더 많기 때문에 - [[모순 10, 나의 모순. 블랙스완을 죽이는 이이적 인간 가설의 해로움]]




영혼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한 비유.

한국적인 도깨비, 악귀, 저승사자와 같은 매개체를 통해 말하는 것이 반갑다는 건 둘째치고, 내가 인상깊게 느꼈던 것은 이것이었다. 진우는 가난한 삶에 시달렸고, 그것을 자신이 생각하는 정직한 방법으로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그렇게 해서 벌어들이는 돈은 생계를 이어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진우는 악귀에게 유혹을 받는다. 영혼을 넘기면, 풍족한 삶을 선물해주겠다는 제안. 윤리성과 신용 이라는 화석연료를 태워서 더 큰 화력을 얻고, 그로 인해 주변 환경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얻는 것보다 더 쉽고, 큰 규모로 가능하며, 빠르다.


진우는 매트릭스의 사이퍼와 닮았다. 400년간 자신에게 득이 될게 없으면 나서지 않았다는 진우. 득이 될지 안될지를 따져보는 모습에서 나를 보았고, 그 결말도 보았다. 어떻게 되는지. - 그것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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